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에 당첨돼 초대권으로 뮤지컬 미남이시네요를 보고 왔는데.. 하아…. (한숨만 나온다 -_-;)

신시에서 올린 작품들은 항상 기본은 돼 있었는데, 이 작품은 영 아니다. 어떻게 이런 수준의 공연이 무대에 올라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
이야기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원작 TV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보면서 ‘뭥미?’란 생각을 했다. 남자 주인공 3인방이 여주인공 고미녀에 순싯간에 빠져들고, 황태경 엄마 얘기는 대충 나오다 말고, 고미녀 아버지 얘기는 그보다 더 짧게 언급됐다 안 나오고… 이상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 다 쓰다간 내가 미칠 듯. 공연 보면서 황당해 미칠 지경이었다. 2막 뒷부분에서 강신우가 쓴 시나리오 얘기를 하며 극 중 극 씬이 나오려고 할 기미가 보여 “안돼!!!!!!!! 제발 그런 거 하지마!!!!!!!!!”를 속으로 외쳤으나 역시나 어이없는 시나리오 재연 장면이 나왔다 orz. 기억 해 두자. 연출 김운기, 작가 이희준.
세종 M씨어터의 무대는 왜 그렇게 넓은지, 공연이 더 작고, 휑해 보였다. 플레이디비의 공연 장면 (아마 프레스콜이겠지?)을 다시 봐고 있으면 손이 막 오글거린다 ㅠㅠ. 저 텅~ 비어있는 무대, 어떡하니? ㅠㅠ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마뜩찮다. 역시나 신시가 만들었던, 신인으로 채웠던 2009년 렌트랑 비교해도 부족하다. 젊은 배우들 틈에서 그나마 관록의 김성기씨가 제 모습을 보여주신 편인데 이 분이야 어떤 역을 맡아도 그 역을 자기처럼 만들어(?) 완벽히 소화하시는 분이고… 하긴 이런 이상한 내용을 연기 하라고 하면 배우들도 멘붕돼 연기가 안 될 듯. -_-; 배우들이 불쌍하다.

그나마 내가 2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 시간을 참을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노래 때문. 댄스곡에선 몰랐는데 발라드에선 남자 주인공 이창희씨의 노래가 꽤 괜찮았다. 아래의 ‘별’이란 곡을 들으며 나갔던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듀엣 덕후인데 이창희씨와 여주인공 박지연씨의 듀엣이 좋았다. 박지연씨는 오늘의 수확이다.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조곤 조곤 말해도 별로 좋지 않은 내 귀에 또렷이 노래 가사가 전달 될만큼 뻗어 나가는 목소리가 장점이다. 머리를 짧게 잘라서인지 15살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 외모가 커리어에 단점으로 작용할지 장점으로 작용할지 모르겠다.
어떤 곡이 드라마에서 나온 곡인지, 뮤지컬 오리지널 스코어인지 모르겠지만, 여러 넘버들이 귀에 쏙 들어왔다. 다만 어설픈 쥬크박스 뮤지컬처럼 가사가 상황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어딘가 비슷한 늑대의유혹이 떠올라서 그랬을까? 공연 보기 전부터 웬지 이 공연이 신시스럽지 않고 PMC스럽단 기분이 들었는데 공연을 보니 그 느낌은 더 확실해졌다. PMC가 굉장히 대중성에 포커스를 맞추는 극단이라 생각하는데, 미남이시네요는 PMC스러움을 추구했지만 PMC만큼 확실하겐 못했다. 늑대의 유혹을 비롯한 PMC의 금발은너무해나 젊음의행진은 미남이시네요와는 달리 꽉 찬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뮤지컬의 스토리나 연기에 별 관심 없고, 개콘 같은 코미디를 눈 앞에서 보고 싶은 사람, 눈 앞에서 노래하는 것과 군무를 보고 싶은 사람에겐 조심스럽게 추천할 수 있을 듯. 몇몇 곡은 꽤 괜찮다. 유튜브 영상 찾아봤더니 귀에서 음악이 맴돈다.
ps: 무대 뒷편 철창은 뮤지컬 퀴즈쇼의 고시원으로 쓰던 것 같은 구조물이라 공연 보는 내내 고시원 주인이었던 김호영씨가 떠올라 웃겼다.
2012년 9월 4일 오후 8시00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층 8열 3번
S석 블루멤버스 초청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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