5월 31일부터 지킬앤하이드에 합류하는 김우형 지킬의 첫공을 리뷰 할 수 있는 트위터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됐고, 그 이름도 찬란한 ‘스페셜리뷰단’의 자격으로 보고 싶었던 공연을 봤다. 나에게는 2004년 이후의 두번째 지킬 공연.
[odmusical J&H 트위터] 이벤트 포스터
내게 김우형씨는 군인의 이미지이다. 내가 본 그의 작품 미스사이공과 아이다에서 군인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이 배우가 부드러운 지킬과 차가운 하이드 역을 어떻게 동시에 소화해낼지 기대를 하며 극장으로 향했다. 이 날은 김우형씨 뿐 아니라 엠마 역의 최현주씨 또한 이 공연에 첫 선을 보이는 날이다. 오페라의유령에서 크리스틴 역을 하면서 국내에서 명성을 얻은 최현주씨도 궁금했던 배우.
1막 앞 전개 부분은 조금 지루하지만 일단 하이드가 나오니 박력이 장난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하이드가 활약(?)하는 2막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끝난다. 7년 전 공연도 이렇게 스릴이 넘쳤던가? 가스 냄새와 함께 무대를 활활 태우는 불 쇼, 하이드와 루씨의 끈적끈적한 Dangerous Game 씬 (이 장면이 이렇게 야했었는지?), 몽둥이로 내려칠 때마다 터지는 끔찍한 효과음, 그리고 무엇보다 하이드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기가 제대로 된 스릴러 뮤지컬을 만들었다. 간혹 객석에서 비명도 흘러 나올 정도로. 작정하고 스릴러로 연출한 작품.
김우형씨는 하이드에 최적화 된 배우였다. 지킬이었을 때는 부드럽기보단 ‘공부만 알고 연애는 잘 몰라’스타일의 이미지로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 당시 느낌과 비슷했는데 나쁘지 않은 정도. 그러나 하이드로 변신한 후에는 완전 동물의 느낌으로 하이드 그 자체. 어떤 장면에선가 관객석을 정면으로 쏘아 보는 씬이 있었는데 불길이 이글이글거리는 검은 두 눈은 짐승의 그것과도 같았다. 온 몸에 소름이 딱~! 큰 덩치와 우렁찬 성량, 짐승 같은 연기가 역에 잘 어울렸다. 몇 년 전에 지킬을 연기 했던 경험 덕분인지 첫공이 아닌 것 같다. 기립 박수 받을 만 했다.
김선영씨는 내가 본 공연 중 최고로 발랄하고 이쁜 모습을 보여주셨고 노래도 시원 시원. 최현주씨는 첫공이라 살짝 조심스러우셔서 그런지 노래를 정박에 또박 또박 맞춰 부른다는 느낌이었고 고음이 잘 올라가지만 불안했다. 동행한 아내는 나와 정반대로 최현주씨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반해서 김선영씨보다 높게 평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와 천국의눈물을 통해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음악이 한국 관객에게 널리 알려지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지킬앤하이드의 음악이 최고다. 그의 아름답고도 공포스러운 음악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공연 내내 주르르 흘러 나오는 Take me as I am, This is the moment, Once upon a dream 같은 넘버들은 브로드웨이와 한국 캐스트 레코딩을 수 없이 듣고 직접 불러 익숙해진 곡들이었기에 더 없이 좋았다. 뮤지컬 넘버의 올스타들이 한 데 모인 감동. 좋은 배우들이 부르는 이 좋은 곡들을 라이브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황홀한 경험이었다.
전체적으로 퀄리티 높았던 공연이다. 공연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은 건 오랜만인 것 같다. 이 정도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뮤지컬이 아닐까 싶다.
평소 공연 얘기를 인터넷에 잘 안 올리는 아내도 감동하여 페이스북에 한마디 썼다:
2004년 이후 두번 째 본 지킬앤하이드. 김우형씨의 첫공연이었는데 불구하고 훌륭했음. 미스사이공이나 아이다에서는 비쥬얼 좋고 노래 무난하고 꽤 괜찮은 배우란 느낌 정도였는데 지킬에서는 김우형의 재발견, 그리고 이를 넘어 지킬앤하이드에 대한 재발견. 이전엔 첫째 가졌을때 조승우/소냐/김소현 캐스팅으로 봤었는데 공연은 나무랄때 없었느나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공연이 아니라(임신중에 봐서 그랬었을 수도…너무 어두운 줄거리라..) 이후 안보다가 이벤트 당첨되어 이번에 다시보게되었는데 대만족이었음. (물론 공짜에 집에서 가까운 샤롯데에서 한것도 플러스 요인^^)
2011-05-31 화 오후 8시 00분
샤롯데씨어터 1층 12열 024번
VIP석 트위터 기획사 (@JekyllnHydebyOD) 이벤트 초대
ps: 하이드의 악행 때마다 나오는 천둥 소리에 깜짝 깜짝 놀랐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앉은 관객들 모두. 임산부나 심신허약자는 보면 안될 공연이다. 깜짝 놀래키는 걸 별로 안좋아하지만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는 컸다.
오빠의 리뷰는 언제나 저를 극장으로 이끄는 듯. ㅠㅠ (하악, 안돼요. 요즘 너무 가난해요.ㅠㅠ) 근데 사실 전 최현주씨를 메르세데스로 처음 봤는데 지나치게 고운 목소리(?)랄까 좀 과한 소프라노 성악 같다는 느낌이라 몬테 볼 때 좀 불편하더라고요. 노래를 잘 부르더라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가늘가늘한 게 약간 불안하기도 하고..^^;; 지킬에선 어떨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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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최현주씨 소리 좀 불안했음. 그런데 최현주씨는 몬테는 다 한건가? 지킬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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