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7일 일요일 저녁 공연 @ 유니버설아트센터
작년에 예매한 뮤지컬 하루를 보고 왔다. 꽤 많은 수의 뮤지컬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이 창작 뮤지컬의 4회째 프리뷰 공연을 보고 온 것이다.
1. 앙상블의 수가 꽤 되는 대형 창작 뮤지컬인데 겨우 네번째 공연이라 공연 진행이 많이 어설플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문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2. 진짜 문제는 공연이 진행돼도 쉽게 고쳐질 수 없는 스토리라인. 공연 중간 중간 뜬금없는 씬들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등장한다. 1막의 갑신정변 씬이나 2막의 비행기 씬 등은 정말정말 없어도 하나도 안이상할 장면들. 왜 이런 장면들을 넣어놨을지 한참을 고민해도 답이 안나온다. 1막에서 간단히 주인공 두 쌍이 얼마나 서로를 좋아하는지 찐하게 보여주고(이게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지 2막이 의미가 있다.), 2막에 지금 스토리 대로 마무리 하면 깔끔한 공연이 됐을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 베르테르를 보라. 베르테라가 좌절하면 관객도 같이 좌절하지 않나? 하지만 이 공연은 주인공이 다 죽어도 별로 슬픈 감정이 안 들 듯.
너무 큰 무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중요하지도 않은 얘기를 이것 저것하느라 전체 이야기의 초점을 흐려놓는다.
3. 공연 전반의 음악에 일관성을 못느끼겠다. “같이 장을 보고 어쩌고” 하는 노래가 인상적이었는데 가사는 기억나도 음악은 전혀 기억이 안난다. 이정도면 대충 실패 아닌가? 언제나 내가 주장하는 것이지만 공연으로만 사람들이 주제곡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으면 로비에서도 팍팍 틀어라.
4. 그 웃기는 우체국 의상 꼬라지는 뭔가? 아가씨와건달들에 나오는 구세군 복장아닌가? 왜 다 같이 우체국에서 일해도 주인공 최성원씨 옷만 정상적(?)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다 구세군 복장인가?
4. 인터넷에서 본 광고동영상에나 나오는 하얀 옷(H.O.T 단복 같다)은 서범석씨 빼고는 커튼콜에만 입고 나올 걸 왜 그렇게 광고를 했는지. 하여튼 뭔가 핀트에 어긋난 공연이다. 인기 배우들 우르르 캐스팅하고 웹에 야외 촬영까지 한 동영상과 사진 올리는 걸 보니 공연질보다는 마케팅에 승부를 건 공연이란 생각도 든다.
5. 김선경씨와 엄기준씨 커플이 보기에 괜찮았는데 왜 선경씨는 자신의 성숙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아들레이드 같은 코맹맹이 소리를 냈을까? 파트너인 엄기준씨가 어려서 어울려 보이려면 그렇게 해야했을까?
5. 이 공연의 가장 큰 문제는 좌석. 언제나처럼 1층의 앞쪽으로 자리를 예매했다. 예약이 늦어 비록 좌측 끝이었지만 무대에서 가까워서 티켓값에 비해 적절한 좌석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봤는데, 무대의 1/4 가량이 보이지 않는 사석이다. 이런 사석을 S석이란 딱지를 붙여 6만원(프리뷰는 40%할인)에 파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간다. 극단 홈페이지 보면 좌석 때문에 난리가 났다.
6. 극단 홈페이지 가서야 알았는데 제작사인 엠뮤지컬이 몇년 전에 뮤지컬 마네킹을 올린 극단이군. 그 공연을 보고 내가 사상 최악의 공연평(-_-)을 썼던 기억이 나는데, 공연 보기 전에 공연의 질을 갸늠할 수 있는 첫번째 요소는 극단의 name value인 듯.
7. 주차 무료인 것은 마음에 든다.
쓰다보니 단점을 많이 썼지만 그래도 시작한지 얼마 안된 공연치곤 아주 나쁘진 않았다. 1막 마지막에 나오는 효과는 아주 그럴 듯 했다. 하지만 공연 외적인 문제가 너무 많은 듯.
그리고 제작사와 스탭에게 의견을 하나 드리자면 차라리 패러디 코믹 뮤지컬을 하나 만드는 건 어떨까? 명성황후를 패러디 한 1막의 갑신정변씬은 전체 이야기에 안어울려서 그렇지 정말 재밌었다. 진짜다.
(최성원, 윤공주, 김선경, 김재만씨 공연)
One thought on “뮤지컬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