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10/01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일반적으로 드라큘라라고 하면 음산한 분위기, 공포 분위기를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극단에서 본 뮤지컬의 제목을 붙일 때, “로맨틱 뮤지컬”이라는 접두어를 “드라큘라”에 붙여줬나 보다. 즉, 이 뮤지컬은 흔히 사람들이 ‘드라큘라’를 얘기할 때 떠올리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는, 드라큘라의 사랑을 다룬 뮤지컬이란 얘기다.
전쟁에서 무참히 살인을 저지르는 드라큘라는 수도원으로 도망간 사람들을 무참히 죽이고, 성직자까지 죽여버리고 만다. 성직자는 죽기 전 드라큘라에게 “절대로 죽지 않고, 피를 먹고 살라”는 저주를 내리게 된다. 이 저주 때문에 드라큘라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을 때에도 함께 죽지 못하고 계속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을 갖게 된다. 이렇게 수백년을 산 드라큘라는 삶에 지치게 되고, 마침내 하나님에게 참회를 하며 용서를 빌어 죽게 된다.
수백년 동안 살아야하는 드라큘라는 극 안에서 몇 번의 사랑을 하는데, 이런 사랑이 모두 노래로 표현되고 있다. 그래서 ‘로맨틱’ 뮤지컬인가 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그의 노래는 가슴을 울릴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에 공연의 음악적 부분에 있어서 매우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은 쉴새없이 이어진다. 많은 대사가 음악으로 표현되는데, 매우 아름다우며 장중하다. 개인적으로 CD나 테이프라도 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춤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1막에서 왈츠가 잠깐, 현대가 배경인 2막에서 현대적인 춤이 등장하지만, 전체 공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내가 본 공연은 박철호가 드라큘라 역을 연기한 공연이었다.(첫날 첫 공연) 신성우가 드라큘라로 더블캐스팅 되었다지만, 운좋게 박철호의 연기를 보게 되었다. 신성우 대신 박철호를 본 것은 대만족이였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온 이소정의 연기를 못 본 것은 아쉽다. 하지만 이소정과 더블 캐스팅 된 서지영 역시 나쁘지 않았다. 볼 때마다 즐거운 남경읍 역시 1인 2역을 무리없이 소화해 냈다.
음악이 특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고, 또하나 세트가 훌륭했다. 흔히 국내에서 보이는 어설픈 세트가 아니였다. 물론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이라는 훌륭한 무대가 그 뒷받침이 되었지만, 무대 디자인은 칭찬할만했다.
모든면에서 상당히 만족스러운 공연이였고, 관람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쉬웠던 점은 훌륭한 공연에 비해 너무 관객이 적은 것 느낌이 들었다. 돈이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극단이 많은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마음에 드는 뮤지컬이였다. 극단 갖가지는 앞으로도 좋은 공연 많이 무대에 올려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