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벤트에 당첨돼서 본 뮤지컬 레베카. A석이란 얘기는 들었지만 그 큰 극장의 제일 꼭대기 자리인지는 몰랐음. 실망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니 그런 뒷자리에서 보는데도 괜찮더라. 작품의 힘!!
제목이 레베카이지만 레베카는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사망한 레베카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스릴러이다. 레베카가 없는 이 공연의 히로인은 바로 댄버스부인. 엄청난 고음의 넘버를 소화해내야 하는데, 신영숙 배우는 아주 잘 했다. 메인 넘버라고 할 수 있는 레베카2를 부를 땐 고음 부분 ‘베’에서 돌고래 소리가 나기도. 이 부분이 아주 인상적인 게, 여기서 갑자기 높은 음이 나올 거란 예상이 전혀 안 됐기 때문.
같은 역을 맡고 있는 옥주현 배우도 이 역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신영숙 대니(댄버스 부인의 애칭)의 노래를 들으며 비브라토가 조금만 약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옥 배우가 그럴 것 같다. 정말 시원시원하게 부를 듯.
2013년 레베카 공연에서 옥 배우가 부르는 레베카2 (3:20부터)
이 영상을 보니 떠오르는 장면 하나: 위 영상 상황의 상황은 악의를 품은 맨더스 부인(옥주현)이 ‘이히'(김보경)에게 부적절한 가장무도회 복장을 추천해서 이히가 열받아 있는 건데, 비슷한 상황이 뮤지컬 위키드에서 있었다. 마무리는 반대였지만. 위키드에선 글린다(김보경)가 무도회에 가는 엘파바(옥주현)에게 이상한 모자를 추천했다. 글린다의 각성으로 훈훈하게 상황이 해결된 위키드와는 달리 레베카에선 방귀 낀 놈이 성내는 형태가 됨.
어쨌든, 각 사람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레베카는 기본적으로 잘 만든 공연이다. 무대도 잘 만들었고, 영상의 활용도 좋고, 스토리도 긴장감 있고, 배우들 연기와 가창도 좋다. 무엇보다 댄버스 부인의 시원 시원한 고음을 듣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공연이다.
이 공연을 떠나 최근 본 국산 라이센스 뮤지컬들(위키드, 시카고, 그리고 이 레베카)의 퀄리티가 상당해 참 기쁘다.
2014년 9월 28일 오후 2시00분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3층 6열 19번
A석 삼성전자 멤버십 블루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