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관련된 뮤지컬을 세개 봤다. 월드클래스 히트작인 미스사이공과 몇년 전에 올라왔던 국내 창작 작품인 블루사이공, 그리고 어제 본 천국의눈물. 블루사이공은 미스사이공과 꽤 다른 내용을 다뤘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천국의눈물은 미스사이공과 꽤나 유사한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베트남 처녀와의 사랑, 아메리칸드림에 빠져있는 클럽 업주/동료, 그리고 공산당을 지지하는 여주인공의 오빠 등. 이미 고전이 된 뮤지컬과 같은 소재를 다루면 반드시 비교가 될테니 미스사이공보다 나은 공연이 아니라면 아류로 남을 수 밖에 없을 듯.
아래는 줄거리 (이후 스포일러가 있으니 알아서 보셈)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 군인 준은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베트남 아가씨 린과 우연히 사랑에 빠진다. 이미 린인 미군 장교 그레이슨 대령의 프로포즈를 받은 상태이지만 자신의 마음을 따라 그레이슨 대령이 아닌 준을 선택하고 그를 따라 한국으로 가기로 결정. 졸지에 루저가 되버린 그레이슨 대령은 린의 동료 꾸엔을 통해 준의 존재를 알게 되고, 린의 마음을 억지로 뺏기 위해 준이 속한 부대를 전방으로 전출시킨다는 쪼잔한 협박을 했으나 협박은 안통하고 준은 전방으로 떠난다. (1막 끝)
린의 오빠 씽이 속한 베트공 부대에게 한국 부대원이 몰살당한 상황에서 준은 여동생을 염려하는 씽의 자비로 살아 남는다. 준이 전사했다고 믿은 린은 준의 아이를 임신한 채 꾸엔과 함께 그레이슨 대령에 앞서 미국으로 떠난다. 그레이슨 대령은 린이 낳은 준의 애를 못키우겠다고 하여 린은 가출. 그레이슨 대령은 사랑을 못 잊어 자살. 린은 애기 낳다가 사망. 꾸엔이 린의 아기 티아나를 키워 가수로 데뷔시킨다. 티아나가 방한 공연을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아버지 준을 만나면서 이 모든 뒷 이야기를 알게 된다. (2막 끝)
이 작품이 준과 린 중심의 사랑이야기가 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줄거리의 절정 부분은 그레이슨 대령의 자살씬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행동이라 깜짝 놀랐음). 대령 역을 맡은 브래드 리틀의 가창력은 절정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나 전체 극중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땐 좀 뜬금 없는 일.
이런 것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이야기 구성이 아직은 부족하며 산만하다. 조연인 씽과 탐 같은 경우도 좀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작품에 등장할 수 있었을텐데. 끝 부분에서 꾸엔의 잘못을 이야기 하는 부분에서도, 사실 꾸엔의 잘못이 그리 컸나 싶다.
이야기 구성도 구성이지만 너무 잦은 무대장치의 이동과 배경 변화 때문에 더 산만하게 느꼈기도 하다. 뭐랄까? 무척 부산하게 움직이나 소득은 없는? 아이다를 보면 빔브로젝트 없이도 완벽한 무대 예술을 구현하는데 요즘 최신 작품들은 빔 프로젝트 영상과 무대 장치를 너무 과하게 사용하는 듯.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괜찮았고, 배우들이 노래를 잘 해줬다. 준 역의 정상윤, 대령역의 브래드 리틀을 비롯해 홍륜희, 김태훈, 김명희 같은 조연의 가창력도 훌륭했다. 다만 린을 맡은 이해리이진희 씨의 노래는 약간 아쉬웠기에 윤공주씨의 공연이 더 궁금해진다.


이 작품 최고의 장면을 꼽자면 단연 “비처럼 내리는 불길” 씬. 지킬의 “Murder Murder”가 살짝 떠오르는 씬으로 그보다 훨씬 좋았다. 앙상블이 우왕좌왕 하다가 폭탄이 떨어지면 한무리의 사람들이 차례 차례 넘어지는데, 군무, 음악, 조명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며 굉장한 장면을 연출해 냈다. 이 작품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의 어느 씬과 비교해봐도 단연 최고의 씬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 외엔 린이 미국으로 떠난 후 준이 철조망 잡고 노래 (Can you hear me였던가?) 부르는 씬이 훌륭했다. 노래도, 연기도, 음악도 감정을 완전히 고조시켰지만 이야기 구조가 그 뒤를 잘 못받혀주더라. 브래드 리틀 아저씬 이번에야 처음 보게 됐는데 확실히 풍부한 성량은 일품! 미국에서 공연 보면서도 느꼈지만 미국 배우들이 성량이 참 훌륭한 듯.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오후 8시0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B열 106번
1층석 미투데이 천국의눈물 이벤트
ps: 좌석등급과 티켓가격이 무척 황당하다. 넓디 넓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전좌석을 13만원에 팔고 있다. 완전 안드로메다로 간 개념 수준.
그렇게 해도 1초만에 매진시키는 시아준수 파워 덕분이에요.-_-; 씁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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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시아준수 팬을 노린 좌석등급과 티켓 가격. 왜 시아준수 원캐스트로 안가지? 제작비 많이 들어도 본전 뽑을 것 같은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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