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재즈페스티벌2025 – 음악과 함께 하는 가을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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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을 토요일에 다녀왔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세개 무대를 적어본다.

스텔라장

난 보컬 있는 곡을 잘 듣지 않지만 스텔라장의 음반은 정기적으로 찾아 듣는다. 마지막 곡으로 부른 L’amour, les baguettes, Paris를 여러 번 들은 적이 있지만 스텔라장의 자작곡이란 건 이번에 알았다. 프렌치 원곡이 있는 줄 알았네. 계절과 참 잘 어울리는 좋은 곡. 조곤조곤히 말하듯 노래하는 스장의 목소리가 가을과 잘 어울렸다.

비츠냅

서울숲 가는 지하철에서 예습 차 한두곡을 찾아 들었는데 풩키한게 내 취향이었다. 하필이면 보고 싶었던 임채희 트리오 공연과 시간이 겹쳤는데 난 비츠냅 무대를 택했다. 잘 한 선택이었다. 풩키한 애씨드 재즈 연주가 너무나도 내 취향이었던 공연. 주로 2집의 곡을 연주하셨는데 별도 스탠딩존이 없어서 잔디밭 한 켠에 서서 몸을 흔들며 들었다. 바로 전 스텔라장 무대에서 색소폰과 드럼을 연주한 송하철 씨가 이 무대에도 올라와 색소폰 (그리고 쉐이커)을 연주했는데 비츠냅의 곡과 잘 어울렸다. Funky and Groovy! 이 밴드를 알게 된 게 이번 페스티벌의 가장 큰 수확. 공연 후 관객들이 진심으로 앵콜을 외쳤고, 밴드는 다음 팀 공연 때문에 앵콜은 못 한다고 진심으로 아쉬워했던 무대.

  • Bass: 이주원
  • Drums: 김영진
  • Guitar: 원준
  • Sax: 송하철
  • Key: 송우진

마이크 스턴 Mike Stern 밴드

토요일의 헤드라이너. 사전 지식은 마일즈 데이비스와 같이 연주했다는 것, 크게 다쳤다가 재활하여 다시 연주한다는 것, 예습 차 들어본 그의 음반 몇 곡 정도가 다인 연주자였다. 공연 시작 좀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마지막의 이 공연은 포기하고 집에 갈까란 생각도 잠깐 했을 정도. 하지만 헤드라이너 공연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서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정말 훌륭한 무대였다. 마이크 스턴은 나를 금방 연주로 매혹시켰다. 그의 훌륭한 경력 때문에 잘 한다고 느껴진게 아니라 정말 잘 하더라. 연주가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스윙하는. 같이 온 리듬 세션들과 색소폰도 훌륭했다. 피아노가 없는 밴드인만큼 마이크 스턴은 동료들이 연주할 때도 열심히 기타로 소리를 채워줬다. 아내인 레니 스턴이 세컨 기타를 쳤는데 남편의 실력에 훨씬 못 미치는… 부부 싸움을 했는지 아내만 홀로 멀리 떨어져 연주하는 게 이상했다.

  • Guitar: Mike Stern
  • Guitar: Leni Stern
  • Sax: Bob Franceschini
  • Bass: Jimmy Haslip
  • Drums: Steve Pruitt

그 외 무대는,

  • 마이클리와 유리아 씨가 뮤지컬 에비타 홍보차 와서 네 곡을 부르고 갔다. 예상 외로 에비타의 가장 유명한 넘버인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포함 안 돼 있었음. 마지막 곡은 유리아 씨가 “너무 홍보만 하는 것 같다” 재즈 넘버를 한곡 불렀다. 유리아 배우는 영상으로만 봤던 배운데 역시나 시원시원하게 노래했다.ㅅ
  • 박상아 퀸텟 무대는 평범. 피크닉 온 기분으로 와인 마시며 듣기 좋았다.
  • 전자공방의 처음 몇 곡은 너무 전자전자했지만 리듬감이 좋아 재미있게 들었는데 난아진이 무대에 조인하면서 즐겁던 리듬감이 사라져 중간에 내 자리로 돌아갔다.
  • 아론 팍스 리틀 빅 Aaron Parks Little Big의 무대는 so so였는데 한국인 드러머의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 피달소의 무대 때 비가 왔다. 비만 안 오면 가을 밤과 어울리는 곡들이 됐을텐데 비를 피하느라 온전히 음악을 감상하지 못했다. 뉴에이지 곡 듣는 기분이었다.
  • 일요일에는 티켓은 끊지 않고 무료 공연만 보러 갔다가 이규리 퀄텟 공연을 봤다. 스캣을 많이 쓰는 보컬이었는데 즐기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 이어진 폴란드 출신 토마스 하와 Tomasz Chyła 퀸텟의 공연은 간만에 강렬한 재즈 퓨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기타 치던 친구의 쇼맨쉽이 대단했다.
  • 무대 중간에 있던 마칭 밴드 어노잉박스 Annoying Box의 공연도 재미있었다. 마칭 밴드 치곤 솔로 연주가 아주 훌륭한… 갓 쓰고 태평소 부는 분, 너무나 신기. 이틀 모두 봤다.

처음 와 본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은…

숲재페는 인당 와인 1병씩을 들고 갈 수 있는 게 참 좋았다. 냉장고에 있던 뉴질랜드 소비뇽블랑을 아이스백에, 아침으로 먹다 남긴 냉동 피자 몇 조각과 냉동 만두 몇 개를 락앤락에 넣어 서울숲으로 떠났다. 1회용 용기나 유리잔은 반입이 안된다.

입장 밴드는 금방 교환했지만 게이트 오픈까지 기다리느라 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덕에 무대에서 가까운 자리를 잡긴 했지만.

무대는 세개였다.

  • 선셋 포레스트 Sunset Forest 스테이지
  • 디어디어 Dear Deer 스테이지
  • 가든 씨어터

가든씨어터는 티켓 없이도 볼 수 있는 무대로 좀 멀찍히 떨어져 있었다. 시민을 위한 무료 무대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머지 두 무대는 가까이 붙어 있었는데 번갈아 가며 한쪽에서 공연을 하면 다른 쪽에서는 사운드 세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나는 메인 무대인 선셋 포레스트 스테이지 앞에 자리를 맡아놓고, 작은 무대인 디어디어 스테이지에 공연이 있으면 가서 서서 듣는 식으로 공연을 봤다.

스탠딩 존이 무대 앞에 있던 서재페와는 달리 무대 앞까지 돗자리를 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치에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작은 무대인 디어디어 스테이지에는 무대 앞이 텅텅 비어있지만 서서 음악 듣는 사람들은 무대 앞에 못 가고 사이드에서 멀찍히 서서 들어야 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좋은 음악과 술을 마시나 와인 한 병을 예상보다 빨리 다 마셔버렸다. 서울숲 밖 대로 변에 있는 푸드트럭에서 서울브루어리의 맥주 6캔을 사와서 추가로 마셨다. 음악과 술을 같이 할 수 있으니 거기가 바로 극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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