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12/27 @ 산울림 소극장
24일에 신촌 공연을 봤습니다. (이건명, 황현정, 문성혁님 공연)
비록 종로 공연은 못봤지만 여기저기 있는 제작발표회 동영상과 서초구민회관의 공연을 통하여 각 배우분들의 개성은 대충 알 것 같습니다만, 주로 제가 직접 본 신촌 공연과 강남 공연을 비교하면서 제 느낌을 적어보겠습니다.
산울림 소극장은 생각보다 훨씬 작더군요. 그래서 아주 약간 실망감도 들었지만 그 동시에 배우와의 감정의 공유가 더 쉽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들었습니다. 한편, 과연 이 아담하다 못해, 좁은 무대에서 강남팀 공연에서 보았던 그러한 춤들이 어떻게 표현될지도 궁금했습니다.
틱틱소리와 함께 공연은 시작됐고, 공연은 순싯간에 끝났습니다. ^^;
전체적으로 대 만족이었습니다.
사실 신촌 공연을 보러 가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바로 문성혁씨인데요, 바로 서초구민회관에서 봤던 그 모습 때문이었죠. 🙂 제 기대에 완벽히 보답해주시더군요. 너무 재밌는 분이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더군요. 아주 작은 동작 동작 하나까지도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열광하게 만드는 연기였습니다.
강남팀의 이계창씨와 비교가 되는데요, 이계창씨는 굉장히 파워풀한 마이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계창씨의 큰키와 세련된 외모는 정말 극중의 ‘회사에서 잘 나가는’ 마이클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성혁씨의 마이클은 ‘귀여운’ 마이클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문성혁씨의 마이클이 더 가슴에 와 닿았는데, 이는 배우의 개성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신촌팀과 강남팀 전체의 차이에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신촌팀의 존과 마이클은 정말 ‘동갑 친구’로 보입니다. 이건명씨와 문성혁씨는 정말 동갑 친구처럼 잘 어울려 보입니다. 이에 비하면 강남팀의 남경주씨와 이계창씨는 아무리 남경주씨를 젊게 보고, 이계창씨를 늙게 봐도(^^) 남경주씨가 형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이건 연기력으로 커버가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무대의 크기 및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거리인데, 산울림 소극장은 배우의 떨림 하나 하나도 놓치지 않을 정도의 ‘오밀조밀함’을 가졌더군요. 이 뮤지컬은 배우의 감정 하나 하나를 관객이 잘 캐치해야지 관객과의 교감이 될 것 같은데, 확실히 산울림 소극장은 이런 점에서 장점을 가지더군요. 한전아츠풀의 제일 앞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했지만 산울림에서 가졌던 느낌은 갖지 못했습니다.
세번째는 신촌 공연이 제가 두번째로 본 공연이기 때문에 극중 캐릭터의 성격을 더 확실히 알고 있어서 배우들의 연기에 더 공감이 갔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마이클이 공항에서 차에서 내려 “Real Life”를 부를 때, 강남 공연에서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못했으나, 이미 줄거리가 파악된 신촌공연에서는 그 노래 가사가 그렇게 애절하게 들리더군요. (실제 노래는 이계창씨가 더 잘하는 것 같았습니다만.. ^^)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강남공연에서는 좀 모호했던 방면, 신촌 공연에서는 확실히 전해졌고요.
하여튼 이러한 이유때문에 문성혁씨 뿐 아니라, 이건명씨와 황현정씨의 존과 수잔이 남경주씨나 최정원씨의 존과 수잔보다 더 저의 가슴에 와닿았답니다.
이건명씨의 존도 좋았습니다. 이건명씨, 황현정씨, 문성혁씨 모두 꿈을 접고 사는, 혹은 꿈을 접을까 고민하는 3명의 인물 연기를 너무 잘하신 것 같습니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극장이 작아서 연기자들의 감정이 더 잘 전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황현정씨는 여러 배역을 확실하게 구분 지어주더군요. 수잔에 잘 어울렸고, 카레사 역도 ‘수잔과는 다르게’ 연기해 보여주었습니다. 최정원씨의 수잔과 카레사는 서로 비슷한 느낌이었거든요. 최정원씨의 섹시한 매력이 두 역할에서 너무 비슷하게 들어나서 두 역할의 구별이 별로 안됐던 것 같습니다. 전 황현정씨를 ‘사랑은 비를타고’때부터 참 관심있게 지켜보고 좋아해왔는데, 이때까지의 불만은 “예쁜 역할”을 잘 못한다는 거였습니다. ^^; 렌트에서의 역할은 매우 훌륭히 소화해내신데 반해, 럭키루비에서의 루비 역할은 좀 안 어울렸거든요.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수잔 역을 너무 예쁘게 잘하셔서 저의 그런 불만이 다 사라져버렸네요.
신촌공연과 비교한 강남 공연얘기도 좀 해보죠. ^^;
‘남경주’씨의 그 외모, 뭐라고 할까 꺼칠하다고나 할까요? ^^,는 딱 마이클이었습니다. 건명씨도 몇일 동안 면도도 좀 안하고 그러면 더 마이클에 가까워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히히. 이건명씨는 너무 깔끔해요~ 그리고 최정원씨.. 전 최정원씨의 공연을 보고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습니다. 항상 “뿅가게 잘한다!!”는 아니더라도 항상 기대한만큼 해주시거든요. 우리나라의 최고의 뮤지컬 배우십니다.
그리고 남경주씨와 최정원씨의 ‘Green Green Dress”나 “Sugar”. 환상이었죠. 오랫동안 맞춰온 두분의 호흡때문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노련미 때문이라고 할까요? 너무 멋졌고요. (무대가 넓어서 멋지다기 보다는 그 큰 무대를 압도하는 두 분의 연기가 훌륭했죠.) 이계창씨의 목소리도 큰 무대에 어울렸고요.
어쨌든 앞서 말했던 신촌팀의 3가지 조건( 비슷한 존과 마이클의 나이, 작은 극장의 크기, 그리고 2번째 관람) 때문에 제게는 신촌팀의 틱틱붐의 내용이 더 가슴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곧 30살이 되는데, 제가 처한 현실 때문에 느끼는 기분하고 조나단이 느끼는 위기감이 비슷했기 때문에 더 감동적인 공연이 된 듯 합니다.
그런데, 산울림 소극장은 작은 극장이라 공연이 아기자기한 면도 많았지만, 이 때문에 표현이 불가능한 면도 있는 것 같더군요. ‘슈퍼비아’ 워크샵 직후 나오는 로자는 문성혁씨가 연기하는데요(원래 로자는 황현정씨가 계속 연기하죠), 왜 그래야만 하는지 산울림소극장에서는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강남 공연에서는 바로 그 부분이 ‘마술’처럼 느껴진 부분이었거든요. 밴드가 위치한 무대 가장 꼭대기에서 최정원씨가 노래를 마치고 막바로 오른쪽 아래에서 로자가 나오는데, 최정원씨가 순간이동을 한 줄 알았습니다. 그게 이계창씨라는 걸 깨닫고 얼마나 웃었는데요. ^^; 그래도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참 아기자기하면서 감동적인 공연이었답니다.
ps : 크리스마스 이브 공연에는 공연 끝나고 “이벤트 전문배우 이동근씨” ^^의 진행으로 짧은 이벤트도 있었죠. 문성혁씨가 저랑 같이간 친구의 좌석 번호를, 황현정씨가 제 좌석 번호를 뽑아주셔서 포스터를 받아왔습니다.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되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