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는 영화도 안 봤다. 내가 좋아할만한 극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뮤지컬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심심한 와중에 로터리 티켓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5만원 짜리 로터리 티켓으로 보고왔다. 내 취향 아닌 극이라도 5만원이면 볼만하지 (인터파크 수수료 2천원은 별도).
내용을 모르고 봤는데 가장 유명한 넘버인 ‘살다보면’은 굉장히 앞 부분에 나온다. 극 뒷쪽에 리프라이즈로 나올 법도 한데 안 나온다. 1막 끝날 때 쯤에는 아버지 유봉에게 분노하게 됐다. 애들을 괴롭히며 기껏하는 소리가 한이 맺혀야 소리를 잘 한단다. 딱 보아도 한이 많아 보이는 본인이나 소리를 위해 더 노력해보라고 하고 싶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아들 서울대 의대 보낸다고 괴롭히던 엄마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싸이코로, 자기가 못 하는 걸 애들한테 강요하는 걸 넘어서 애 눈을 멀게 해? 개싸이코다.
거의 2막 끝까지 역시 내 취향 극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의 심청가에서는 눈물이 줄줄 났다. 수십년만에 이복동생을 만나 심청과 본인의 처지가 실루엣 처럼 겹쳐지는 이야기를 소리로 표현하는 송화(차지연)의 연기가 압권이다. 판소리는 이자람 배우가 정말 잘 한다는데 이 마지막 씬 때문에 이자람 배우 공연을 한 번 보고 싶어지더라.
한지로 장식한 무대가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웠고 중간 중간 보이는 안무들도 인상적인 게 많았다. 하지만 무대에 영사되는 이미지 중 어울리지 않는 그림도 있었고, 현대음악을 하는 밴드 스프링보이즈의 장면의 연출은 올드하게 느껴졌다. 폭발하는 마지막 장면 외에는 스토리가 전반적으로 지루한 편. 희한하게 이날 외국인 관객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내용을 이해 했을지 모르겠다.

2026-06-24 수요일 19:30
광림아트센터 BBCH홀 1층 K열 032번
VIP석 로터리티켓 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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