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스미케이트는 미국의 작곡가이자 작사가인 Cole Porter의 1948년 작품이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62년 전에 나온 작품이다. 이 해의 브로드웨이 공연으로 토니상 최고 뮤지컬 상을 수상했다. 이후 1999년에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 됐으며, 이 프로덕션으로 토니상 최고 리바이벌 뮤지컬 상을 받은 (via Wikipedia) 미국 뮤지컬의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뮤지컬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공연하는 배우들의 좌충우돌 코미디로 극중극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우리가 보는 ‘키스미케이트’ 공연에 절묘하게 섞어놓았다. 현실에서의 불편한 남녀 관계가 극중극의 관계로 이어지는 상황이 주요 웃음 포인트. 보면서 낄낄대고 웃을 수 있는, 말 그대로 재미있는 뮤지컬 코미디다.
▲ 7:30이란 이른 공연시간에 맞추려고 서둘러 달려와준 아내
주인공 커플을 맡은 남경주, 최정원씨의 호흡이 코미디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관록의 커플답게 살짝 올드한 느낌의 다양한 상황에서 리드미컬하게 공연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다. 분량은 적지만 이인철씨의 맛깔난 연기도 코미디에 일조. 반면 조연 커플인 아이비, 하지승씨에게선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는데 본공연이 시작되면 좀 더 코미디에 조화로웠졌으면. 하지만 이 공연으로 뮤지컬에 첫 데뷔하는 아이비씨는 대략 합격점을 줄만하다. 뮤지컬에 첫 캐스팅된 매력적인 전직 스트립바 댄서 캐릭터와 참 잘 맞고 노래도 괜찮다. 아이비씨에 대한 주위의 평들도 나름 호평.

▲ 이날은 아이비씨 공연. 오진영씨와 같은 역에 더블 캐스팅
오케스트라는 이 공연의 또 다른 장점. 요즘 MR로 공연되는 작은 공연들을 보다가 제대로 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뮤지컬을 보니 귀가 정화되는 느낌. 공연의 재지한 넘버들을 잘 살렸다. 역시 뮤지컬은 라이브 연주로 봐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문제는 공연이 너무 길다는 것 ㅠㅠ. 넘버도 길고, 군무도 길고, 뭐든지 길다. 곡이나 군무가 끝날 거라고 예상하면 항상 조금 더 진행되다 끝난다. 1절까지만 해도 될껄 2절, 아니 3절까지 한다는 느낌. 그 때문에 러닝 타임은 거의 3시간에 육박했다. 아무리 맛있어도 많이 먹으면 질리는 법. 공연이 좀 더 스피디하게 진행되도록 내용이 압축됐으면.
무지하게 긴 오프닝을 리드하는 황현정씨, 반가우면서 좋았다. 2막 오프닝의 (역시나 무지하게 긴) 군무를 이끈 박송권씨도 무척 인상적. 깡패 커플인 한성식, 이훈진 배우도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아름다운 가창력을 가진 하지승씨 노래가 적은 건 아쉬웠고, 경주씨의 저음이 좀 더 풍부했으면 하는 건 욕심일까? ㅎㅎ. 루즈한 분위기에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불어넣던 채무관계가 서둘러 마무리된 것은 원작의 한계. 계속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마이크 잡음은 본 공연에선 다 사라졌길.
전체적으로 좀 올드 스타일의 공연이고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라이브로 연주되는 규모있는 코미디 공연이 보고 싶다면 무대 앞쪽 좌석으로 추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워낙 광활한 극장이라 내가 앉은 뒷쪽 좌석의 경우 R석인데도 불구하고 무대 위의 에너지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필히 앞쪽 열 사수할 것. 그런데 라이브 연주되는 대형 공연이라 티켓값이 만만치 않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B열 166번
대규모 리뷰단 최종리허설공연 초대권
보너스로 1999년 리바이벌 공연 동영상(웨스트엔드 프로덕션인 듯)을 소개한다. 22개로 쪼개진 동영상의 첫번째 파트.
어어? 황현정이 나왔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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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지… -_-;;;;
최정원씨 옷 챙겨주는 여자 역.
2막 오프닝 안무 때는 박송권씨의 춤 권유에 마지못해 나오는 척 춤추던 사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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