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KM2022 학회가 웨스틴 피치트리플라자 호텔의 컨퍼런스홀에서 열려서 숙소도 이 호텔로 예약했다. 학회가 열리는 지역의 치안이 어떤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같은 건물에 묵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또 여러 모로 편하다.
처음 체크인할 때 24층 괜찮냐고 해서 꽤 높은 층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 호텔 73층 짜리 호텔이란다. 이 호텔이 오픈한 1976년 당시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이었다고.
체크인할 때 하우스키핑이 방에 들어가도 되냐고 질문하더라. 코로나 이후 생긴 질문일까? 매일 팁 내는 걸 아깝게 생각하기 때문에 잘됐다 생각하며 마지막날까지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혼자 써서 타월도 많이 필요없고 청소도 필요없을 것 같아서.
이 호텔, 묵어 보니 여러 모로 별로였다. 일단 방이 매우 시끄럽다. 방음이 잘 되지 않아 엘리베이터 소리가 하루 종일 들린다. 같은 호텔에 묵은 동료는 잘 때 귀마개를 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 내 방 건너편엔 창고나 직원들 쉼터가 있는지 들락날락하는 소리와 직원들 잡담 소리가 계속 들린다. 복도에는 언제나 청소 도구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어떤 날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10분 넘게 기다린 적도 있다.
룸 컨디션도 나쁜 편. 책상 위의 유리는 얼룩이 져있다. 베드 위의 독서등은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커피포트의 포트는 사라졌다. 제공된다고 써있던 목욕 가운도 없다. 욕실의 샴푸는 벽에 붙어있는데 컨디셔너는 선반에 올려져있다. 정리를 하다만 느낌. 룸서비스를 받기 위해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연결은 되지 않았다.
위치는 좋다고 말하기도 나쁘다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치안이 아주 좋은 지역은 아닌 듯하다. 좀 삭막한 편이다. 바로 길 건너에 푸드코트가 있어 장기간 숙박시 점심 때울만한 곳을 찾기는 쉽다. 불고기 덮밥을 파는 집도 있다. 지하철(MARTA) 역도 가까워서 혹시라도 지하철 타고 이동할 생각이 있다면 편하다. 애틀란타 다운타운의 관광 명소라는 코카콜라 박물관 (World of Coca Cola)나 조지아 수족관, 국립시민인권센터(National Center for Civil and Human Rights), CNN센터가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트립어드바이저엔 만족도 평균 4/5로 표시돼있지만 최근 리뷰는 그렇게 좋지 못하다. 내 기준으론 만족도 2/5 수준. 숙박 후 웨스틴에서 만족도 조사 메일 왔을 때도 불만을 잔뜩 적어 보냈다.





방에서 창밖을 보면 북동쪽에 굉장히 투박한 콘크리트 색 건물들이 보인다. 외양에서 보이는 위압감이 거의 검찰청 수준이다. 한편으론 미래의 건물 같기도 하다. 학회 가면 거의 돌아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나는 학회가 열리는 건물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2018년 CIKM 갔을 때의 토리노 링고또 빌딩 같은 경우처럼. 호텔 창 밖에 보이는 이 회색 빌딩에 대해 조사해보니 피치트리 센터 (Peachtree Center)라고 한다. 지금 묵고 있는 이 호텔까지 포함하여 애틀란타 출신 건축가인 존 포트만이 설계한 건물들이 가득한 이 일대를 피치트리 센터로 부르는 것 같았다. 이 웨스틴 피치트리 플라자 호텔 건물도 존 포트만의 작품.
존 포트만은 호텔도 많이 설계한 건축가인데, 고급 호텔이라고 하면 내가 머릿 속에 떠올리는 아트리움형 호텔을 처음으로 만드신 분이라고 한다. 아트리움 양식은 호텔의 중앙 공간을 하늘까지 관통시킨 뒤 실내 정원 등을 배치시키는 건축 양식을 말한다. 싱가포르에서 묵었던 리젠트 호텔도 이런 아트리움이 있었는데 역시나 존 포트만의 설계라고. 다만 이 웨스틴 피치트리플라자 호텔은 그렇게 높은 아트리움은 없다. 하지만 약 5층 높이의 개성 넘치는 아트리움이 있다. 그래서 학회가 열리는 컨퍼런스장과 로비에 오갈 때 마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 호텔과 거의 똑같이 생긴 건물이 있는데 바로 디트로이트에 있는 르네상스센터라고. 또 애틀란타 다운타운 바로 근처 하얏트 호텔에도 조금 작은 버전의 반사 유리로 둘러싼 원통형 건물이 있다. 모두 존 포트만 작품으로 근처 하얏트 호텔은 아트리움 타워가 처음 적용됐다는 듯.
한편, 이 호텔 오픈 당시에 로비 하단부는 연못(참고 링크)처럼 물로 차 있었지만 곧 물을 빼고 일반적인 형태의 로비로 바꿨다고.






이런 호텔을 머물 수 있는 학회라면 도대체… 사회적으로 이미 성공하신 분 같네요. 본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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