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서울뮤지컬컴퍼니 공연 모니터링 회원으로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는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첫날 저녁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10분 정도 늦는 바람에 ‘세상만사’ 장면부터 보게 됐습니다. ‘극장빨’ 때문일까요? 팝콘홀에서 봤을 때도 좋았던 장면이지만, 오페라극장에서는 더 멋져 보이더군요.
전체적으로 예전공연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느낌. 1막에서는 몇몇 장면이 조금 수정되었고, 2막의 내용은 거의 대부분이 수정되었는데 예전보다 다 나아지는 방향으로 수정된 것 같습니다. 바뀐 주역인 이정열씨도 무난히 제 역할을 해냈습니다.
1막에서 변경된 씬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무인도’를 세 여배우가 함께 부르는 씬. 노래 잘하는 세 여배우가 함께 출연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중창곡이 없었던 예전 공연과 달리, 세 배우가 ‘무인도’를 부를 때는 온몸이 짜릿함하더군요. 🙂 지난 번 ‘하늘색 꿈’을 부를 때는 ‘너무 지른다’는 느낌만 받았거든요.
하지만 지난번 공연의 단점이던 ‘뜬금없이 노래 시작하기’는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골목길’이나 ‘불놀이야’, ‘나도야 간다’가 그랬습니다. 이 노래들의 가사는 그 장면의 상황과 어울릴지 모르지만(‘불놀이야’는 가사도 안어울리네요), 노래는 부조화스럽군요.
2막은 아주 좋아졌습니다. 이 공연의 베스트 장면으로 생각되는 ‘마지막 기회’ (창작곡) 를 부르는 장면이 2막의 중심에 들어가 극적 긴장감을 높여줍니다. 그 외에 업그레이드된 박준면씨의 ‘보험 아줌마’ 역만으로도 2막이 풍요로워졌습니다. 수정된 ‘누구없소’도 이전 공연보다 좋았고요. 또, 두 주연이 ‘함께 가는 길’을 합창하는 마지막 장면은 이전 공연에서 모호했던 작품의 주제전달을 명확히 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공연에서 보인 문제점 몇개를 지적하자면 장면 전환이 많구 무대 장치가 바뀔 때 시간이 많이 걸려 맥이 끊기는 느낌이 잦고, 공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공연이 시작된 지 얼마 안돼서 그런지, 배우들이 대사를 하기 시작할 때 마이크를 제대로 켜지 않는 실수가 종종 보이더군요. 또 무대 뒤로 배우들이 움직이는 게 보이는 건 눈에 거슬리더군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타입의 뮤지컬은 아니라서 전체적인 만족도가 높다고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하나의 작품이 시간이 흘러가며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뮤지컬컴퍼니 회원 정후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