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작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공연으로 내가 친히 선택한 작품. (올초에 이 작품 올라온다는 얘기만 듣고도 꼭 보리라 생각했었음) 30% 할인 받기 위해서 PMC 삼성카드까지 만들고 12월 공연을 예약해놨는데…젠장.. 무대가 무너지는 바람에 12월 초 공연 일정 모두 취소. -_-;; 내가 예약했던 이하늬씨 공연 역시 취소. ㅠㅠ 결국은 1월 초에 김지우씨 공연으로 다시 예매해서 보게 됐음.
근데 2010년에는 PMC삼성카드 없이도 30%할인받는 방법이 많아서 연회비까지 내고 신용카드 괜히 새로 만들었다는 ㅠㅠ
하여튼.. 미국에서 꽤 재미있게 본 공연이라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갔는데 미국 공연이랑 비교하자면 여러가지로 부족하다. 일단 무대 세트의 규모와 디테일이 다르고 (미국에서는 대극장용이었는데 여기서는 중극장+알파 정도?), 앙상블 수도 좀 적은 것 같고, “What you want” (법대 교수들 앞에서 치어리딩하는 곡)나 “So Much Better”같은 힘찬곡에서 주연 LBB(로라 벨 번디)가 보여준 파워풀함은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라이센스 공연은 꽤나 사랑스러운데다 생각보다 잘 만들어졌다. 무대 가득한 핑크도 마음에 들고. 울 딸 때문에 핑크가 좋아진 dr.chung. –
일단, 주연을 맡은 김지우씨 연기가 굉장히 상큼해 사랑스러운 엘우즈 역에 꽤나 잘 어울렸다! 몇 달전에 주역 엘우즈 캐스팅 (이하늬, 김지우, 제시카) 발표를 듣고 한소리 했는데, 작품을 보고 나니 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역을 맡을 뮤지컬 배우가 누가 있을까 싶다. 아마 하늬씨나 제시카도 마찬가지로 엘우즈 캐릭터에 잘 맞았으리라 예상한다.
김지우씨 공연을 처음 봤는데, 성량이 풍부하거나 노래 자체만으로 감동을 줄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 하시더라.
또한 번안을 포함한 로컬라이즈가 깔끔하게 된 공연. 예를 들어 “Gay or European“란 씬은 “게이 아니면 발레리노“로 적절히 가사를 바꾸면서 발레 포즈까지 안무에 집어넣어 원작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씬으로 만들어놨다. 일전에 이 가사에서의 European이란 뜻이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지 잘 몰라 영어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미국 사람들은 유럽 남자들을 좀 여성적으로 느낀단다. 즉, “싸나이”로 생각안한단다 ㅋㅋ. 이대로 직역됐으면 얼마나 어색했을까?
궁금했던 “Blonde”란 단어의 번역은 상황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번역했다. Legally blonde라는 단어는 동명의 넘버에서는 “인형”이라고 돌려 번역했으며 Legally blonde remix 넘버에서의 후렴구에서는 “금발미녀“라고 번역했는데 적절한 번역이었지만 ‘금발미녀’란 말 자체가 괜히 웃겨서 ㅋㅋㅋ 낄낄 거리면서 봤다. 난 앞뒤 맥락을 다 알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양인들의 금발에 대한 편견을 몰라도 무난히 볼 수 있도록 번안됐다고 느껴졌다.
이 공연에서의 유행어(?)인 “Bend and Snap”은 “굽히고 튕겨”로 바꿨는데 음절이 좀 안맞는게 아쉬웠으나 원어 그대로 안쓴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주인공 엘 우즈가 좌절할 때마다 절실한 마음으로 외치는 “Love”는 음절 때문에 그냥 원어대로 쓰더라. 이 정돈 봐주겠음. ㅎㅎ
노래로 따지자면 김도현씨 최고! 적어도 도현씨는 같은 역의 미국 공연 배우보다도 노래가 나은 것 같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정말x3 좋아하는 나이지만 종진씨 목소리는 캘러헨 교수 역에 잘 안 어울려 실망 ㅠㅠ. 비음 섞인 종진 아저씨 목소리 살짝 부담스러웠다. -_-; 종진씨 대사 치고 노래할 때마다 내가 살짝 살짝 긴장됐다는 –;;
가장 눈에 띄던 앙상블은 ‘아랍 학생’역 등 여러 역을 맡은 배우(‘임기홍’씨 맞나요?). 진짜 빵빵 터뜨리셨음. 와우!
공연 보고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가족나들이로 이 공연을 본 분의 대화 내용을 본의아니게 엿듣게 됐는데 그 가족이 일전에 본 ‘젊음의 행진’이 ‘금발이 너무해’보다 더 재미있었다는 얘기였음. 그 이유는 바로 젊음의 행진 음악은 이미 알고 있던 곡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공연을 즐겁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뮤지컬 넘버의 귀에 익은 정도이다. 나도 이 공연의 넘버들을 모르는채로 공연을 봤다면 이 공연을 재미있게 보지 못했을 것. 뮤지컬 마케터들이여, 스타 캐스팅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미리 노출하도록 최대한 신경쓰길.
스토리를 따지자면야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황당한 내용이지만 상큼 발랄한 내용이 재미있는 즐거운 공연이었음!
2010년 1월 3일 (일요일) 18:00
코엑스 아티움 1층 R석 B블럭 8열 9번
PCM삼성카드 30%할인
ps: 1열에서 보고 싶었는데 PMC 홈페이지에서의 예약하는 경우 1열 좌석이 없었음 ㅠㅠ
YouTube의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쇼케이스 동영상들:
- ‘훨 좋아‘ (제시카 엘우즈) – 뒤로 갈 수록 지친 제시카, 음 떨어지고 숨참
- ‘굽히고 튕기기‘: (김지우 엘우즈, 전수경 폴렛)
- ‘게이 혹은 발레리노‘ (이하늬 엘우즈, 김동욱 에밋) – 이 동영상 보고 이하늬씨 공연 보려고 했는데 씬 자체가 훌륭한 듯. 지우씨도 잘했음.
- ‘금발이 너무해‘(‘인형처럼 웃으면 돼’라고 번역해야 하나? 혹은 금발미녀라고? ㅎㅎ)’ (김지우 엘우즈, 김도현 에밋)
캐스트:
- 엘 우즈: 김지우
- 에밋: 김도현
- 폴렛: 전수경
- 캘러헨: 김종진
- 비비안: 이주원
- 워너: 고영빈
- 브룩: 백주희
스탭
- 연출: 장유정
- 각색/개사: 이지혜
- 음악감독: 장소영
- 안무: 강옥순
One thought on “블링블링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