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데이에 뭘 할지 특별히 생각없이 여자친구를 만난 후, 그냥 세종문화회관으로 가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봤습니다.
공연을 컨벤션센터에서 해서 좌석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줄마다 계단식으로 된 좌석이 아니라 1~5번째 줄까지는 같은 높이, 6,7번째줄이 같은 높이… 이런 식으로 돼있는 어설픈 계단식 좌석(좌석도 그냥 이동식 의자)이라 앞 사람 머리에 가려서 무대가 안보이는 일도 잦을 것 같았습니다. 전 8번째 줄인가 9번째 줄이었는데, 무대에서 좀 먼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승우씨의 베르테르, 추상미씨의 롯데, 김법래씨의 알베르토 출연진이었습니다. 추상미씨 공연은 피하려고 했는데, 앞에 말했듯이 급히 가서 본 공연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은 따질 수 없었고….
제가 워낙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추상미씨에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확실히 노래는 부족하고, 대신 나머지 연기는 괜찮았습니다. 특히 ‘발랄한’ 분위기의 정말 귀여운 롯데였습니다.
조승우씨는 외모도 훌륭했고, 노래 솜씨도 훌륭하더군요. 씁쓸한 미소를 짓는 슬픔 베르테르의 모습에 참 어울리더라고요. (어쩐지 유지태씨의 분위기였는 듯… –;)
김법래씨는 ‘냉철한’ 알베르트를 보여줬습니다. 뭐 노래 솜씨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알베르트의 곡은 김법래씨의 낮게 깔리는 저음을 염두에 두고 씌여진 것처럼 잘 어울리더군요.
이 3명의 주연배우 뿐 아니라 오르카, 카인즈를 비롯한 코러스 분들이 매우 훌륭해서 극 전체의 수준을 높여준 것 같습니다. 물론 곡 전체에 흐르는 서정적인 음악 역시 최고고요.. “하룻밤이 천년”, “별이 빛나는 밤” 같은 발라드, “오늘은 즐거운 날”, “최고의 커플” 같은 합창곡 모두 말이죠.
극 마지막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종이조각이 뭉탱이씩 떨어지는 모습은 맘에 안들었습니다. (뿌리는게 티 난다고 할까요? ^^;)
다른 캐스팅의 공연을 한번쯤 더 볼까 생각 중입니다. 괜찮은 창작 뮤지컬 중의 하나라고 생각되네요.









2002년-02-14 19:30 (목)
세종문화회관컨벤션센타 53번
발렌타인석 30% 할인 2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