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에 있던 아소토유니온이란 밴드에서 건반 치던 림지훈이란 분이 충무로에 ‘콩코드 서울’이란 바를 하셨는데 5월 15일에 폐업한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한번쯤은 가서 림지훈의 공연을 보고 싶었던 곳이라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폐업일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술집이지만 라이브 공연도 하는 곳으로 이날 공연은 8시부터 두 팀이 한다고 했다. 소리도둑이란 밴드와 림지훈씨의 펑카프릭이란 밴드. 공연비는 미리 예매하면 20,000원, 현매는 30,000원.
원래는 조금 일찍 충무로에 가서 밥을 먹고 입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찾아간 필동면옥은 대기 손님이 어마어마 했고, 네이버에서 찾은 주변의 진심이란 돼지곰탕 집은 재료 소진으로 이미 문을 닫은 상태. 결국 굶은 채로 콩코드에 갔다. 일진이 안 좋을 것 같은 예감에 불길했다.
콩코드 서울
충무로역 근처 골목의 2층에 위치한 콩코드는 묘한 분위기의 공간으로 예상보다 좁았다. 문지방을 기준으로 그 좁은 공간의 절반은 공연을 위한 무대처럼 쓰였고, 한쪽 구석에는 묵직한 하몬드 오르간이 놓여있었다. 전체적으로 뉴트로나 힙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인테리어. 세계 각지에서 생활하신 울 부모님 댁의 가구들을 마구 갖다놓으면 분위기가 비슷해질 것 같다. 한지 위에 붓을 이용해 영어 필기체로 “Concorde Seoul”이라고 적어 실내 대들보에 붙여놨는데, 이곳의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갬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아이템. 마치 업주 림지훈 씨가 2012년 앨범 “오르간 오르가즘”에서 선보인 음악 같은.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스텔라 아르뚜아 한 병 (10,000원)으로 시작해서 하이볼 (10,000원), 우롱하이 (13,000원)를 차례로 마셨다. 하이볼 용 위스키가 떨어져 보드카 베이스 하이볼 밖에 없다고 공지가 돼 있었다. 빈 속이어서였는지, 하이볼에 보드카를 인심 좋게 넣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빨리, 하지만 적당히 취했다.
뒤에 적겠지만 이 날 공연 분위기가 너무 좋아 왜 이곳을 미리 안 와봤나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버스 떠난 후 손 흔드는 격. 아쉽다.

밴드 공연
소리도둑
8시에 시작해야할 공연은 8시 30분이 돼서야 시작했다. 처음 보는 소리도둑이란 밴드의 음악은 단순한 코드 위에 몽환적인 건반위주의 연주를 진행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연주하신 무인도 어쩌구란 곡이 가장 좋았다. 곧 앨범 내신다고 한다.
- 피아노: 송하균
- 베이스: 허철주
- 드럼: 박근호

펑카프릭
9시에 시작해야 할 펑카프릭 Funkafric의 공연은 앞 공연이 미뤄진 영향으로 10시 다 돼서 시작됐다. 업장 한구석에 놓여있는 B3 하몬드 오르간을 림지훈이 연주했고 리듬 세션 (드럼과 베이스)과 기타가 있었다.
- 오르간: 림지훈
- 드럼: 허설
- 베이스: 이준호
- 기타: 김동현
이 공연이 연주와 분위기가 미쳤었다. 사실 나는 펑카프릭 부슷다 1집 앨범의 스타일이 좋아서 간건데, 기대와 달리 이 날의 연주는 그 때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너무 좋았다는. 각종 기존 곡들을 메들리로 만들어 소울, 펑크 풍으로 연주했고 솔로 앨범인 “오르간 오르가즘” 스타일의 곡들도 들려주셨다. 연주한 곡 중 하나는 허비 행콕의 ‘Rockit’인데, 이 곡에서 나오는 DJ 스크래칭 소리가 이렇게 기타로 낼 수 있는 소리란 건 이날 처음 알았다.
림지훈 씨 업장의 영업 마지막 날인 만큼 림지훈씨 팬들이 많이 오신 것 같았고, 다같이 음악에 맞춰 춤추며 노는 분위기였다. 내 왼편의 여자분은 한 손에 맥주병을 든 채 계속 춤을 췄다. 나보다 먼저 와 있던 외국인, 한국인 남자 일행도 처음엔 앉아서 들었지만 결국 흥겨움에 일어나서 춤을 췄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음악과 술이 함께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 밴드가 연주하는 무대로 나가 끊임없이 춤을 추시던 여자 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날 잠시 얘기를 나눈 옆의 다른 팬 분이 알려주시길, 이 분은 “펑카프릭 부슷다 시절부터의 팬으로 거의 객원 댄서처럼 춤을 추셨던 분“이라고 한다. 무대에서 춤을 추다가 악기 플러그를 몇 번 뽑기도 하셨고 베이스가 연주하다가 무대 앞쪽으로 이동하니, 이 분은 베이스 자리로 들어가 춤을 추시는, 놀라운 분이셨다. 이 분이 중간에 춤추다가 다시 관객석 쪽으로 돌아올 때 내 왼쪽에 계시던 여자분의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한 후 들어갔는데, 내가 놀라서 왼쪽 여자분한테 아는 사람이냐고 여쭤보니 모르는 분이란다. Z세대의 힙함이 이런 건가. What is Hip?
아소토유니온이란 밴드가 인기를 얻은 건 2000년대 초라고 알고 있다. 당시 싸이월드의 배경음악으로 “Think about’ chu”가 흥했다고 하는데 싸이월드를 거의 안 하고 음악도 별로 안 듣던 당시 나는 전혀 몰랐다. 내가 아소토유니온을 알게 된 건 2015년 4월 출근길 라디오에서 우연히 “We don’t stop”이란 곡을 듣게 되면서다. 당시 디깅을 좀 해보니 라디오에서 들었던 “We don’t stop”이 수록된 ’Sound Renovates a Structure‘란 명반 하나만을 띡 남겨두고 밴드는 해체된 상태였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작년에 아소토유니온의 리더였던 김반장의 새로운 밴드 윈디시티를 알게 돼서 음악도 많이 듣고 공연도 찾아갔다.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본 글에서 아소토유니온 멤버였던 림지훈 님은 밴드 해체 후 다른 길을 갔다는 내용을 보고 림지훈이 리딩한 펑카프릭 부슷다 1집을 찾아 듣게 됐는데 내가 좋아하는 펑키한 음악으로 가득차 있었다. 림지훈은 펑크 Funk, 김반장은 레게로 간 느낌. 이렇게 하다보니 림지훈 님이 하는 콩코드서울이란 업장의 인스타 팔로우까지 이어졌고 폐업 소식까지 알게 된 것. 재미있게도 아소토유니온에서 갈라섰던 김반장, 림지훈 모두 지금은 레게와 펑크에 한국적, 토속적인 분위기를 접목시키고 있다느 점이다.
이날 옆에 앉으셨던, 역시나 혼자 오셨던 림지훈 씨의 오랜 팬과 얘기를 나눴는데 “재즈, 풩크, 소울 좋아하는데 주위에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아쉽다”는 말을 듣고 100% 공감했다. 주변인들과 음악 얘기는 별로 못 하더라도 공연은 많이 찾아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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