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을 거쳐 귀가한 이야기에서 계속…
수영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호텔 셔틀을 타고 센트럴로 다시 나갔다. 7시 30분 셔틀을 타고 나갔는데, 침사초이에 도착하니 7시 50분. 8시부터 시작하는 심포니오브라이트를 볼 수 있겠다 싶어 식사는 잠시 미뤄두고 홍콩문화센터 앞 해안가로 갔다. 심포니오브라이트 (Symphony of lights)는 매일 밤 8시에 빅토리아 항구를 사이에 둔 홍콩의 33개 빌딩을 조명과 레이져로 화려하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심포니오브라이트는 홍콩의 건물들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으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좀 시시하다. 롯데월드의 레이저쇼가 규모는 작지만 스토리는 더 낫다. 심포니오브라이트만 보려고 먼 길을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녁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무계획 여행 중이므로 딱히 알아 놓은 곳이 없다. 호텔 셔틀을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본 샹그릴라호텔쪽의 노천 펍으로 가기로 한다. 원래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앞 스타의 거리를 따라 가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인터컨티넨탈 뒷쪽 대로 (Salisbury Road)로 갔다. 그 쪽은 항상 공사중이라 어두컴컴하고 분위기도 안 좋고 길도 안 좋았다. 따라오던 아내와 딸은 불안해했다.
약 20분쯤 걸어 원하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몇몇 노천 펍 중 침사초이 샹그릴라 호텔 옆 윙온 플라자의 ‘The dog house’ (개집?)에 들어갔다. 핫독을 팔아서 dog house인 듯. 금/토요일 밤엔 인당 HKD 250 이상을 시켜야 한다고 적어놨길래 웨이터에게 물어봤더니 무시해도 된단다.
야밤의 걷기에 힘들었을 아이들과 아내 모두 음료수를 주문하고, 음식(핫도그와 BBQ 립 절반)을 주문했다. 아내가 아들을 위해 포도 쥬스를 시켜줬는데 실제로 전달된 것은 아들이 싫어할 그레이프푸룻 쥬스. 아내가 메뉴의 grapefruit을 grape로 잘못 보고 시킨 것. 포도 쥬스는 메뉴에도 없었다. 우리 실수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웨이터가 우리가 원하는 사과 쥬스로 바꿔준다고 했다. 쌩큐~!
생각보다 조금 컸던 핫도그. BBQ 립 사진은 없는데 립도 굉장히 컸다.
레몬 쥬스를 시켰던 딸. 맛이 이상하단다. 잘 안 저었나?
노천의 테이블에 앉아 먹었기 때문에 여행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되자 밴드가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스탠다드 팝을 부르던 이들이 테이블 위의 쪽지에 신청곡을 적어 달라고 하자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Let it go’와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을 적었다.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딸이라도 이 쪽지를 전달하긴 민망했는 듯, 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에게 줬다. 동생은 뭣도 모르고 신청곡 종이를 받아 쥐고 있었는데, 밴드의 보컬이 그 모습을 보고 아들에게 신청곡 쪽지를 받아 갔고, 곡 제목을 보고 웃더라.
밴드에 완전 몰입한 아들. 아빠 닮아 라이브를 좋아하나
아쉽게도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딸이 적은 ‘Let it go’는 부르지 않고 공연을 마쳤다. 팝 스탠다드 넘버를 부르는 밴드가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그것도 신곡을 부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서 딸을 위로해줬다.
계산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순간 그 밴드가 다시 돌아와 공연을 시작했다. 아마 좀 전까지 1부 공연을 하고, 좀 쉰 후 2부 공연을 하려는 듯. 그런데 2부 공연 첫 곡이 딸이 신청한 ‘Let it go’였다. 우리 가족은 참 행복하게 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가 끝났으면 행복했을텐데. 호텔 셔틀을 타러 침사초이 센터로 갔는데 (하버그랜드구룡 셔틀은 침사초이 -> 침사초이 센터 -> 호텔 을 거쳐 돌아간다) 침사초이 센터에서 출발한 호텔 셔틀은 만원이어서 딱 1명만 탈 수가 있단다. 어쩔 수 없이 우리 가족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택시비는 HK$ 30. 택시비가 크게 비싼 건 아니었지만 셔틀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애기가 졸려하는데도 식당에 한참 앉아 있었던 게 아까웠다. 하긴, 일찍 일어났다면 딸의 신청곡은 못 들었겠지.
아들은 이후에도 계속 노래하는 식당에 가고 싶다고 한다. 어디를 가면 좋을까?
다음 날 이야기로 계속…
2 thoughts on “2014 홍콩 5박6일 가족 여행 11편 – 심포니 오브 라이트, The dog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