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사이트의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초대 이벤트에 응모했다 . 이런 이벤트에 응모는 자주 해도 당첨된다는 기대는 잘 하지 않는데 이번엔 ‘어쩌면 될지 몰라’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상은 들어 맞았다. 8월 28일 금요일 저녁 8시 공연.
이 작품은 코미디란 바탕에 남녀 주인공의 러브 라인이 더해진 전형적인 미국 클래식 뮤지컬로 정말 크게 소리내어 여러 번 웃었을만큼 제대로 된 희극이었다. 하지만 대사에 비해 뮤지컬 넘버의 수가 적고, 그나마 그 곡들도 드넓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층 우측 끄트머리의 우리 좌석 (세상에 이 구석탱이 좌석이 80,000원이나 하는 S석이란다.)에서는 노래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뮤지컬로서의 재미는 덜한 편.
음성학자인 히긴스 교수가 촌년 일리이자의 사투리 발음을 교정하는 것이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인데 웃기는 점 한 가지: 일리이자(김소현씨)의 발음은 또렷한 반면, 히긴스 역을 맡은 슈퍼탤런트 출신 이형철씨의 발음은 알아듣기가 무척이나 힘들어 잘 들리지도 않는 발음으로 상대 배역의 발음을 냉철하게 지적하는 웃기는 시튜에이션이 공연 내내 계속됐다. 이래서 이 작품이 코미딘가?
불만족스러운 두 주연 배우의 호흡(원인은 대부분 이형철씨)과는 달리, 일라이자 아버지 역의 김성기씨는 넓은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휘어잡는 연기를 보여 커튼콜 때 가장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관록의 김진태, 윤복희씨는 무미건조했던 무대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줬으나 배역 자체가 크지 않아 아쉬웠다.
중간 중간 나오는 “How do you do?” 같은 영어 대사를 들으며 차라리 <지하철 1호선>처럼 우리 문화에 맞추어 ‘번안’하면 어떨까란 상상을 해봤다. 그렇다면 그 유명한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이란 대사는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라고 바뀌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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