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13 @ LG Art Center
한참 기다려 오던 “오페라의 유령”을 드디어 봤습니다(7시공연). 윤영석씨의 팬텀, 이혜경씨의 크리스틴, 이유라씨의 칼롯타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냥 그랬다’.라는 정도.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려온 후에도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느낀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네요..
일단 좌석이 1층 제일 마지막 줄 S석이었습니다. 전 항상 뮤지컬 볼 때, 앞에서 10번째줄 내의 좌석을 선택해왔는데, 이 공연은 너무 비싸서 고민하다가 선택한 것이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1층이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직접 가보니(엘지아트센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거리가 꽤 멀어서 배우들의 표정을 보기가 불가능하고, 무대의 조명이 전체적으로 어두워서 웬지 흐릿하게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극에 몰입하기에는 무대가 너무 멀었습니다. 혹은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했던지요. 라디오에서 성우들이 목소리만으로도 청취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생각하면 무대와 좌석 사이의 거리만이 제가 느낀 불만족의 원인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페라식의 발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도 공연이 그저 그랬던 이유가 될 것 같고.. (같은 “Think of me”를 부를 때도 칼롯타의 노래보단 크리스틴의 노래가 훨씬 마음에 들었죠… ) 또, 공연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게 원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줄거리를 너무 알고 갔던 것도 또다른 원인 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지만 무대 장치만큼은 정말 극찬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지하 호수를 팬텀이 노 저어가는 장면은 정말 “으악!”소리가 나올만큼 환상적이더군요. 가면무도회장면도 아주 화려하고요. 제가 우리나라 뮤지컬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이 무대장치였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가장 큰 만족을 바로 무대 장치가 줬습니다. 🙂
배우분들 다 훌륭하셨지만, 특히 크리스틴과 라울, 극장주와 앙드레역의 이혜경, 류정한, 김봉환, 서영주씨의 연기와 노래가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공연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profile 살펴보니 모두 뮤지컬 경력이 많으신 분들이군요… 이혜경, 류정한씨는 모두 뮤지컬대상 신인상도 수상하셨고.. 역시 제 선호도가 그대로 반영된 듯)
한 번 정도 더 보면 공연의 이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더 볼 때는 적어도 VIP석 근처의 R석에서 보고싶기 때문에 지갑 사정상 다시 보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흑흑.
아..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은 박수치기가 정말 애매모호하더군요. 보통 넘버가 끝나면 박수를 치는데, 이건 넘버가 끝나고 막바로 유령의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이 많아서 박수치기가 애매모호한 듯. 전 극중간 중간에도 마음에 들면 박수를 쳤는데, 저만 그러더군요. -_-;
PS : 동행한 여자친구는 1막에서도, 2막에서도 졸더군요.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1막이 좀 더 지루했는 듯).
PS2 : 혹시 이 공연을 보실 분들에게는 VIP석이나 VIP석 주위의 R석을 권합니다. 더 비싼만큼 제값을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