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로비에서 찍은 사진
2002/08/26 @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꽤 오래전에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 허준호씨의 카리스마, 남경주씨의 노래(남경주씨가 그렇게 노래를 멋지게 하는건 처음이었음. –;), 그리고 멋진 군무와 합창에 뻑 가버렸던 뮤지컬.
그래서 갬블러 음반을 자주 들었더니, 이번달 초 ‘섬머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갬블러 하이라이트를 보고는 ‘식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었죠. –; (워낙 같이 공연했던 유린타운이 마음에 들어서일지도.. ^^)
그리고 오늘 본 공연을 봤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스토리도 탄탄하고요, 음악도 다 괜찮았습니다. 뮤지컬에는 극 자체가 희극이던 비극이던, 코믹한 장면들이 꼭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장면들은 재미가 있고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장면에서도 몰입될 정도로 재미있는 뮤지컬은 몇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갬블러는 극 내내 지루하지가 않았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구에 대한 뮤지컬입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욕구 때문에 파멸한다는 줄거리. 줄거리는 거의 알고 갔는데도 마지막에 남경주씨가 쇼걸을 버리고 도박을 할 때는 긴장감이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백작부인의 쇼걸에 대한 집착은 끝까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 갬블러의 음악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 머리 속에는 갬블러의 갖가지 넘버들이 뛰어 놀고 있습니다.
허준호씨의 도박사들을 휘어잡는 연기도 훌륭했고(거의 배역이 ‘신’이더군요. –), 남경주씨의 노래도 좋았고(위에서 말했 듯이 남경주씨 노래가 마음에 들었던 건 ‘태풍’ 이후로 처음… ^^), 최정원씨의 노래와 연기도 좋았습니다. (최정원씨 연기가 어색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 인 듯. -_-;;;;)
반면에 김선경씨의 백작부인 역은 좀 안어울린 듯. 김선경씨를 좋아하는데도 백작 부인으로의 김선경씨는 너무 덜늙은 것 같기도 하고, 노래도 잘 안어울리고… 차라리 김선경씨가 쇼걸 역을 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번역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자면, 마지막 곡 ‘Time’의 time을 그냥 ‘타임’이라고 번역했는데, 그것보단 ‘시간’이라고 번역하는 게 더 좋았을 듯 싶고, 쇼걸의 넘버인 ‘Limelight’에서 ‘라임라이트’를 한국말로 번역은 못하더라도, 라임라이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다른 방법으로 미리 알려줬으면 관객이 쇼걸의 노래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황현정씨 팬인데, 황현정씨 오늘 안나왔더군요. (극장 더블캐스팅 소개에는 코러스가 변경되는 건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더군요.) 유린 타운에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