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드북 – 마침내 본 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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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아트센터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쇼츠에서 유독 많이 보이는 뮤지컬 씬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뮤자~ 뮤자~” 라고 노래하는 레드북의 <뮤즈> 장면. 원종환/김대종 배우가 연기하는 딕 죤슨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소름 돋아하는 민경아/박진주 배우의 표정이 유명하다. 이 외에도 박진주 배우가 “이른 아침 온 세상에 안개가 자욱해도 오후에는 어느샌가 햇살이 눈부시죠”라고 부르는 <사랑은 마치 Reprise>의 앞부분도 상당히 많이 봤다. 그렇다. 릴스에 영업당한 것. 그렇다고 해도 예매까지 이어지진 않았는데 지난 일요일, 심심해서 당일 표를 예매한 후 한 때는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이라고 불렸던 유니버설아트센터로 향했다.

공연 후기

영어로 된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국산 뮤지컬이다. 이선영 작곡, 한정석 작사/극. 2017년 트라이아웃 후 2018년에 초연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박소영.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에서 본인의 경험을 담은 야한 빨간 책(레드북)을 쓰게된 어느 젊은 처녀의 이야기.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나쁘지 않은 편이고 진지함과 코미디를 버무려 놓은 연출. 그런데 잘 버무려놨다는 생각은 안 든다. 코미디라고 하기엔 웃음의 분량이 아주 많지 않고, 진지하다고 말하기엔 가벼운. 브라운의 신사 친구들은 그렇게까지 우수꽝스럽게 걸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 음악도 인상적이진 않다. 릴스에서 많이 들은 넘버들은 익숙했지만 좋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성스루 작품을 좋아해서 노래 없이 극 중 대사가 길어질 때면 중간 중간 지루하기도 했다. 넘버의 수가 적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이날의 주연 페어는 아이비(안나)와 송원근(브라운) 배우. 둘다 노래가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모든 배우들이 노래를 잘 하는 편. 뮤지컬이면 당연할 것 같지만 안 그런 경우도 종종 있음.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이비 씨 가창력 훌륭하다. 1년 전쯤 고스트베이커리에서 봤던 송원근 배우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너무 좋고, 그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도 참 근사하다. 다만 둘의 목소리가 어울리지는 않아 내가 좋아하는 이중창에서는 감동을 못 느꼈다. 극 전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로렐라이> 넘버 뒷부분의 한보라 배우 솔로 파트. 노래 참 잘 하신다.

그 유명한 <뮤즈> 씬은 너무 익숙하여 웃으면서 봤고, 역시나 많이 본 <사랑은 마치 Reprise>의 안나가 살짝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아쉽게도 쇼츠에서 봤던 박진주 배우의 상큼함을 느끼진 못했다. 여담인데 레드북을 볼까 말까 고민하며 굉장히 놀란 건 민경아 배우의 티켓 파워. 같은 역에 캐스팅된 아이비, 옥주현 배우 회차에 비해 훨씬 좌석이 많이 팔렸다. 이 두 가수 출신 배우의 네임 밸류가 엄청난데도 민경아 배우 회차만 거의 매진이었던 것. 내 추측으로는 아마 릴스 덕이 아닐까? 나의 경우 쇼츠에서 본 안나는 민경아와 박진주 배우 뿐이었다. 한편, 이 작품의 주인공 안나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역에 맞는 나이가 어린 배우를 선호해서 민경아 배우 회차의 티켓이 유독 많이 팔린다는 의견도 있다. 뭐가 맞는진 모르겠다.

어쨌든 내용 자체는 아쉬움이 있지만 40% 할인 받아 7만원대에 본 걸 고려하면 괜찮은 공연!

좌석 시야

예매를 할 때는 극싸이드라고 생각한 좌석인데 실제 공연장에 가보니 예상보단 상당히 좋은 자리였다. 측면 열이라기보다는 중앙열 느낌이 강하고 무대에서의 거리도 상당히 가까웠다. 뒤늦게 공연 당일 예약한 것치곤 마음에 드는 자리였다.

음향은 좀 이상했다. 소리가 무대 쪽에서 들리는게 아니라 무대 우측 스피커에서 들렸다. 무대에서의 거리가 멀지 않았는데도 소리를 간접적으로 듣는 기분이라 현장감이 없고 녹음을 듣는 느낌이었다. 자리에 따라 다른 건지 어느 자리에서도 이런 건진 모르겠다.

유니버설아트센터 1층 C구역 5열 6번

이날의 캐스트

2025년 11월 02일 (일) 오후 6시 30분
유니버설아트센터 1층 C구역 5열 6번
VIP석 레드북 특별할인 40% 78,000원


PS: 본문에 여러 번 언급한 그 유명한 쇼츠의 풀 영상을 담아본다.

김대종, 민경아 배우의 <뮤즈>. 치를 떠는 표정으로 유명하다.
박진주 배우의 <사랑은 마치>. 40초의 상큼한 표정이 압권. 김성규, 박진주 배우 목소리 너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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