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가서 뮤지컬 Jersey Boys의 전미투어 공연을 보고 왔다. 작년에 토니상 뮤지컬 작품상을 받은 작품.
사람마다 뮤지컬에서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다 다르겠지만 난 노래에 우선 순위를 둔다. 특히 교가와 응원가도 화음을 넣어 부르는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화음을 넣어 부르는 배우의 중창과 합창을 좋아한다.
뮤지컬 Jersey Boys의 많은 넘버들은 실존그룹이었던 포시즌스 멤버역의 네 배우가 합창으로 부른다. 이 뮤지컬의 곡들은 대부분 실제 포시즌스가 부른 록앤롤인데 남자 4명이 화음을 넣어서 부르는 곡들이 아주 흥겹다. 그리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좋아할 듯. 게다가 율동은 얼마나 깜찍하고 귀여운지. ㅋㅋ
사실 나는 기존의 히트곡을 모아 만든 작품에는 부정적이었다. 맘마미아처럼 곡들을 여러 상황에 적절히 대입시킨다면 모를까, 극중 가수가 공연하는 씬에서 히트곡을 부른다는 건 작품을 너무 거저 만드는게 아닌가, 그렇게 하면 보통 콘서트와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이며 무슨 재미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Jersey Boys를 보니깐 이 생각이 바뀌었다.기존의 곡을 극중 가수가 공연하는 씬에 넣어도 이렇게 맛깔나게 작품을 구성할 수 있구나란 깨달음.
이 공연을 보면서 줄곧 최근에 본 우리 뮤지컬 ‘하루’와 또 다른 창작뮤지컬 ‘와이키키브라더스‘가 생각났다. 와이키키브라더스는 이미 존재하는 히트곡을 사용했고 밴드가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자꾸 떠올랐는데, 사실 와이키키브라더스에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한 나는 왜 와이키키브라더스는 Jersey Boys처럼 잘 만들지 못했을까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와이키키브라더스를 3번 봤는데 항상 그저 그랬다. 최근 본 뮤지컬 하루가 떠오른 건 너무 잘 만들어진 Jersey Boys와 비교가 돼서.
사실 공연 내용 중 제대로 알아 들은 부분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 그런데도 참 재미있게 봤다. 내용과 곡이 새로워서 더 재미있게 다가온 것인가 싶기도 하고…
사석이라 싸게 산 티켓이었는데 우측 끝이지만 앞에서 2번째 줄. 잘 안보이는 곳이 조금은 있었지만 배우들 침튀는 것까지 보일 정도로 무대에서 가까워 배우들 표정 하나 놓칠 수 없었다. 극 진행 템포가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움직이는 배우와 소품들, 배우들의 하모니를 보며 감탄 감탄. 공연 끝나고 기립 박수 받았다. 티켓 사려고 극장 밖에서 기다릴 때 낮공연 보고 나온 관객들이 “Fabulous!”라고 하며 나서던데 그럴만 하다. 공연 끝나고 내 옆에 앉은 미국 아줌마도 “Great show!”라고 감탄.
이 공연이 한국에 들어오면 누가 주인공 프랭키밸리 역을 맡을까 궁금하다. 주로 가성을 써서 3옥타브 영역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누가 어울릴까? 잘못하면 가성 쓰는 부분에서 관객들이 웃을 가능성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으니 신중히 배우를 결정해야할 듯. ^^
공연장에선 이 공연 CD (Broadway original cast 녹음)를 $25에 팔았다. 하지만 공연 전에 갔던 근처 Borders(서점)에서는 $16 정도에 할인을 하더군. 공연이 늦게 끝나서 Borders에서 못샀는데 다음에 샌프란시스코 갈 일 있으면 꼭 가서 사야지.
아래는 누가 YouTube에 올려놓은 Jersey Boys 샌프란시스코 공연장면.(유튜브동영상이 삭제되어 여기서도 삭제) 배우들의 춤을 보라. 정말 깜찍하지 않은가? 건장한 남자 4명이 추는 춤 치고 너무 앙증맞다. -_-
2007년 1월 14일 @ Curran Theatre,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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