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을 볼 때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인터페이스,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건물,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공연.
미녀와야수가 그랬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공연이라는 느낌.
거대하고 훌륭한 무대장치와 무대의상에 압도되어 배우가 별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더군요. 마술과 같았던 몇몇 장면들과 소품들, 앞뒤로 움직이며 회전하던 무대 장치들, 만화같으면서도 화려한 의상들은 완벽했지만, 그 안에 있는 배우들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또 이 배우들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들도 가슴에 와 닿지 않았고요 (공연전 음악을 듣지 않고 가서 그럴까요?).
미녀와야수를 보기 3~4일 전 본 지킬앤하이드와 비교가 되더군요. 지킬앤하이드를 볼 때에 무대에서 먼 좌석에 앉아 다른 건 모르겠지만 뮤지컬 넘버들은 정말 좋았거든요. 배우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멋진 음악들. 이에 비하면 미녀와야수는 할리우드식 블록버스트 영화를 본 느낌.
하지만 원작인 동화를 아주 잘 표현한 공연이었습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동화속 이야기에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은 아주 즐거워한 것 같습니다. 저도 즐거웠고 아주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홍보시 ‘5대뮤지컬’이라고 하던데, 무슨 근거로 그러는 건 지 알수는 없지만, ‘가족뮤지컬’이란 카피가 이 공연에 더 적절한 명칭이 아닐까 싶습니다.
– 8월 11일 수요일 밤 공연
– 아내가 일찌감치 예약을 해둬서 앞에서 2번째 열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