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세 번째 국내 공연인 뮤지컬 Legally Blonde. (첫 2년 동안의 번안 제목은 ‘금발이 너무해’였고 이번 공연은 ‘리걸리 블론드’). 주인공 엘 역은 매년 트리플 캐스팅이었는데, 첫 해에는 이하늬, 김지우, 제시카가, 두번째 해에는 김지우, 최성희(바다), 루나가, 그리고 이번엔 제시카, 정은지, 최우리 배우가 돌아가며 맡았다.
오늘은 최우리 씨가 연기하는 엘을 볼 수 있었다. 최우리 씨는 몇 년 전에 뮤지컬 톡식히어로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 배우.
지난 달에 보고온 이번 시즌 리걸리 블론드에는 좀 실망을 해서 한 달 동안 공연이 나아졌을지 궁금했는데 확실히 나아졌다. 예를 들어 ‘굽히고 튕겨’ 씬과 ‘게이 혹은 발레리노’ 씬이 훨씬 더 살아났다. 게이 혹은 발레리노 씬이 살아난 원인은 게이 발레리노 역 배우가 정말 잘 했다 (얼마 전에 배우가 바뀌었다고 하는데, 페이스북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페이지에 문의한 결과 새롭게 니코스 역할을 맡은 배우는 서경수 배우라고 한다.)
하지만 기숙사 무대장치가 펄렁펄렁, 흔들흔들 하는 건 여전했다. 보는 사람이 불안한데 그 위에서 춤 추는 배우들도 불안하지 않을까? Delta ‘New’도 여전 ㅋ.
최우리 배우의 엘 (이후 우리엘). 작년 뮤지컬 대상의 축하 공연 영상에선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우려보다 훨씬 잘 한다.. 트리플 캐스트로 가는 엘 역이지만 바쁜 제시카나 정은지 엘 대신 대부분의 공연을 혼자 이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주인공의 비중이 큰 공연이라 힘들텐데, 응원의 박수 짝짝짝.
확실히 정은지엘보단 우리엘의 연기가 낫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건지 배우의 역량인지 모르겠지만 공연의 포인트들을 잘 짚는다. 에밋한테 강의실을 묻는 장면에서 강아지를 가리키며 얘는 ‘동’물이 아니라 ‘동’생이예요라고 살리는 건 최우리 배우가 처음인 듯. 정은지 엘이 ‘인형처럼 웃기만’ 하는, 사람 좋은 사랑스러운 철부지였다면 최우리 배우의 엘은 좀 도도한 느낌이다. 엘의 기본 캐릭터인 철부지 느낌도 있지만 다른 엘들의 철 없음과는 좀 달랐다. (물론 철 없음의 최고봉은 바다 엘 -_-;) 법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1막에서는 캘러한도 우습게 보는 것처럼 도도했다. 원래 캘러한이 blood in the ocean 부를 때 다른 엘들도 화장을 하던가? 무대 앞 쪽에서 캘러한이 비장한 노래를 하는데 뒤에서는 엘이 화장 고치고 있어 엄청 웃겼다는.
그런데 최우리 씨, 공연 전날 밤에 라면이라도 먹고 잤나? 얼굴이 완전 달덩이였다는… -_-;; 게다가 2막에 쓰고 나오는 금발 가발의 머리 끝 일자 컷이 정말 어색해 다른 엘들에 비해 외모 점수에서 감점…
최우리 배우는 팝 스타일의 리걸리블론드 넘버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 애니메이션 성우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좀 톤이 높은 음색이다. 내 취향인 목소리. 좀 오글거리지만 미국식 코미디 뮤지컬에 잘 어울리는 목소리이다. 지난 톡식히어로에서도 역에 잘 녹아들었던 게 목소리 덕이기도 했었나보다. 팝적인 노래를 부를 때 무척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날, 희한하게 우리 엘의 마이크만 볼륨이 좀 줄어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성량 자체가 부족한건가? 혹은 워낙 공연이 많아 목을 아끼는 건가? 솔로 파트에선 괜찮은데 듀엣이나 떼창에서는 목소리가 많이 묻혔다.
노래에 비해 안무는 좀 아쉬운 점. 하긴, 엘 역을 맡은 어느 배우도 personal essay나 so much better씬에서 파워풀한 안무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우리 엘은 조금 더 힘이 없어 보였다. 도도해서 그런데는 힘을 쓰지 않는 건가? 🙂
지난 번과 바뀐 캐스트는 엘 외에 워너도 있었다. 이번엔 김산호 워너. 김경수 워너에 비해 훨씬 훤칠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철 없는 부잣집 아들 모습을 잘 살렸다.

이번 공연은 현대자동차 고객 초청 이벤트를 통해 다녀왔다. 현대자동차의 행사가 참 마음에 드는 게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음료수와 머핀까지 제공해 퇴근 후 저녁을 먹을 시간 없이 급히 공연 보러 온 나 같은 사람이 배를 채울 수 있게 해준다는 것. 🙂
2013년 1월 25일 오후 8시 00분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1층 C구역 32번
현대자동차 아반떼 에비뉴 런칭 기념 뮤지컬데이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