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공연보다 나아졌지만 그 때 만족스러웠던 건 여전히 만족스러웠고 아쉬웠던 점은 그대로 아쉬운 공연이었다. 프리뷰 공연에서 발생 했던 하울링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이젠 없었지만.
다시 보니 확실히 내 취향이랑은 거리가 있는 작품. 나는 노래(하모니, 성량)를 가장 중요시 하고 무대 미술은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아이다는 조명, 무대, 의상은 완벽하지만 옥주현과 김우형의 노래는 어딘가 아쉽다. 사랑 이야기인데 둘 다 너무 드세다. 연출의 취향이겠지? 그러고 보니 내 취향을 공연으로 짧게 표현하자면 Jersey Boys인 듯 – 여자 주인공이 없다는 점에선 아쉽지만 ㅋ.
Jersey Boys의 공연 시작 전 무대. 무대장치는 이래도 공연은 내 마음에 쏙 들었음.
취향과는 별개로 어젯밤 공연에서는 찡한 감동을 얻었다.
암네리스가 첫 넘버에서 노래하듯 every story is a love story인데 이 작품도 러브 스토리. 지난 번에 봤을 땐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갑작스런 감정 변화에 동감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큰 그림을 아는 상태에서 봐서인지 훨씬 더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내가 라다메스가 되기도, 아이다가 되기도, 암네리스가 되기도. 같은 곡이 reprise 될 때는 그 곡이 이전에 나왔을 때의 감정도 잘 되살아나니 극에 더 몰입이 가능했고 – 이래서 스팸어랏에서 투덜댔던 것처럼 뮤지컬에선 했던 노래를 또 하는거지. 참 슬픈 사랑 이야기란 생각에 몇몇 장면에서 눈물이 글썽글썽 – 물론 제 눈은 원래 촉촉합니다만. 마지막 Elaborate lives에선 아이다도 울고, 라다메스도 울고, 나도 울었다 ㅜㅜ
[사진:아이다 공식카페] 생매장 직전의 아이다와 라다메스
엘튼 존의 음악은 극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꾸 듣다보니 좋아진다. 공연 보면 음악 수가 부족한 것 같은데 음반을 들으면 곡이 꽤 많다. 공연은 음악으로 꽉 차 있는데 음반을 보면 곡이 몇 곡 없는 빌리엘리엇과는 정반대의 느낌.
가사는 여전히 이해가 쉽지 않다. Elaborate lives는 어떻게 보면 사랑 고백 노래인데 가사가 제목처럼 참 elaborate – 까다롭게 복잡 – 하다. 원어 가사도 어렵겠지만 한국어 가사도 대박 어렵다. 게다가 한국어 가사는 원곡을 번안하는 과정에서 끊어 부르기도 이상하게 된 것 같고. 언어 이해 프로세싱이 느린 나 같은 사람이 알아 듣기에 무척 어렵다. 고백이 이렇게 알아듣기 어려워서야… 이 외에도 따발총처럼 아이다가 쏘아대는 대사 같은 건 속도가 너무 빨라 듣기 어렵더라.
Gods love Nubia는 가사를 듣고 있자니 삼일절 행사 같은 곳에서 누비아를 대한민국으로 바꿔 뮤지컬 배우들이 부르면 참 멋지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트친이신 펑크님은 이 곡을 차지연씨가 부르는 걸 상상해보라고 했는데 정말 대단할 듯. 올해 삼일절 열린음악회엔 차지연씨의 Gods love Nubia를! 😉
이번 공연에서도 여전히 정선아씨는 짱!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캐스팅이다. 특히 My Strongest Suit 정말 잘 하신다. 진짜 이 씬만 10번 정도 반복해서 보고 싶음 (선아씨와 앙상블은 옷 갈아입느라 기절할 듯 ㅋㅋ). 이 곡을 시원스럽게 부르는 모습을 보니 선아씨가 Wicked의 Defying Gravity를 부르는 걸 듣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사진:아이다 공식카페] My favorite scene, My strongest suit
그리고 몇 곡 안불렀지만 호영씨 목소리 빛깔이 너무 좋아 호영씨 곡이 적은게 아쉬웠다. 희안하게 내가 최근에 본 호영씨 공연에서 호영씨가 노래 많이 하는 경우가 없다.
1월에 아이다 카페에서 게릴라 퀴즈란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이에 대해선 언제 다시 한 번 포스팅을 해야지…) 그 때문에 공연을 좀 더 재미있게 본 듯.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키스하는 횟수를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ㅋㅋ
이 날은 현장구매 40% 할인 깜짝 이벤트가 있어 공연을 보러 갔다. 그런데 할인 티켓을 사려면 암호를 대야 했는데 암호는 “내가 아이다다!”였음 – 극중 네헤브카의 대사 –;;; 설마 실제로 암호를 물어볼까 생각했는데 매표소 아가씨가 정말 묻는다 –;;; 물어보는 아가씨도 민망해 하고 대답하는 나도 민망해 했다는;;
내가 선택한 곳은 2층 날개석(벽에 튀어나온 좌석)인데 가리는 부분이 거의 없어 가격 대비 상당히 괜찮더라. 내 자리는 좌측 날개였는데 무대 하수 뒷편에 배우들이 섰을 때만 시야 장애가 있었다. 4만원짜리 최저가 좌석인 B석으로 40% 할인 받으니 24,000원. 20% 할인만 받아도 티켓값은 할만한 좌석이다. 단, 비스듬히 앉아 측면으로 무대를 보는 건 조금 불편하고 1층 관객 중에 매너없이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눈에 거슬린다. 1층 좌석 기준으로 12열 정도였음.
1층 첫열에서 봤다가 2층에서 보니 바닥 조명이 잘 보이는 게 좋더라. 빨래씬에서 옥빛 강물에 감탄을 했다. 어떻게 천과 조명으로 저런 색을 만들어 내는지… 2층에선 군무도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특히 2층에서 보는 Dance of the Robe 군무는 1층에서 볼 때와 확연이 느낌이 다르다. 아이다를 중심으로 한 꿈틀거리는 원이 무척이나 역동적. 예전에 뷰티풀게임을 3층과 1층에서 볼 때 확연히 안무가 다르게 느껴졌던게 떠올랐음.
마지막으로 박칼린 감독의 인기는 여전했다. 공연 시작 전 주변에서 그 좁디 좁은 구멍 뚫린 오케스트라 피트의 지휘자 공간을 바라보며 박칼린, 박칼린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박칼린 감독이야 말로 뮤지컬 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가 아닌가 싶다. 오만석, 엄기준같은 스타 뮤지컬 배우들이 TV로 갔지만 박칼린 감독의 인기나 인지도가 훨씬 높지 않은가?
성남아트센터 로비
2011년 12월 8일 화요일 20:00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2층 L1 7번
B석 현장 40%할인 24,000원
오, 역시 뮤지컬을 보고 와서 읽으니 다시 읽히네요!! 이 리뷰를 보고 아이다 예매를 했는데..ㅎㅎ
근데 저도 노래가 얼마 없다고 생각했는데..많다니 의외!
그리고 사실 저는 아이다는 그렇다고 해도 김우형 씨는 노래하는 색깔이 아이다 뮤지컬엔 잘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약간 락가수 같달까? 개성이 있는데 특히 다른 배우와 노래를 할 때는 튀더라고요.
무대, 조명, 의상은 진짜 멋있었죠. 저는 첫부분 쯤에 배에서 노예들 내리는 장면도 정말 감탄하게 아름답더라고요. 그림자인형극처럼 만드는 장면이면서도 입체적인 화면.
빨래터 장면도 정말 예뻤고요. 진짜 다채로운 색깔의 향연 같은 공연이더라고요.
다만, 몬테크리스토에서 느꼈던 어떤 ‘강렬하고’ ‘성량 풍부하고’ ‘멜로디가 감미로운’ 곡이 없다는 느낌? 그렇지만 자꾸 반복되는 두 곡 정도는 좋더라고요.(벅스에서 구해볼까 해요.ㅎ오빠가 말한 그 까다로운 노래.ㅋ)
아무튼, 오빠의 엔딩 정리, 감동.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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