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어느날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98년 예술의 전당 초연 때, 첫 날, 첫 공연을 봤었습니다.
그 때의 감동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죠. 지금까지 국내에서 본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괜찮았죠.. 그리고..지금 공연하고 있는 드라큘라 공연의 표가 우연히 생기기 되어 또 가서 보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전 돈이 없어서 보고 싶은 공연을 다 못본답니다. !.!)
이번에 본 공연의 드라큘라 역은 신성우, 로레인은 이소정, 아드리안나는 김선경이었습니다. 98년 공연 때는 박철호, 서지영, 김선경씨 공연을 봤었습니다. 98년 공연 초기 때 이소정님이 목 사정으로 출연을 안했었죠.
신성우씨의 연기는 어제 처음 봤는데..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허스키 한 목소리가 드라큘라와 그럭저럭 어울렸고, 눈빛도 살아있더군요. (눈빛이 워낙 사나워 신성우 같지 않았다니까요.. ^^) 하지만 역시 98년의 박철호씨가 더 나은 듯.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인터넷의 어느 뮤지컬 관련 게시판에서 보니 박철호씨는 98년 드라큘라가 연기/가창력의 절정이였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이소정씨는 목소리가 참 청아하면서도 맑내요. 98년 공연 때 이소정씨를 못봐서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참 만족했습니다. (98년 공연의 로레인 역할 맡으신 분도 참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98년 공연에서 남경읍씨도 스카피노 역으로 나오셨는데, 이번에 스카피노 역을 맡으신 분은 어떻게 남경읍씨와 말투/노래투가 그렇게 똑같은지… 남경읍씨의 연기를 모니터링 하신건지, 아니면 원래 체코에서의 공연에서 그 역이 그런식으로 말하고 노래하는지를 모르겠네요..
다른 분들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나는데, 조연 중에서 정확히 기억 나는 분이 계시는 데, 로레인의 오빠로 나오신 조승룡씨. 98년 공연 보다가 너무 노래를 잘하셔서 깜짝 놀라고(뭐라고 해야할까요? 잠깐이지만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 프로그램을 뒤졌는데 바로 조승룡씨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공연 보면서 무대에 나와 노래하시는 로레인의 오빠의 목소리를 듣는순간 “아, 또 조승룡씨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기억이 나더군요. 참 노래를 잘하시네요.
전반적인 공연 얘기를 하죠. 한마디로 “역시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느낌. 줄거리를 모두 알고 가서 처음 볼 때만한 흥분감과 초조감은 없었지만, 역시 훌륭한 공연이였습니다. 국내 뮤지컬을 보면 마음에 안드는 무대 장치 등도 매우 훌륭했고요(98년 무대 장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 같더군요), 의상도 나름대로 괜찮았고.. 무엇보다도 훌륭한건 바로 “음악”이였습니다.
서정적인 드라큘라의 음악은 정말 최고입니다. 98년부터 공연음반이 나오길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에도 안나왔더군요. 마침 인터넷의 드라큘라 홈페이지에서 4곡을 다운 받아 듣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만족할만한 공연이였지만 98년 초연 때보단 조금 못하네요. 그 이유는 이번에 제가 두번째로 봐서 신선감이 떨어진 것이 이유일 수도 있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보다 더 커서, 어떤 장험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음이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고, 그 때는 앞에서 4번째 줄 정도의 최고의 좌석에서 보고, 이번엔 A석에서 봐서 그랬을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 외에 몇몇 가지 이번 공연이 마음에 안드는 건…
무대의 리프트가 흔들 흔들 거리는거. 무대 표면으로부터 약 20cm 정도 리프트가 들리면서 침대, 식탁 역할을 하는 리프트가 고정이 안되고 흔들흔들 거리더군요. 예술의 전당에서는 딱 고정이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고정이 안되니 그 위에서 배우들이 춤을 출 때 제가 다 불안하더군요. ^^
그리고 자막들. 98년 공연엔 자막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무대 양편에서 대형 화면으로 중간 중간 설명을 삽입했는데, 별로 보기가 안좋더군요. 자막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자막으로 설명해주는 친절을 보니 웬지 관객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리고 “인생을 자유롭게 살아라….여러분! 자기의 주인은 자신임을 잊지마세요” 라고 노래를 부르며 (함께 부르기를 유도하며) 공연이 끝났는데, 98년엔 이러지 않은 것 같네요. 저 대사가 이 공연이 주는 메시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 저렇게 공연이 끝나는 것도 개인적으론 조금 마음에 안들었구요..
하여튼 참 좋은 공연이였습니다. 공연 끝 배우들이 다 나와 인사할 때, 신성우씨가 김선경씨의 이마에 붙어 있는 마이크에 대고 노래하는 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 국내에서 뮤지컬을 보면서 뭔가 좀 ‘고급’이다, 혹은 ‘신경 썼다’라는 느낌을 주는 뮤지컬은 명성황후와 드라큘라, 두편 밖에 못본 것 같습니다. (뭐.. 제가 뮤지컬은 일년에 3,4편? 정도밖에 안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화려한 옷과 회전무대 밖에 볼 것이 없구요… (도저히 대사를 못 알아들어서 영어 자막을 보는 슬픔 !.!) 드라큘라는 대사, 가사가 정확히 전달되고 훌륭한 무대 장치와 의상까지, 가장 중요한 훌륭한 음악까지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있으니 최고의 공연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너무 띄워줬나? 전 드라큘라랑 아무 관계 없슴다. -_-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