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DJD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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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일 쯤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ADJD (All Day Jazz Day)란 공연의 광고를 봤다. 재즈 아티스트 에이전시인 ARTBUS가 선보이는 브랜드 패스티벌이라고 한다. 티켓은 겨우 3만원. 마음에 들어 예매하려고 하니 이미 매진이었다. 다음 날 아침, 혹시나 싶어 다시 체크하니 예매 가능한 상태였다. 읭?하며 일단 예매를 하고 보니 다시 매진 상태. 아마 누군가가 취소한 표 한 장을 잡은 것 같다. 어디 말하기도 민망한 이 행운에 엄청 행복했다. 하지만 몇 시간 후, 현장 판매 하기로 했던 티켓도 온라인으로 추가 판매한다고 해서 이 운수 좋은 날의 기쁨은 조금 줄었지만.

어쨌든, 7월 26일 공연을 다녀왔다. 낮 1시 반에 가서 밤 8시에 나왔다. 이 정도면 ‘All Day’라고 할만하다. 합정동의 SODA 2002란 공간에서 진행됐는데, 일반적인 카페 정도 크기의 공간이었다. 무대는 특이하게 공간의 정가운데에 있었다. 한 팀이 30분 공연 후, 30분동안 세트 교체를 하고 다음 팀이 30분 공연하는 게 이어지는 방식.

입장 팔찌 / 공연 프로그램

공연 이야기

시작은 김명원 그룹. 기타리스트 김명원 씨가 중심이 된 그룹으로 주로 김명원씨 앨범에 있는 곡들을 연주하셨다. 내 취향은 아닌 곡들이었는데 김명원 씨가 공연 중간에 본인이 생각하시는 멋진 재즈곡은 이런 스타일이라서 이런 음악을 하신다고 하셨다. 좋은 곡 많이 쓰시고 좋은 연주 많이 들려주시길.

두번째는 루카마이너. 이런 아티스트를 알게 된 게 이번 공연에서 얻은 수확 중 하나. 남성 보컬이지만 언뜻 들으면 여성인 것 같기도한 중성적 보컬이 매력적이다. 그윽하면서도 맑다. 피아노 연주도 같이 하신다.

세번째는 소울딜리버리. 멤버들이 다들 재미있어 보이고 관객과의 소통도 좋은 유쾌한 밴드였다. 소울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는다. 베이스 치시는 분이 “Jazz Police들은 제 말을 무시해주세요”라고 전제를 깔면서 “합주 없이 공연하면 재즈!”라고 선언하신 게 재미있었다.

네번째는 심규민 씨와 전상민 씨의 더블 키보드 연주. 별 기대를 않았는데 웬걸, 곡들이 풩키했다. 두 분의 자작곡들을 합주하시는 형식이었다. 난 전상민씨 연주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 컴퓨터로 찍은 비트를 켜고 연주를 하셨는데 리듬도 라이브 연주였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됐을 것 같다. 전상민 씨의 <Tokyo Metro>가 인상적이었고, 이 곡에 영감을 받아 심규민 씨가 <5호선>이란 곡을 썼다는 얘기도 재미있었다.

마지막은 윤석철 씨와 옥상달빛의 박세진 씨 공연. 두 분은 조찬모임이란 음반을 같이 낸 적이 있다. 두 분이 술을 마시다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 – 브라질리언 – 하다는 걸 알게 돼서 언젠가 같이 음반을 내보자고 약속한 후에 나온 음반이란다. 이 음반에 곡이 몇 개 없기 때문에 음반에는 없는 보사노바 곡도 불러주셨다. 윤석철 씨의 보컬을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 관객도 가장 많았고 열기도 후끈했다.

윤석철 X 박세진 (출처: 망원렌즈의 직캠공장 유튜브)

그 다음은 잼 세션. 관객들도 많이 떠났고 기대도 별로 안했는데, 난 재즈 아티스트들이 자작곡을 연주하는 것보다 스탠다드 곡 연주하는 걸 더 재밌어 하기 때문에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물론 사람이 확 줄어 좀 더 시원하고 쾌적한 상태에서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고.

처음 기타를 들고 오신 분은 거제도에서 올라온 재수생이라고 한다. <Four>를 연주했는데, 재수생이 이 정도면 대학에선 뭘 배운다는 걸까. 같이 연주한 건반, 베이스, 드럼도 너무 좋았다. 다들 프로 연주자이신 걸로 안다. 두번째는 잘 기억이 안 나고, 세번째는 김명원 씨와 심규민 씨가 각각 기타와 건반을 잡으셨다. 네번째 곡에서는 윤석철 씨가 건반을 치셨다. <Oleo>를 연주하셨는데 윤석철 씨가 스탠다드 곡 연주하는 건 처음 봤고 너무 좋았다. 같이 기타 연주하신 분 (성함 까먹음. 루카마이너 공연에 기타 연주하셨던 분)도 너무 좋았다. 마지막엔 인천에서 오신 여자분이셨는데 <One note samba>를 피아노까지 연주하시면서 노래해주셨다. 신나는 분위기의 이 곡은 이 날 행사를 마무리하기에 딱이었다. 음악 하시는 분들 정말 멋있다.

독특한 F&B

난 공연장에서 술을 안 팔 줄 알고 집에서 맥주 한 캔, 공연장 근처 버스 정류장 앞 편의점에서 또 한 캔을 마시고 갔다. 하지만 현장에선 다양한 술을 팔았다. 한편, 행사 스폰서가 제공하는 사이다를 계속 마실 수 있어서 맥주를 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고 공연장에서는 몽키스숄더 한 잔만 마셨다.

공연장 한 켠에선 기타리스트 부강현 씨가 직접 구워주시는 피자, 옥상달빛의 박세진 씨가 직접 말아주시는 칵테일도 팔았다. 이 피자 한 피스와 무알콜 칵테일로 늦은 점심을 떼웠다. 알고보니 알콜 들어간 칵테일도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무알콜 칵테일을 주문했었네.

이 때까지는 한가했지만 이후 정신 없어졌던 주방.

굉장히 독특한 행사였고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게 매력적이었다.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역대급 더위와 사람들의 열기를 에어컨이 이기지 못 해 더웠던 거 빼놓곤 다 만족스러웠던 페스티벌이었다. 아, 나이가 들어서인지 계속 서 있는 건 조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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