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퀴즈쇼 서포터즈란 명찰을 약 1달간 달고 있었지만 사실 이 공연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는게 없었다. 그래서 이 새로운 창작뮤지컬의 첫 공연이 좀 불안했다. 사실 ‘아, 대충 시작하려나보구나’란 생각도 속으로 좀 하고. –-;
첫 공연을 보기 위해 설레임 반, 불안감 반으로 토월극장에 들어가 앉았다. 초연의 첫공연이니 말 그대로 월드프리미어의 순간.
원작인 김영하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곱게 자란 한 젊은이가 유일한 혈육이었던 외할머니가 죽고 난 후 사회와 맞부딪히면서 세상을 살아나가는 원칙을 찾게 되는 과정을 다룬 성장 뮤지컬.
1막은 순싯간에 지나갔다.
사다리를 활용한 취업 씬 (“왜 일자리가 없는거야” | 동영상 링크), 그네를 이용한 채팅실 퀴즈방 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민수-지원 커플의 첫만남과 지희 집 방문 씬 (“우린 서로 닮았으니깐” | 동영상 링크). 모든 씬이 정글 같은 이 사회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연 시작 전에 가지고 있던 불안감은 다 날라가고 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내용에 만족하여 인터미션에는 화장실에 가며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 ‘공연 너무 잘 나온거 아니냐?‘ 생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씬. 취업 경쟁을 정상에 도달해야 하는 게임처럼 표현.
© 서포터즈 두희은
원작의 내용을 압축해놓은 1막과는 달리 2막의 내용은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한달 전쯤 올린 글에서 썼듯이 원작 소설은 뒷마무리가 좀 개운치 못했는데 공연에서는 주인공이 깨달음을 뚜렷히 얻으며 마무리 되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 메시지가 과연 정글같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판단은 각자 몫.
나는 창작 초연을 볼 때는 배우 개개인의 기량 같은 세심한 면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보게 되는데 그런 점에서 퀴즈쇼 작품 자체는 꽤 잘 빠졌다고 생각한다.
코미디가 아닌 까다로운 내용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은 플러스 (작품성에는 플러스. 흥행성에는 마이너스일 수도 =.=).
무대장치들은 무대막과 무대 뒤에 비춰지는 화면과 어우러져 적절히 극 중 공간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단순한 무대장치로 효과적인 공간 연출을 해낸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정식 첫 공연인데도 불구하고 연습 부족으로 보이는 몇몇 상황은 좀 아쉬었다. 중간 중간 유머가 있었으나 어설펐다. 홀로 극을 이끄는 이율 배우도 아직 중극장에 적응이 덜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력 있는 성기윤이나 김호영 같은 조연들의 솔로가 거의 없는 것도 아쉽다.
인터넷에서 스팟 동영상을 통해 미리 접한 노래를 제외하곤 멜로디가 기억에 남는 넘버가 없다는 것은 창작 초연 공연이 가지는 불리한 점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연 시작 전 로비에서 음악이라도 좀 틀어놓았으면 좀 더 기억에 나았을텐데.
오픈한지 1주일이 지났으니 1막 같은 경우는 지금은 완벽할 것 같다.
공연이 진행될 수록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한 공연이라 막공 가까이 가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고, 항상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으로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오리지널 뮤지컬을 보는 즐거움이 아닐까.
어떤 정답이 정답일까, 괴로워 하는 주인공 민수.
© 서포터즈 두희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1층 C열 63번 (R석)
뮤지컬 퀴즈쇼 서포터즈 초대권
2 thoughts on “생각보다 훨씬 잘 나온 창작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