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뮤지컬 공연 실황을 찾아서 보고 있다. 뮤지컬 영화가 아닌 무대 뮤지컬을 녹화한 영상들을. 이번 주에 본 두 편의 감상을 적어본다.
뮤지컬 빌리엘리어트 Billy Elliot the Musical Live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에 영화로 나온 뒤, 2005년에 뮤지컬화 됐고, 2014년에 이 공연을 영상으로 옮겼다. 이 실황 영상은 웨스트엔드의 빅토리아 팰러스 씨어터의 2014년 9월 28일 공연을 녹화한 것으로 오리지널 영화의 감독이었던 스티븐 달드리 Stephen Daldry 감독이 이 실황 영상도 감독했다1.
난 빌리 엘리어트 무대 뮤지컬을 2011년 서울에서 본 적 있다. 당시 후기에도 썼지만 엄청 마음에 드는 공연은 아니었다. 공연 실황도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80년대 영국 대처 정부의 파업 이야기를 영국인들이 하니 조금 더 몰입이 되더라. 그래서 무대 공연보다 더 슬프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빌리의 오디션 뒤에 “Mr Elliot, good luck with the strike” 이라고 하는 것도 더 찡하고.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같달까? 빌리 아버지 역의 데카 월름스리 Deka Walmsley 배우의 침튀기는(?) 연기가 이에 도움을 줬다.
어린 주인공이 너무나도 중요한 공연인데 주인공 빌리는 엘리엇 한나 Elliott Hanna가 맡았는데 진짜 잘했다. 공연 지분의 90%는 있을 것 같은데 훌륭히 해냈다. 핵심 안무 장면인 1막의 Angry Dance와 2막의 Electricity는 화면을 통해 봤지만 짜릿한 전율이었음.
애들을 데리고 이런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놀랍다. 어린 배우들에게 발레, 탭, 공중제비를 가르치는 것도 어려웠겠지만 이런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자체가 놀랍다는 것. 엘튼 존이 작곡한 음악은 극에 잘 어울렸지만 뛰어난 가창력이 필요한 곡은 없어서인지 확 기억에 남는 넘버는 없다. 빌리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말하는 Electricity 정도가 기억에 남지만 안무 중심의 곡이고 노래는 처음과 끝에만 있는 곡이라 타 뮤지컬의 대표 넘버에 비하면 좀 약하다.
무대 뮤지컬에서 감탄한 Solidarity씬의 연출은 여기서도 무척 훌륭했다. 어른들의 현실은 가슴 아프지만 다음 세대의 작은 희망은 밝을 수 있단 가능성을 옅볼 수 있다는 슬픈 이야기를 참으로 잘 살렸다.
이 공연 실황에선 커튼콜 후 역대 빌리들이 다 나와서 합동 공연도 한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대여해 봤다.

뮤지컬 오페라의유령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오페라의 유령은 말할 것없이 메가 히트 뮤지컬. 이 작품의 25주년을 기념해 2011년 10월에 런던의 유서깊은 공연장인 로열 앨버트 홀에서 3회의 특별 공연을 했는데, 그걸 영상으로 담은 게 바로 이 실황. 원래는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처럼 콘서트 형식을 생각했으나 제작자인 카메론 매킨토시와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완전한 공연이 되길 원해서 계획이 바뀌었다고 한다.2
로열 앨버트 홀은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기에 적합한 형태가 아니라서 무대 메커니즘의 진수인 원작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공연장에 맞춰 무대 장치의 변형을 가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무대의 뒷쪽은 LED 스크린으로 덮어 무대의 부족한 점을 보완했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이 보이는 거울은 원래 공연에서는 거울 소품이 등장하지만 이 기념 공연에서는 LED를 거울처럼 사용했다. 또 샹들리에는 떨어지지 않고 천정에 붙어있는채 폭발한다. 원작에서는 지하의 팬텀 공간에 간 크리스틴이 자신의 모형에 놀라 기절하는데 이 실황에선 그냥 기절한다. (…) 보통은 무대 아래에 있는 오케스트라는 무대 위 2층에 올라가 있다. 한편 기존 공연보다 훨씬 더 많은 앙상블과 더 큰 오케스트라로 음악과 시각적인 풍부함을 더 한 걸로 보인다. 영상으로 봤을 때 앙상블만 60명 이상되는 것 같다.
앤드류 로이드웨버의 황홀한 음악으로 가득 찬 건 원작과 동일하다. 너무 클래식하여 내 취향은 아니긴 하다. 계속되는 소프라노에 나중엔 좀 질릴 정도. 영상 매체의 특징 상 배우들의 표정을 확대시켜 볼 수 있어서 좀 더 주인공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는 있었다. 특히 크리스틴 역의 시에라 보게스 Sierra Boggess 배우의 연기가 마음에 들었음. 2막의 Don Juan Triumphant에서 팬텀의 끈적함과 그걸 느끼며 팬텀임을 깨닫는 크리스틴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 나는 2002년에 오페라의 유령 국내 프로덕션 초연을 봤는데 그 때보다 더 흥미롭게 본 것 같다.
공연 이후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기념사를 하고 오리지널 크리스틴 다예이자 웨버의 전 부인인 사라 브라이트만이 대표곡 중 하나인 Angel of Music을 부른다. 이 때 역대 팬텀들인 여러 배우들이 나와 “Sing for me”라고 하며 고음을 부추긴다. 오리지널 팬텀인 마이클 크로포드는 뒤늦게 등장은 하지만 노래는 안 했다. 난 건강에 이상이 있어 노래를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니 그가 출연하는 The Wizard of Oz의 낮공을 막 마치고 왔고 저녁 공연도 해야해서 목을 보호하기 위해 노래를 안 한 거라고.3
유튜브 The shows must go on!채널에 공개돼 있다. 한국어 자막은 없지만 영한 자동번역을 사용하여 만들어 주는 자막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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