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고또 빌딩(Lingotto Building)은 이탈리아 토리노 링고또 (Lingotto) 지역에 있는 대형 건물이다. 예전에는 FIAT(피아트)의 자동차 공장이었지만 지금은 복합몰로 변신한 초대형 건물이다. 이 글은 이 건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1899년, 토리노에서 FIAT (Fabbrica Italiana di Automobili Torino)사가 설립된다. 1923년, FIAT은 링고토 자동차 공장을 오픈한다. 그 당시 유럽 최대 규모였다고도 하고 세계 최대 규모였다고도 한다. 한다. 지아코모 마테 트루코(Giacomo Mattè Trucco)가 설계한 이 공장은 특이하게도 다섯 층으로 돼 있는데 옥상에는 만들어진 자동차를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 트랙까지 만들었다. 1969년의 오리지널 영화 “이탈리안잡”에 이 테스트 트랙에서 찍은 씬이 있다고 한다.
1920년대 오픈한 이 공장은 1979년 마지막 차를 생산했고 1982년 마침내 문을 닫는다.
건축가 렌조 피아노 (Renzo Piano. 빠리 뽕피두센터의 그 렌조 피아노이다.)는 이 거대한 링고토 공장을 현대화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렌조 피아노는 공장의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다양한 시설을 추가하여 복합 공간으로 개조하였다. 옥상 위의 테스트 트랙도 그대로 남겼다. 현재 이 건물에는 회의장, 8갤러리라는 쇼핑몰, 호텔 두 개, 극장, 대학교, 미술관 등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와 같은 용도의 건물이 된 것이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CIKM 2018은 이 건물에 한켠에 위치한 컨퍼런스 센터에서 개최됐다. 이 컨퍼런스에 참석한 나는 이 건물의 NH 링고토 호텔에 묵었다. 그러다 보니 이 건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여전히 예전 공장의 투박한 구조가 남아 있어 예전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쇼핑몰이 돼버린 건물 한 켠에는 1층에서 옥상까지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는 거대한 자동차 램프가 남아 있다. 자동차 공장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라는 듯 호텔 로비에는 옛날 FIAT 모델이 전시돼 있고 호텔방에는 이 건물에서 생산한 FIAT 자동차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쇼핑몰에는 경품으로 건 FIAT 500이 전시돼 있다. 이런 요소 덕분에 나 같은 이방인도 이 건물에 대한 역사를 찾아보게 됐다.
이 건물 옥상 위에는 FIAT을 창업한 조반니 아녤리 (Giovanni Agnelli)의 개인 컬렉션을 모아놓은 미술관(Pinacoteca Giovanni e Marella Agnelli)이 있다. 호텔 룸에 이 미술관의 무료 입장권이 비치돼 있길래 귀국 전 날 들렀다. 작품이 몇 개 없어 유료로 관람하기엔 돈이 좀 아까울 것 같다. 이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날레또가 그린 베네치아 풍경이 몇 점 걸려 있어 즐거웠다. 얼마 전에 읽은 설혜심의 “그랜드투어: 엘리트 교육의 최종 단계”에 의하면 18세기 영국 귀족들은 이탈리아로 유학을 많이 왔는데 사진이 없었는 이 당시엔 유학생들이 이탈리아의 풍경을 담은 그림을 많이 샀다고 한다. 카날레또는 이런 풍경을 잘 그리는 화가였다. 이 외에도 비슷한 그림을 그린 베르나르도 벨로토 작품도 있다. 또 르누아르, 마네, 마티스, 피가소의 그림도 조금 있다.
미술관으로 올라가면 옥상에 있는 옛 자동차 테스트 트랙으로도 나가볼 수 있다. 이 곳에 올라가 옥상을 달렸던 FIAT의 자동차들을 상상해 본다.
… 코르뷔지에는 토리노의 링고토 피아트 공장을 가리켜 기술의 의인화라 정의했다.
자코모 마케 트루코(1869~1934년)의 설계에 따르면 1층부터 5층까지 나선형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으며, 옥상에는 자동차의 시승 트랙이 있다. 트랙은 면적이 약 7만 5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공장 전체의 둘레와 맞먹는다. 1982년 공장이 문을 닫은 뒤 렌초 피아노(1937년생)는 이 공장을 두 개의 호텔, 공예학교, 박물관, 쇼핑센터의 다용도 콤플렉스로 탈바꿈시켰다. 이것은 피아노가 테크놀로지와 인간의 필요를 다루는 재능을 발휘한 첫 번째 기회였다. 내부의 쇼핑가는 오픈 플랜이다. 강철 빔 천장은 유리 지붕을 지탱한다.
피아노는 옥상의 트랙을 박물관과 콘퍼런스 센터로 꾸몄다. 상자 모양의 박물관은 원래의 지붕 구조 위에 쌓은 낮은 축대 위에 세워졌다. 돌출한 평면 지붕은 마치 메인 박스 구조에 얇게 늘인 납으로 네 모퉁이에 잡아 맨 한 장의 콘덴서 코일처럼 보인다. 피아노의 투명한 볼라(양파 모양의 돔) 콘퍼런스 센터는 헬리콥터 이착륙장과 맞닿은 돌출한 판 위에 서 있다. 전통적인 트랙 옆의 미디어 부스와 공항의 관제탑을 참고해서 설계했으나, 마치 우주 시대와 제노아의 생물권을 보고 있는 듯하다.
링고토 피아트 공장: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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