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로 뮤지컬 <퀴즈쇼> 초연이 끝났다.
뮤지컬 퀴즈쇼 서포터즈로서 공연을 세번 (첫공, 12월 말, 막공) 보고 드는 생각들:
월급 안나올 걱정은 없는 나름대로 번듯한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지라 ^^v 이 작품에서 다루는 88만원 세대 이야기를 내 얘기처럼 공감하진 않았지만 지금 막 사회에 나오는 대졸자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은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특히 1막)에 공감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런데 88만원 세대가 이 비싼 뮤지컬을 보러 올 수 있으려나? –-;
세상이 원하는 연말 공연은 추운 겨울 밤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훈훈하고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일텐데 왜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란 생각을 많이 했다. ‘세상이 원하는 답’이 정답인지를 묻는 작품답게 세상이 원하는 공연이 아닌, 세상에 필요한 공연을 하려고 한 것일까?
영화에도 블록버스터가 있고 예술 영화가 있듯이 이렇게 사회현실을 다루는 진지한 공연도 필요하겠지.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다루어야 하니 외국 뮤지컬이 아닌 창작 작품의 몫일 것이고. 다만 좀 더 희망적이고 분명한 마무리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지금 상태로서의 작품은, 뭐랄까 관객에게 물음표만 던져준 상태로 끝난다고 할까? 이러지 말고, 예를 들어 ‘신뢰가 험한 인생의 원동력’이란 주제에 포커스를 맞춰 지원이 민수에게 보여준 신뢰 덕분에 퀴즈회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걸 좀 더 분명히 보여주거나.. 뭐 이렇게.
뮤지컬보단 연극에 어울릴법한 이야기였지만 나름 뮤지컬로 잘 풀어낸 것 같다.
원작인 소설보단 훨씬 나았다. 음악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만큼 좀 더 가볍게 접근을 했었으면 좋았겠다.
이 작품의 유머코드 중 한개를 들자면 배우 방정식이 ‘방정식을 공부하라’는 대사를 친다. 뭐 이런 매니아틱한 유머가 있는지 –; (조연 배우이름까지 꿰고 공연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 좀 더 대중적인 유머가 필요함.
좀 지루하고 무겁지만 여하튼 진지한 뮤지컬을 찾는 분들에게는 강추다.
이런 작품 찾기 힘들지 않나?
가장 큰 불만이었던 점은 노래가 까다로운건지, 이율씨 노래 실력이 모자란건지, 아니면 주인공 넘버들과 이율씨가 서로 잘 안맞는건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의 중심인 이율씨의 노래가 참 부족하다. 내 생각엔 세번째 이유 – 이율군과 넘버가 잘 안맞음 – 때문인데, 이율이 이 작품의 초연 주인공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넘버가 이율에 최적화 돼있으리라는 예상과 전혀 달라 의아했다.
처음 봤을 땐 1막의 진행이 굉장히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넘버 뒤에 박수 칠 시간도 안준다) 다시 보니 편의점 씬은 너무 처진다. 음악이 없이 대사로만 이어저서 그렇다. 내가 연출이면 확 빼버리고 싶다. –;
다른 씬들은 괜찮다. 특히 사다리 씬과 퀴즈채팅실 씬은 몇번을 봐도 연출이 잘 됐다.
서포터즈란 역으로 공연 시작 전부터 지켜보던 작품이라 애정도 있고 아쉬움도 많다. 이 작품이 다시 공연될지도, 언제까지 이렇게 젊은이들의 암울한 시기가 계속될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상황이 개선돼 ‘한 때 저런 때도 있었지’라며 이 작품을 관람하게 될 수 있길…
2010년 1월 2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R석 1층 A열 57번. 뮤지컬 퀴즈쇼 서포터즈 초대권
서포터즈 활동 덕분에 백스테이지 투어도 해보고 쫑파티에도 잠시 들를 수 있었다.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이라 소중하다.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연습실 못가본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