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좋아하는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나온다고 해서 보러 간 뮤지컬 리걸리블론드. 미국에서 본 것과 ‘금발이 너무해’란 제목으로 공연한 지난 프로덕션을 포함해 6번째 보는 공연으로, 공연 보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적어 본다. 내가 언제나 그렇듯이 불만 위주다 ㅋ.
- 왜 제목을 ‘금발이 너무해’에서 ‘리걸리 블론드’로 바꾼 걸까? 많은 변화가 있다고 들었지만 MR이 아닌 오케스트라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변한 점이 별로 없어 보였다.
- 첫 씬. 기숙사 씬의 무대 장치가 흔들흔들 거려 보는 내가 불안하다. 판자로 돼 있는 기숙사 위에 판자처럼 붙어 있는 영문: Delta New. 도대체 Delta New가 뭐냐!!!! Delta Nu지!!!!!!! ㅜㅜ 예전엔 May Queen이라고 붙어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바뀐 것 같다. 간판은 바뀌었지만 극 중에선 모두 메이퀸이라고 표현 된다. 엉망. 참고로 브로드웨이 버전에서는 엘 우즈의 인맥이 델타 누란 여자 동아리 사람들이었는데, 국내 프로덕션에서는 한국 문화에 맞춰 기숙사로 배경을 변경했다.
- 앞 부분의 옷 가게 장면에서 드레스를 갈아입을 때 마술처럼 느껴져야 하는데 엉망이었다. 옷을 갈아 입는 동안엔 가려줘야 할 친구들이 어설프게 가렸고, 옷을 갈아 입은 후에 옷가게 주인이 엘 우즈가 원래 입고 있던 파란(색이었던가?) 드레스로 핑크 드레스를 잘 숨겨야 하는데 대놓고 드러내고 있어 퀵체인지의 신비감이 하나도 없었다. 공연 전반적으로, 뭐랄까, 극의 재미있는 포인트들을 배우들이 이해를 못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 엘 뿐 아니라 에밋도 옷 갈아 입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백화점 씬. 원래 이 장면은 옷차림이 추레한 에밋이 정장으로 갈아 입고 빛이 쫙~~ 나야 하는데…. 아.. 이날의 에밋인 진선규씨는 정장을 입기 전이나 후가 모두 험블했다는 ㅠㅠ. 오죽했으면 옷을 갈아 입고 나왔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없어 정은지가 관객의 박수를 유도를 해야했을까. 내가 한국에서 본 에밋이 몇 명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김도현, 김수용씨 같은 경우는 수트를 입고 나왔을 때 훨씬 멋져졌고, 라이언 같은 경우는 원래도 멋졌는데 수트를 입은 후에는 후광이 비칠 정도로 꽃미남으로 변신했었다. 하여튼 극의 여러 포인트들이 다 죽은 공연이었음.
- 그리고 에밋 진선규씨는 김문수 도지사를 닮아 공연 보는 내내 계속 김문수씨가 떠올라 괴로웠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은지 엘과 목소리가 잘 어울려 같이 듀엣할 때 듣기 괜찮았다는.
- 정은지양은 노래 잘 했고, 걸그룹 출신이라 뮤지컬 보컬과는 안 어울리지 않을까란 우려와는 달리 리걸리블론드 넘버들을 잘 소화해냈다. 이번 공연의 배우들 노래나 연기가 전반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었을까, 정은지가 여러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것도 예상 외다.
- 다만 아직 연기는 부족하다. 손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라하는 것도 보기에 어색했다. 디폴트가 웃는 표정인 것도 다양한 감정을 연기하는 데 안 어울렸다.
- 볼 때마다 느끼지만 2막 시작인 줄넘기 씬의 에너지가 최고다. So much better나 personal essay 장면에서도 그 정도의 에너지가 나와주면 좋겠는데 항상 부족하다는.
- 아랍왕자 등의 배역은 임기홍씨가 할 때와는 달리 정말 매력이 없다. 참 배우의 능력이란 게 대단한 듯.
- 엘이 플렛을 처음 만날 때 뽕브라임을 고백하는 대사가 있는데 전혀 뽕브라답지 않아 황당. 역시 포인트를 못 살림….
- 엘이 친구, 부모와 퍼레이드를 하는데 들고 가는 개가방 속의 개는 인형 개이다! 진짜 개가 있는데 왜 출연하지 않는 거지? 또, 퍼레이드를 하다가 LA에서 동부까지 날라온 부모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 것도 놀랍다. 대사를 빼 먹은 건지 원래 없는 건지.
- ‘금발이 너무해’ 시절의 공연보다 여러 가지로 못 하다. 역시 금발은 지우엘이 진리.


2012년 12월 22일 오후 3시 00분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1층 B구역 32번
VIP석 핑크빛연인 할인 25% 7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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