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보는 렌트인데 이번 2009년 공연의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신인들로 가득 찬 무대라는 것. 미미역에 더블캐스팅된 고명석 씨와 쥬얼리 출신의 조민아 씨 정도가 들어본 배우.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아 뭔가 허전한 공연이란 느낌이 들었다. 작품에 비해 너무나 큰 무대 때문이었을까,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 배우가 없어서였을까. 이 느낌은 공연 끝까지 계속 되었다.
이 와중에 가장 돋보인 건 콜린 역의 배우 최재림. 처음 등장하는 장면, 그의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목소리에 정신이 확 들었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일까, 기존의 배우들과 많이 달랐던 다른 배우들과 달리 성기윤 씨 느낌이 물씬 풍기는 최재림 씨가 나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인터미션이 시작되자마자 달려나가 프로그램에서 이 배우의 프로필을 뒤져봤는데 이력이 단 한 줄도 없어서 무척 놀랐다. 괜찮은 배우 한 명 나올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마음에 든 배우는 내가 좋아하는 모린인 황현정 씨 필이 나던 최혜진 씨. ‘Take me or leave me’에서의 시원시원한 가창력이 좋았다. 그 외의 주연 배우들은 앙상블과 비교해서 그다지 튀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앙상블이 뛰어났고 나쁘게 말하면 주연 배우들이 아쉬웠다. 앙상블은 2002년 렌트보다 나았지만 몇 장면에서는 쏘냐(최고의 미미)와 김호영(최고의 앤젤)이 좀 생각나더라.
번역이 바뀐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던데 좋아진 부분도 있고 이상해진 부분도 있었다. ‘Over the moon’에서 “Jump over the moon”이란 가사를 그대로 쓴 건 그중에서도 최고로 이상해진 부분. 이전 가사였던 “달에 오르는 일”도 적절한 번역은 아니었지만 수정된 가사는 정말 최악이다. 정말 이 작품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번안해 공연하기가 무척 어려운 작품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I’ll cover you’도 가사가 좀 바뀐 것 같던데 이건 이전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고 reprise의 경우는 가슴 찡한 감동까지 느껴졌다. 수정된 가사 때문인지, 마음에 드는 콜린 때문인지, 아니면 콜린과 앤젤 사이에서는 다른 배역 커플이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의 교류가 느껴져서인지, 이번 작품에서 이 곡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이전에는 공연에서도, 사운드트랙을 들을 때도 이 곡에 감동을 한 기억은 없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공연장만 아담했더라도 작품에 맞게 헝그리한 맛이 나는 공연이었을 것 같다.
참, 설마 공연장이 상당히 추웠던 건 겨울에도 난방을 못 하는 등장 인물들의 처지를 느껴보라고 히터를 안 틀어서 그랬던 건 아니겠지?
2009년 1월 15일 오후 8시
한전아트센터 – 1층 G열 2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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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트
- 로저: 유승현
- 마크: 배지훈
- 미미: 조민아
- 모린: 최혜진
- 조앤: 신미연
- 콜린: 최재림
- 엔젤: 이지송
- 베니: 고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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