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알라딘 – 고급진 가족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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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브로드웨이에 올라온 뮤지컬 알라딘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브로드웨이 흥행 top 5에 드는 작품1이다. 이 뮤지컬의 한국 프로덕션 공연이 작년 말에 샤롯데씨어터에서 시작됐다.

디즈니가 제작한 작품인데 아이다보다는 미녀와 야수 쪽이다. 즉, 좀 유치하다. 감상을 한 줄로 요약하면 “고급진 가족 뮤지컬”.

줄거리

동명의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와 거의 동일한 줄거리이다. 등장 인물이나 플롯이 조금 변경됐지만 거의 그대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아그라바에 사는 좀도둑 알라딘이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친 자스민 공주에 반했고, 때마침 동굴에 들어가 마술 램프를 가져오라는 사악한 자파의 의뢰를 받고 동굴에 들어갔다가 마술 램프 외의 보물에 손을 댔다가 동굴에 갇히게 된다. 마술 램프에서 나온 지니의 마법으로 동굴에서 탈출하고 왕자로 변신하여 자스민 공주에게 청혼하러 갔다가 궁중 고문인 자파에 의해 위기도 맞지만 알라딘의 기지로 잘 극복한다는 해피 엔딩 스토리.

배우

워낙 인기있는 작품이라 티켓 오픈하자마자 그나마 괜찮은 좌석이 남아 있는 날로 예매. 강홍석 (지니 역), 서경수 (알라딘 역), 이성경 (자스민 역) 캐스트의 회차였다.

지니의 강홍석 배우는 최근2에 한 번 본 배우. “Friend like me”같이 빠르고 대사 많은 넘버에서는 가사가 잘 안들렸다는 것 외에는 어려운 역을 훌륭하게 잘 소화했다. 이 작품의 진 주인공이다.

서경수 배우가 주연으로 서는 공연은 처음 봤는데3 가창 스타일이 예상과 전혀 달랐다. 거칠다고 해야할지 날 것이라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성량은 크지만 부드럽진 않은 목소리이다. 원래 잘 추는 걸로 유명한 춤을 포함하여 나머지는 다 좋았다.

이성경 배우는 일단 복근에 시선 강탈. 복근만 봐도 꿋꿋하게 자기 관리, 자기 주장 확실할 것 같은 공주라서 캐릭터에 잘 맞았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성경 씨는 연기나 딕션, 춤이 다 괜찮고 노래도 잘 하셨지만 성량이 부족하여 서경수 씨와 듀엣을 할 때는 목소리가 묻혔다. 그래서 이 알라딘-자스민 페어의 노래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러브송이 별로인데 둘의 러브스토리가 납득이 가냐고? 간다. 외모가 개연성이다. 두 배우 모두 외모만 봐도 왕자랑 공주여서 둘이 마음이 통하는 “A million miles away”씬은 짜릿했다. 둘의 케미도 좋았다. 결론적으로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괜찮은 페어였다. 와이프는 자스민의 노래는 괜찮았는데 알라딘의 노래에 실망했다고.

그 외에 조연과 앙상블은 무척 훌륭하다. 특히 임별 (자파 역), 정열 (이아고 역)의 쿵짝이 재미있었다. 극에 찰떡인 캐스트.

연출과 무대 및 의상 디자인

  • 전통적인 미국 뮤지컬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듣기 힘든 오버추어로 시작하며 군무가 화려하고 코미디가 강하다. 코믹한 대사를 한국 최신 유행과 상황에 맞춰 번역하여 재미있었다. 진짜 많이 웃었다.
  • 대규모의 앙상블이 화려한 의상으로 추는 춤이 많다. 전형적인 쇼뮤지컬. 뮤지컬 <42번가>가 떠올랐다. 군무 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할만한 공연인데 나는 군무보다는 솔로나 듀엣 넘버 듣는걸 선호해서 내 취향은 좀 아니었다.
  • 무대 디자인은 황금 동굴처럼 와!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외에는 평범한 편이었고 특히 아그라바 시장을 표현한 세트는 좀 초라해보이기까지 했다. 다만 아그라바의 뒷 배경은 색감이 아름다워 조명을 잘 쓴 뮤지컬 아이다를 연상시켰다.
  • 평범했던 무대를 화려하게 만든 건 번쩍이는 의상이었다. 덕분에 공연 전체가 화려한 인상을 주었다.
  • 상당히 많은 결투 씬이 나오는데 다들 어설프다. 멋짐 대신 코믹을 선택했다고 봐야할까(어린이 뮤지컬 느낌이다). 과거 아이다의 결투 장면에서도 비슷한 아쉬움을 느꼈다.
  • 재미있는 의상 퀵체인지와 마술이 중간 중간 있다. 역시 어린이 가족 뮤지컬.
  • 마이크가 타이밍 안 맞게 안 켜지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넘버

  • 쇼 스토퍼 Show Stopper 란 표현을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 공연에서 쇼가 멈추는 경험은 이번 공연이 처음인 것 같다. 지니가 자신을 소개하는 <Friend like me>가 끝난 후 박수와 환호가 1분 이상 이어졌다. 나도 열렬하게 박수를 쳤다. 기립하고 싶을 정도였다.
  • 이 작품의 가장 유명한 곡인 <A whole new world>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알라딘과 자스민 페어의 노래에 별 감동이 없었기 때문이고 마법양탄자 뒤의 별만 빤짝이는 배경도 좀 허전해서였다. “a whole new world”를 ‘별을 넘어’로 번역한 것도 좀 이상했다.
  • 역시나 유명한 곡인 <Prince Ali>의 장면은 기대보다 약했다. 뮤지컬 <라이온킹>에 등장하는 대형 동물 몇 마리가 같이 나왔으면 더 웅장하고 화려했을텐데.
  • 이미 익숙했던 곡들이 아니라면 극장을 나와서 떠오르는 곡이 없었을 것 같다. 그 정도로 뮤지컬 넘버가 인상적이지 않았다.

좌석 시야

  • 샤롯데 1층 좌블 13열에 앉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시야가 좋았다. 무대를 깊게 쓰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바로 앞에 키 큰 사람만 없으면 만족할만한 좌석일 것 같다.
  • 대형 군무가 많은 작품이라 아주 앞 열보다는 중간열도 좋은 것 같다.

2025년 1월 14일 (화) 19:30
샤롯데씨어터 1층 A구역 13열 10번
VIP석 190,000원


  1. 출처: https://www.broadway.com/broadway-guide/6/best-selling-shows/ 25년 1월초 기준으로 위키드, 라이온킹, 해밀턴, 알라딘, 아웃사이더 순 ↩︎
  2. 작년 가을 하데스타운에서 처음 봤다. ↩︎
  3. 조연으로 나오는 공연은 본적이 있다. 2013년 금발이너무해. 인상적인 부분이 있어 당시 후기에도 적혀있다: “게이 혹은 발레리노 씬이 살아난 원인은 게이 발레리노 역 배우가 정말 잘 했다 (얼마 전에 배우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페이스북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페이지에 문의한 결과 새롭게 니코스 역할을 맡은 배우는 서경수 배우라고 한다.)”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당시 직접 문의까지 해봤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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