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봤다. 화려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 괜찮은 가창력의 드림걸즈 멤버들. 유머 만빵 지미. 하지만 뭔가 불만스러웠다. 웬지 허했다. 인터미션 때, 그리고 샤롯데씨어터를 나선 후, 과연 뭐 때문이었을까 곰곰히 되새겨보게 되더라.
전반적으로 무대위의 배우들과 관객 사이의 화학 작용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다. 1막 끝 부분, ‘It’s all over’에서 ‘And i am telling you i am not going’으로 이어지는 차지연씨의 곡 외에 가슴에 와 닿았던 노래가 기억나지 않는다. 이 공연에서 ‘지미’ 최민철이 호평을 받는 이유도 관객과 소통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한 편으로는 흑인 음악의 느낌을 한국배우들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지미는 소울”이라고 계속 외치지만 거기서 소울을 느끼지 못했다. Soul은 말 그대로 (흑인의) 정신이요, 이를 바탕으로 한 음악인데 비욘세 노울과 제니퍼 헛슨의 영화 OST에 익숙해진 내 귀는 공연 에선 이런 점을 못 찾았나보다.
하지만 장점도 많았던 공연. 우선 배경으로 사용된 LED판! 롯데월드 어드벤처 가든스테이지에서 뮤지컬 공연(예: 로띠의 우정의 세계여행)을 할 때 대형 LED판 두개를 좌우로 이동시키며 무대 장치로 쓰는 걸 보고 저걸 뮤지컬 공연에 쓰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정말로 그 생각을 더 세련된 방법으로 무대 위에 구현해놨더라. LED판이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공간은 환상적! 커튼콜 때 이를 이용해 영화에서의 커튼콜과 같은 연출을 한 것도 인상적.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씬 두개를 뽑자면 1막 마지막 차지연씨의 장면. 연기와 가창력이 짬뽕이 돼 인터미션 내내 차지연씨 얘기를 하게 만들었다. 공연 시작 때는 차지연씨를 못알아볼 정도로 배역 에피에 맞춘 몸매가 돼 있더라. ^^. 마리아마리아에서도 느낀 점인데 차지연씨는 노래도 잘하지만 호소력 있는 연기가 일품인 것 같다.
또 하나는 “Steppin’ to the Bad Side”. 남자 배우 4명의 안무부터 LED와 하나되는 연출이 기가 막혔다. 뒤에 스윙들이 나와서 누워서 원 만들어 춤추는 건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떠올랐지만 (여기선 LED, 거기선 거울을 썼지만) 나에겐 굉장히 독특한 안무 연출로 느껴졌다.
이 공연이 미국으로 건너가 흑인 배우들이 공연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함이 남는다. 아직 Wikipedia엔 오리지널 공연 얘기만 있고 이 프로덕션에 대한 얘긴 없다.
ps: 국내 공연의 한국어 번안은 점점 이상해지는 듯 술어-보어 도치 남발에 원어 그대로 쓴 가사는 점점 늘어난다. (렌트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난 ‘라비보헴’보다 ‘노래해요’라고 번역하는게 훨씬 좋다.
2009년 3월 26일 저녁 8시 공연
샤롯데씨어터 1층 C구역 15열 4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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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 Curtis Taylor, Jr.: 오만석
– Effie White: 차지연
– Deena Jones: 정선아
– James (Jimmy) Early: 최민철
– Lorrell Robinson: 김소향
– C.C. White: 하지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