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보고 싶지 않았던 공연이데 저녁에 일정이 없어서 즉흥적으로 당일 예매하고 가서 본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집 근처에 대극장이 있을 때의 장점 (물론 티켓이 남아 있어야지만 가능)이다.
공연 후기
직전에 봤던 뮤지컬 레드북과는 완전히 반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레드북은 코미디라고 하기에도 진지한 극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는데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그냥 대놓고 코미디이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뮤지컬 코미디 Musical Comedy 이다. 그리고 나는 뮤지컬 코미디란 장르를 꽤 좋아한다.
한 마디로 이 공연을 평가하자면 ‘영화를 무대로 잘 옮겼다‘.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한 93년 영화가 엄청난 명작인데 이 영화의 핵심적인 내용을 무대로 온전히 옮겼으니 공연이 나쁠 리가 없다.
미세스 다웃파이어(그리고 다니엘) 역을 맡은 주연 정상훈은 배역에 요구되는 다양한 역량 – 성대모사, 랩, 춤, 코미디 – 을 잘 보여줬다. 아, 노래는 조금 아쉽다. 노래에 초점이 가 있는 역은 아니지만. 같은 역을 맡은 정성화 배우나 황정민 배우의 연기도 궁금하다. 아마 정성화 배우는 노래까지 잘 하지 않았을까? 인터미션 때 관객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황정민 배우가 저 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 궁금해 했다. 무대에서 어느 주연 배우가 안 힘들겠냐마는 이 역은 정말로 힘들 것 같다.
이 작품과 레드북과의 또 다른 차이점은 가창력에 초점이 가 있지 않다는 것. 다웃파이어는 음악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고 뛰어난 넘버도 없다. 이 작품에 부족한 음악에 대한 아쉬움은 미란다 역을 맡은 린아 배우의 훌륭한 노래가 다 채워버린다. 코미디에 초점이 가 있는 이 작품에서 음악으로 감동을 만드는 배우였다. 아역 리디아를 연기한 김태희 배우 노래도 좋다.
정상훈-린아 부부의 연기 합이 좋다. 공연 초반에 남편 정상훈의 철없는 행동에 아내 린아가 분노를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두 배우의 철부지 연기와 분노폭발 연기 모두 리얼해서 너무 좋았고, 이혼 결정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에 개연성을 더해줬다. 이후 남편이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분하고 치는 개그에 고용주인 린아가 빵 터지는 장면의 합도 너무 좋았던.
다웃파이어란 가명을 즉흥적으로 정하는 장면은 번역이 꽤 어려웠을 것 같은데 “(잘 생기면) 다 오빠예요” 부분을 듣고 정하는 걸로 재치있게 번역했다.
코미디인 만큼 객석 반응이 재미있었는데, 정상훈의 개인기엔 다들 깔깔 거리다가 이 공연의 절정인 다웃파이어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선 객석이 조용해졌다. 이 장면의 비주얼이 능지처참 수준으로 너무나 비참했기 때문. 그리고 김다현 배우의 몸이 나올 때는 객석이 웅성웅성.
이 작품의 음악은 웨인/캐리 컬크패트릭 형제가 맡았다. 2019년 시애틀에서 초연한 후, 2020년 브로드웨이에 프리뷰를 하며 입성했으나 코로나 판데믹 때문에 2021년 말에야 정식 공연을 시작했고 이듬해 5월까지 공연했다. 코로나 때문인지 브로드웨이에서 몇 달 못 버틴 것. 이 작품은 영화로 유명하지만 사실은 <마담 다웃파이어>란 책이 원작이라고.
중간 중간 군무와 합창이 좀 뜬금 없지만, 제대로된 코미디 뮤지컬을 보며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
좌석 시야
뒤늦게 예매했는데 구한 중블 3열 좌석은 공연을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음악감독이 사용하는 조명빛이 조금 보이긴 하는데 큰 문제는 안 된다. 무대와 너무 가깝기 때문에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얼굴 가면이 어색하게 보일 때도 있다.


2025년 11월 04일 (화) 오후 7시 30분
샤롯데 씨어터 1층 B구역 3열 27번
VIP석 H.POINT 회원할인 15% 14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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