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6/1) 근무를 마치고 주변 Saratoga(출장 온 Sunnyvale의 주변에 있는 시)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Thoroughly Modern Mille을 보러 갔다. 극단은 Saratoga Drama Group이고 공연장소는 Saratoga Civic Theater.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Saratoga의 인구가 3만명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로 치면 군 정도 크기의 시라고 할 수 있겠다. 소규모 지방 극단이 군민회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이라고 보면 될까?
원작이 영화인 이 작품은 뮤지컬로는 미서부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2002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해서 토니상도 받았고, 런던 웨스트엔드에도 진출했다고 한다. Saratoga Drama Group에서는 라이센스를 받아 공연을 하는 것 같다.
여느 작은 공연들과 마찬가지로 금,토,일요일 위주로 공연한다. 금요일 저녁 공연은 $24. 규모가 작은 곳에서 공연하기 때문에 카드 결제는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가능하단다. 극장은 300석 정도의 크기. 예전에 신시 쇼케이스를 자주 하던 서초구민회관보다 작은 크기다.
좌석에 가 앉으니 옆에 앉은 아저씨가 출연진 중에 아는 사람 있냐고 묻는다. 작은 지역에 위치한 극단이니 보니 관객도 배우도, 스탭도 서로 아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150석 정도 찬 듯.

일반 학교 강당처럼 생긴 ‘회관’의 무대 아래에는 칸막이를 이용하여 임시로 만들어 놓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있었고 여기엔 20명에 가까운 오케스트라가 있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출연진도 앙상블까지 40명에 가깝다. 24$ 짜리 공연 치곤 오케스트라나 배우의 규모는 상당한 편이다.
공연 배경이 1920년대이기 때문에 핸드폰이 울리면 분위기가 깨진다는 경고와 함께 공연이 시작. 그런데 지난 주에 봤던 소극장 뮤지컬 Thunderbabe 배우들보다는 많이 나았지만 배우들의 노래가 좀 약하다. 특히 주인공 Mille역을 맡은 여배우(프로그램 보니 MIT 전자공학과 출신이란다.)가 안무는 좀 되는 것 같은데 고음이 약해 아쉬웠다. 미국에서 처음 몇 번 큰 공연들을 보고 감동을 했던 것이 배우들의 풍부한 성량과 노래실력 때문이었는데 이번에 출장 와서 본 작은 공연들에선 그런 감동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줄거린 대충 이해하겠지만 대사의 세세한 면은 못 알아듣겠고 노래도 별로라 큰 감흥은 없었던 공연. 이 정도 수준의 공연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지. 물론 여기가 가격은 훨씬 싸지만.
한편 이 공연을 보면서 브로드웨이의 훌륭한 배우들은 미국의 수많은 소규모 지역 공연들을 밑바탕으로 존재하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마치 세계적인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는 잉글랜드가 24부 리그까지 운영을 하고 하위 리그가 상위 리그의 밑바탕이 되듯이 말이다. 하위 리그팀이 주민에 밀착된 축구 문화를 자연스레 만들어나가듯 지역 극단이 실력은 좀 떨어지지만 주민에 밀착된 뮤지컬 문화를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최고의 무대에는 서지 못하는 배우들이 꾸준히 활동하며 실력을 키울 수 있고 새로 만들어진 공연들이 다듬어질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어쨌든 더 이상 작은 공연들은 보지 않을 계획. 토요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하는 소극장 뮤지컬 Shopping!을 마지막으로. 이건 샌프란시스코 Tix에서 반값티켓을 구할 수 있어 마지막으로 한번 봐야겠다. 대도시에서 하는 소극장 뮤지컬은 좀 다를까?
이제부터는 예전처럼 전미투어하는 공연이 생기면 봐야겠다. 그럴려면 출장 시기가 적절해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