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금발)를 미국에서 한 번, 한국에서 두 번 봤고, 이번이 네 번째다. 같은 공연을 두번 이상 잘 안보는 나로선 꽤 예외적인 일인데 그만큼 이 상큼 발랄한 공연을 좋아한다. 실제 근 1년 동안 이 작품의 대표 넘버 중 하나인 ‘So Much Better’를 내 아이폰의 벨소리로 쓰고 있을만큼 ^^.

별 고민 없이 와이프가 시간 나는 날로 예매 했더니 에밋을 제외하곤 내가 다 원하던 캐스팅. 오랜만에 김수용씨를 무대에서 보고 싶었으나 톡식히어로를 통해 눈에 들어온 라이언의 에밋도 궁금했기 때문에 큰 불만은 아니었고.

티켓 오픈하고 한참 뒤에 예매했는데도 1열 중앙 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서 기뻤다. 예매사이트에서 1열을 포함해 많은 자리가 남아 있는 걸 보고 극장이 텅텅 빌 줄 알았는데, 웬걸 공연 당일 가보니 거의 꽉 찼더라. 영업팀이 열심히 했나보다. ㅋ
오버추어 없이 (라이브오케스트라가 아니라 MR공연. 작년에도 이랬던가?) 첫 넘버 ‘Ohmigod you guys’로 시작. 다들 목이 안풀린 느낌이었는데 뒤로 갈 수록 모두들 컨디션 회복. 2막 시작할 때의 ‘Whipped into shape’씬에서 줄넘기 실수가 잦은게 아쉬웠다. (심지어 백주희씨마저!!!). 공연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그런걸까? 그 외에는 모두 오케이!
금발은 절정의 가창력을 가진 배우가 부르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에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다. 금발엔 다소 가볍지만 괜찮은 음악이 있고, 다양한 잔재미가 있는 스토리라인이 있다. 그래서 관객이 다른 공연과 비교해도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웰메이드 공연이다. 이런 점에서 올초에 봤을 때나 이번에 봤을 때의 감상이 비슷하다. 다만 배우들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배우들에 대한 감상만 적어보겠다.
김지우 (엘)
금발에선 여주인공이 절반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작년에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 우려가 있었는데 김지우씨는 작년에 참 잘했고, 내가 올해 이 공연을 다시 보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김지우씨가 성량이나 노래, 안무 측면에서 분명히 부족함은 있지만 엘우즈 역에 딱 들어맞는 블링블링, 샤방샤방, 상큼발랄한 배우란 건 확실하다. 역시 공연은 여자 주인공이 예뻐야;;;;

라이언 (에밋)
에밋은 공부와 알바에 지친, 좀 허름한(?) 스타일의 캐릭터여서 작년의 도현에밋은 머리도 막 헝클어져 있고 그랬는데 라이언에밋은 헤어도 스타일리쉬, 허름한 옷을 입어도 스타일리쉬해 원래 캐릭터보다 훨 멋진 남자. 2막에 엘이 스타일 안좋은 에밋을 백화점에 데려가 간지남으로 바꿔주는 씬(Take it like a man)이 있는데, 골덴 바지와 자켓을 입고 있어도 훈남이던 에밋이 간지꽃미남으로 변신함. 주위에서 여자 관객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동시에 쏟아져 나왔음.
엘보다 선배 역이어서 나이가 몇 살 더 들어보여야 하는 캐릭터인데도 라이언군은 좀 어려보이고 게다가 엘이 좋아하는 워너보다 외모도 뛰어나(이창원씨 지못미 ㅜㅜ) 극 내용이 현실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 -_-;;

김재만 (아랍왕자 등)
‘금발’의 스타 멀티맨 임기홍씨와 함께 아랍왕자, 엘 아빠, 폴렛 전애인 역등을 더블로 하시고 있는 김재만씨. 캐릭터 자체가 워낙 재미있는데도 불구하고 기홍씨처럼 기절할만큼 빵빵 터질 정도는 아니었음. 일단 외모부터 기홍씨한테 밀리(?)지 않나 생각된다 ㅎㅎㅎ. 떼창 사이로 간간히 들리는 노랜 기홍씨가 훨씬 나은 것 같고.
성기윤 (캘러핸)
올해 ‘금발’ 공연에서 가장 기대했던 배역이었다. 기윤씨 버젼의 ‘Blood in the water’가 무척 궁금했는데, 노래의 전체적인 키가 기윤씨의 음역보다 많이 낮아 기윤씨의 가창력이 충분히 나오지 못한 느낌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더블캐스팅 된 김형묵씨의 노래는 어떨지 궁금하다. 작년엔 종진씨 공연만 봐서…
김경선 (폴렛), 최영화 (비비안), 최현선 (애니드)
이 셋은 금발의 디바랄까? 내가 뽑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여배우 셋. 셋이 모두 참여해서 부르는 Legally Blonde Remix가 참 좋았다. 경선씨의 폴렛 연기는 작년의 전수경, 추정화 폴렛보다 훨씬 내 취향이었다. 경선씨 노래 잘하는 건 알고 있었고. 최영화 비비안 같은 경우 외모만 보고 ‘비비안도 한 노래 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했는데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고음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최현선씨는 작년 공연에서도 같은 역을 하셨던 것 같은데 파워풀한 목소리가 훌륭.

이전이나 지금이나, ‘금발’ 한국 프로덕션은 뮤지컬을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알리는데 좋을 작품이다. 지우엘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니 남자 관객들도 좋아하리라 (다만 뮤지컬 관객 중 남자의 비율이 매우 작은게 아쉬운 점). 다양한 프로모션 덕에 40% 할인을 받을 기회가 많은 것도 이 공연의 장점!
- 출연: 김지우 (엘 우즈), 라이언 (에밋), 성기윤 (켈러헨), 백주희 (브룩), 김경선 (폴렛), 최영화 (비비안), 이창원 (워너), 김재만 (듀이&아랍왕자)
- 스탭: 장유정 (연출), 장소영 (작곡/음악감독), 이지혜 (각색/개사), 강옥순 (안무)
2010년 11월 23일 화요일 20:00
코엑스 아티움 1층 B블럭 1열 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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