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볼 생각 없었는데 6월 카드 실적을 채워야 해서 6/30에 예매한 극인 <베토벤>……. 좌석도 거의 가장 뒷편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음.
관람 후기
EMK의 다른 공연들처럼 빈극장협회 VBW의 프로덕션을 들여온 라이센스 공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EMK의 창작뮤지컬이었다. 음악은 실베스타 르베이 Sylvester Levay, 극본과 작사는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가 맡았다. 그동안 두 사람이 만들어 온 VBW 작품들과 결이 닮아 있어 자연스레 착각할 만했다. 제목에서 추측하듯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에 관한 뮤지컬이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시도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베토벤 자신의 음악으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특정 가수의 히트곡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베토벤〉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베토벤의 작품을 모두 알지 못하는 관객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선율을 여러 번 만나게 된다. 익숙한 음악이 인물의 감정이나 극의 흐름에 실려있는 것은 이 작품의 가장 영리한 아이디어다.
그 중심에는 홍광호가 연기한 베토벤이 있다. 자존심 강하고 세상과 끊임없이 맞서는 인물을 표현하기에 그의 성량과 표현력은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가사의 전달력이었다. 베토벤 마냥 귀가 안좋은 나는 노랫말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편인데, 홍광호의 노래는 힘 있게 뻗어 나가면서도 발음이 또렷했다. 토니 역의 윤공주는 감정을 실은 연기와 가창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지만 이 배역의 노래는 조금 더 성악적인 발성과 맑은 소프라노 음색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무대는 이 작품이 가장 완성도 높게 다듬은 부분이다. 최근 대형 공연들이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때로는 실제 무대 장치로 구현해야 완성도가 높을 것을 화면에만 의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베토벤〉은 그 경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영상이 효과적인 순간에는 화면을 활용하고, 공간감이 중요한 장면에서는 실제 무대 장치가 움직여 공간을 만든다. 각자의 장점을 살린 연출 덕분에 무대는 끝까지 입체적인 감각을 유지한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천재 작곡가’보다 청각을 잃어가는 한 인간의 좌절과 극복이 있는데, 이를 단순히 대사나 음악이 아니라 시각적인 연출로 표현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를 늘리는 단점은 있지만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도 반가웠다. 최근 국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구성으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극 안에서 존재 이유를 가진다. 음악가 베토벤을 다루는 작품답게 오케스트라의 존재는 현실감을 한층 높여 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베토벤이 신을 향해 절규하듯 기도하는 넘버였다. 홍광호의 폭발적인 가창도 인상적이었지만 그보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그 간절함이었다. 공연을 보며 문득 ‘나는 무언가를 이렇게까지 절실하게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공연은 등장인물보다 관객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을 만든다. 이 장면이 그랬다.
<베토벤>은 베토벤이 합창교향곡을 지휘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귀가 들리지 않는 그는 관객의 환호를 듣지 못한 채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 짧은 순간은 장애를 극복한 위인의 승리라기보다, 끝내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인간의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서로 다른 의상을 입은 합창단은 모든 사람에게 닿고자 했던 그의 음악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아쉬움도 있다. 스토리의 재미가 부족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며서도 진지한 톤을 유지하는데, 두세 시간 가까운 공연에서는 리듬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레미제라블〉의 ‘Master of the House’처럼 잠시 긴장을 풀어주는 코믹한 넘버 몇 개는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앙상블이 등장하는 거리 씬은 그 역할을 하기에 부족했다.
좌석 시야
무대에서 거리가 먼 편이지만 시야는 완벽했고 음악도 잘 들렸다. 나는 앞쪽 사이드블록과 뒷쪽 중앙블록 표가 남아 있으면 항상 앞쪽 사이드 블록을 택하는 편인데 사람들이 왜 중앙블록을 선호하는지도 알 것 같다. 망원경(a.k.a. 오페라글라스)을 들고 집을 나섰지만 차에 두고 내려 못 쓴게 안타깝다.
공연 시작 직후에는 좌측 뒤에 있는 콘솔의 파란 조명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 곧 적응했다.


2026-07-16 (목) 19:30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 C열 180번
VIP석 18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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