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회사에서 아내의 20년 근속 선물로 부부 해외 여행을 보내준다고 했다. 여러 여행지 후보가 있었는데 아내가 아시아 빡을 여행하고 싶다고 하여 유일한 타 대륙 여행지인 호주를 골랐다. 호주의 경우에 세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중 “시드니 와일드 로드”란 프로그램을 골랐다. 일정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막이 포함돼 있는 게 이유였는데 가보니 사막이 아니라 사구더라….. 3박 5일 일정의 패키지 여행이었고 생전 처음 경험한 패키지 여행이었다.
패키지 여행
패키지 여행은 강행군이었다. 인천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비행 후 아침에 시드니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막바로 관광 버스에 탑승하여 관광지로 떠났다. 밤비행기 탑승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운데 침대에 누울 기회 없이 막바로 관광시작이라니. 하루 종일 관광하고 저녁에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이후 둘째, 셋째, 마지막 날 일정은 7시 반, 8시 반, 7시에 버스를 타면서 시작한다. 저 시간에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은 조금 늦게 출발하는 셋째날 외에는 6시 전에 기상하여 호텔에서 조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것. 점심 식사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침을 스킵하는 대신 점심을 일찍 먹거나 간식을 먹는 옵션은 없다. 회사 다닐 때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는데 휴가 가서 새벽 기상이라니.
아무 생각없이 버스만 타고 내리면 관광지에 갈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이미 최적으로 짜놓은 경로를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관광지를 방문한다. 아무 조사도,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된다. 호주 esim을 사간 것 외에는 아무 준비 없이 떠난 호주 여행이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정보 검색할 일이 없어서 esim 마저도 필요없을 것 같았다. 굳이 해야한다면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호텔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화장실에 자주 가는 아내는 가이드가 화장실까지 스케쥴링 (다음 화장실까지 소요시간, 사람 드문 화장실 안내 등) 해주는게 매우 편했다고 한다. 운전을 할 일이 없으니 관광지에서 마음 편하게 술도 마실 수 있는게 난 좋았다. 여행지에서 원데이 투어 같은 걸 하더라도 집합 장소까지는 알아서 이동해야 하는데 패키지 투어에는 그런 것도 없이 자기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탑승하고 하차한다.
다만 정작 어디를 다녀온건지 잘 안 떠오르기도 한다. 마치 시험 초치기를 하듯 맥락은 모르고 키워드만 외워 시험을 치는 경험이었다. 관광지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짧기 때문에 해당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건 사진 찍기 정도. 공기 좋고 경치 좋다고 돗자리 펴놓고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트래킹을 할 수 없단 얘기.
길지 않은 3박짜리 일정에 패키지 여행 시 피할 수 없는 쇼핑센터까지 들리는 것도 불만. 두곳을 들리기 때문에 두시간을 소모. 경험 많은 가이드 아저씨가 약장수처럼 여행 기간 내내 밑밥 깔고 건강보조식품 선전을 한 후 건강보조식품 면세 쇼핑점에 들려 쇼핑을 하는 식. 우리는 건강기능식품 매장이랑 토속품 상점을 갔다. 두 곳 다 한국인이 하는 매장. 첫번째로 간 Sini Australia란 건강기능식품 매장에서 나는 뭘 구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화장실 갔다온 사이 아내가 잔뜩 골라놨더라. 두번째 토속품 매장에서는 좀 구경하다가 아내는 쇼핑하라고 놔두고 나는 나와서 길 모퉁이의 펍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며 기다렸다.
식사도 불만 사항 중 하나. 여행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경험이 어려운 맛집을 탐방하는 건데 그게 불가능하다. 식당이 정해져 있고 메뉴도 정해져 있다. 3박 일정에 한식당은 두 번 갔다. 호텔 조식이 가장 맛있을 정도로 맛집과는 거리가 있는 곳들에서 식사했다.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어색하게 함께 식사를 해야하는 것도 불편한 사항.
방문한 곳과 액티비티 (1일 차)
패키지 여행 일행과 함께 관광 버스를 타고 방문한 곳들을 적어본다. 1일차라고 적었지만 전날 저녁에 인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사실은 여행 2일차이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막바로 시작된 투어이다. 어디를 가든 우리 같은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다들 같은 랜드사 고객인지 비슷비슷한 곳을 다니는 듯. ‘와일드 로드’란 프로그램이라 액티비티가 많은 편. 방문한 식당은 따로 적는다.
블루마운틴
시드니 도착하자마자 올라탄 투어 버스는 시드니 서쪽, 블루마운틴으로 향했다. 블루마운틴은 호주의 국립공원이란 표현 말고는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마 패키지에 포함돼 있지 않으면 방문하지 않았을 곳. 블루마운틴이란 지명은 유칼립투스 나무잎에서 나오는 유액이 푸른 빛을 반사시켜서 주변이 푸르게 보인다고 하여 붙은 곳이라고한다. 푸른 나무로 가득 찬 그랜드캐년 느낌이란 설명을 듣고 갔는데 에코 포인트 룩아웃 Echo Point Lookout 에서 내려다 봤을 때 그런 장엄함은 못 느꼈다. 1시간 정도 주어진 시간에 슬슬 산책을 해보니 날씨가 좋고 공기도 맑아서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 일정으로 트래킹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호주 도착 기념으로 플랫화이트도 테이크 아웃으로 한 잔 마셨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꽤 비쌌다.

이후 근처의 씨닉 월드 Sceneic World 로 이동했는데, 여기는 블루마운틴의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게 약간의 인공이 가미된 테마 파크랄까? 케이블카 2 종 (씨닉 스카이웨이, 케이블웨이), 수직 낙하 기차 1종 (씨닉 레일웨이) , 그리고 산책로로 구성된 파크이다. 원래 탄광이었던 지역인데 폐광된 후 이런 사업을 한단다. 케이블카는 평범했지만 씨닉 레일웨이가 압권이었다. 52도 각도(체감은 거의 90도)로 돌 사이를 가르고 내려가는 열차로, 가장 가파른 여객 철도로 기네스북에 등록돼 있다고 한다. 스카이웨이 → 레일웨이 → 워크웨이 (산책로) → 케이블웨이 순으로 탑승했다.

로라
블루마운틴에서 시드니로 돌아 갈 때 들린 로라 Leura라는 마을은 왜 들렀는지 모르겠다. Josophan’s Fine Chocolates란 가게의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해서 줄서서 사먹었는데 특별한 맛을 모르겠었음. 길가에 개성있는 소품샵들이 보였는데 내 관심사는 아니었어서 남는 시간동안 근처 슈퍼마켓에 잠시 들어가 호주 물가를 확인했는데 과일은 한국보다 확실히 싸더라. 길에는 관광버스 타고 들른 한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마을을 들리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텐데…

시드니 대학교
첫날 관광의 마지막 목적지. 처음 여행 일정을 볼 때부터 시드니 대학교를 왜 가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가보니깐 이해가 갔다. 고풍스러운 건물이 아름다워 인스타용 사진 찍기에 좋다. 다만 사진 찍는 것 외엔 할 일이 없다. 가이드는 커피 한 잔 하라는데 (가이드는 어디를 가도 커피 한 잔 하란다. 이 분은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마시길래, 그리고 저녁에 웬 커피?) 남의 캠퍼스에서 커피를 마실 이유가. 캠퍼스를 좀 걷다가 잔디 앞 벤치에 앉아 대학생들 구경하다가 투어 버스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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