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멤피스 – 소울이 느껴지지 않는 또 하나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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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흑인 배역이 많은 뮤지컬을 잘 안 보는 이유는 힌국인 배우들이 그 소울을 못 살리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인종 차별과 사회적 장벽에도 불구하고 백인 라디오 DJ 휴이와 흑인 클럽 가수 펠리시아가 사랑을 싹틔운다는 이 뮤지컬의 시놉시스를 보고 관심이 식은 이유도 아프리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원사이트에서 찾아 들은 오리지널 런던 캐스트 음반의 음악이 신나고 좋아서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이 작품의 음악은 블루스, 록앤롤, 가스펠 같은 흑인 음악이었는데 내가 블루스, 재즈, 소울, 풩크 같은 흑인 음악을 좋아하거든.

안타깝게도 공연은 내가 처음 가졌던 우려가 맞아 떨어졌다. 한국인 배우들이 흑인의 소울을 잘 표현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기대했던 음악적 즐거움도 별로 못 느꼈다. DJ 박스 창밖에서 하는 얘기가 방음 유리에 막혀 휴이에게 안 들리듯, 무대 위 배우들의 즐거움이 제 4의 벽 건너편에 있는 나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프닝 곡인 ‘Underground’는 그리스의 ‘Grease Lightnin’을 연상케 하는 신나는 넘버인데도 이상하게 나는 하나도 신나지 않음. 이러니 인종을 뛰어넘어 음악을 매개체로 갈등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다.

천방지축 주인공 휴이에게는 정말 공감이 어려웠다. 하는 짓을 보고 있으면 아들을 걱정하는 동시에 한심해하는 엄마 글래디스 마음이 이해가 가더라. 주인공이 어수선하니 공연 전체가 어수선했다. 왜 휴이는 펠리시아를 따라 뉴욕에 가지 않으려고 했을까? 이미 기반을 닦아 성공한 멤피스를 떠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은데 극 중 내내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그였기에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아니면 펠리시아가 남부에서 느끼는 불안전함에 대한 공감이 모자랐던 것일까. 나중에 백댄서들이 같이 못 가면 자기는 가지 않겠다고 하는 부분은 핑계 같고. 공연 내내 휴이가 펠리시아를 사랑한다는 건 느껴지지 않았음.

공연을 보면서 무대가 너무 넓다는 생각도 들었다. 폭이 좀 더 좁은 극장에서 했다면 무대 위의 에너지가 나에게도 느껴졌을까. 앞 쪽 좌석은 아니었지만 시야는 나쁘지 않았는데. 요즘 공연 같지 않게 암전이 긴 것도 아쉬웠다. 전원 한국인이 공연하는 이 작품에서 흑인과 백인 구분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가발로 했고 나쁘지 않았다. 금발 휘날리는 백화점 사장은 트럼프가 떠오르긴 했지만.

무대 위는 신나는데 관객석의 나는 안 신나는 느낌은 옛날에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를 볼 때도 똑같이 느꼈었다. 신기하게도 음악과 사랑으로 변화를 꿈꾼다는 내용조차 두 작품이 비슷하다. 멤피스는 끝내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은 다르지만.

이 작품은 2009년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여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 음악, 극본, 편곡상을 받았다. 작곡은 데이빗 브라이언 David Bryan 극본은 조 디피에뜨로 Joe DiPietro 가 맡았고, 작사는 둘이 같이 했다. 이 둘은 넷플릭스에서 봤던 뮤지컬 다이아나의 음악을 같이 작업하기도 했다. 뮤지컬 멤피스는 한국에서는 2023년 초연 후, 이번 공연이 재연이다. 함께 관람한 와이프의 평은 중간 중간 마음에 드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so so.

2025년 8월 16일 (토) 오후 7시 00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층 C구역 10열 3번
VIP석 LG전자 임직원 할인 50% 8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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