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서울재즈페스티벌 (이하 서재페)에 다녀왔다. 내가 좋아하는 풩크, 쏘울, 재즈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타워오브파워 공연이 있는 날이라 마지막날인 6월 1일 일요일을 선택. 재즈기자님이 유튜브에서 추천해준 공연을 따라다녔다.
박지은 퀸텟 (60분)
시작은 수변무대의 박지은 퀸텟 공연. 매우 더운 날이었다. 땡볕 아래에서 30분 가량 기다려 입장해 1열 중앙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여전히 땡볕 아래인 좌석에서 30분을 더 기다리고 공연이 시작됐다. 60분짜리 박지은 퀸텟의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더위를 잊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리더인 박지은 씨는 보컬과 플릇 연주를 동시에 하는 드문 아티스트. 마침 하루전 재즈피플에서 인타뷰 기사를 읽고 단 터라 내적친밀감이 있었다. 필라테스 강사도 하신다니 다재다능하신 분. 다음은 셋 리스트.
- Revive Blues
- Destination to moon
- Accomplish
- Development
- Sunshine anywhere
- Honest
- Live love joy
플룻은 보사 리듬의 밝은 곡에 무척 잘 어울렸다. 반면 템포가 빠른 거친 곡에는 힘겨워 보였고. 박지은 님 목소리는 음반으로 들을 때는 못 느낀 그윽함이 느껴졌다. 피아노 주자 (성함 기억안남)의 솔로가 인상적이었다.
Jose James (70분)
박지은 퀸텟 공연 후 잔디마당 한켠에 돗자리를 펴 자리를 잡은 후 핸드볼경기장에 가서 마이클 메이요의 공연을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무대에서 리허설을 하던 호세 제임스 Jose James의 세션 연주가 마음에 들어 일단 공연을 좀 보다가 옮겨 가기로 가기로 마음을 고쳤다. 그러다가 70분 다 봐버렸네. 호세 제임스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스타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공연 중에 계속 레이디스를 위해서 노래를 바친다고 해서 좀 웃겼는데 내 앞에 있던 어린 여성 두분도 “말 끝마다 레이디스”래라며 낄낄댔다. <Just two of us>를 부를 땐 모두 하나가 되어 떼창을 하기도. 엄청 좋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던 공연. 의상은 가장 스타일리쉬했다. 게스트 피아니스트로 펜트하우스의 스미노 하야토가 중간에 등장하여 연주했다.
BEATrio (80분)
그 다음은 밴조 연주자 벨라 플렉 Béla Fleck, 하프 연주자 에드마 카스타네다 Edmar Castañeda,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 Antonio Sánchez 트리오의 무대. (이니셜을 따 BEATrio라고 한다). 재즈기자님 유튜브에서 밴조와 하프가 포함된 보기드문 재즈 그룹이란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특이할 줄은 알았지만 좋기까지 할지는 몰랐다. 이 공연이 나에겐 이번 서제패에 온 의미가 됐다. 욕을 거의 안 하는데 이들의 공연을 보며 너무 경이로워서 시X이란 소리가 두번이나 나왔다.
밴조도 특이한 악기지만 하프에 비하면 평범하달까. 베이스가 없는데 소리가 어디에서 나나 싶었는데 하프의 소리였다. 베이스 기타와 기타를 합친 것 같은 음역대, 아마도 피아노 수준의 음역을 커버히는 하프의 기이하면서 아름다운 소리에 연주자인 에드마 카스타네다의 쇼맨쉽이 합쳐져 굉장한 솔로가 됐다. 웬지 고루해보이는 악기인 하프에게 이런 힘이 있을 줄이야. 벨라 플랙의 섬세한 벤조 연주도 만만치 않게 아름다웠다. 드럼 안토니오 산체스는 이 현란한 악기들이 만드는 음에 굳건한 리듬을 제공했다. 현악기가 둘이다 보니 누가 솔로를 하는지 헷갈리기도 했는데 나만 그랬던건 아닌지 카메라맨도 밴조가 솔로를 할 때 하프를 화면에 담기도. 몰랐는데 다들 스타 플레이어란다. 벨라는 19개, 안토니오는 5개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뮤지션이라고.
그 외 몇 개
그 뒤 한동안 딱히 보고픈 공연이 없어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풀 공연을 보진 않아서 감상을 적기엔 어려움. 짧게 적자면
- 킹스오브컨비니언스: 노르웨이에서 온 수와진
- 안신애: 폭발적인 가창과 퍼포먼스
- 윤석철 트리오: 재즈 밴드계의 셀렙. 내 취향과는 떨어진 실험적인 음악.
- 제이콥 콜리에: 젊음이란. 과감하고 폭발적.
Tower of Power (90분)
그리고 내가 서재패 마지막 날을 선택한 이유인 타워오브파워(이하 TOP)의 공연. 짐 다 싸들고 kpso돔으로 갔다. 3일짜리 서재페의 최종 공연이다. 빈 무대의 뒷편에는 그룹명 아래 1968년 결성됐다고 자랑스럽게 적혀있었다. 시작부터 신나는 곡. 내가 좋아하는 Soul with a capital S를 직접 듣게 될 줄이야.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흥겨운 리듬의 곡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나를 포함해 상당수의 사람들은 TOP의 노래를 잘은 모르는 듯 떼창은 없었다. 하지만 위에 썼듯 스타란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젊은 보컬 조단은 계속 뛰어다니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무려 1968년부터 있던 관록의 (물론 멤버가 많이 바뀌었지만 원년 멤버인 에밀리오 까스띠요 Emilio Castillo와 “풩키닥” 스테펜 쿱카 Stephen Kupka가 여전히 함께 하고 있는) 그룹은 공연장의 분위기를 폭발시켰다. 진짜 노친내들 대단했다.
공연 중간 에밀리오가 “One thing that’s always true 어쩌구”하고 질문을 던졌는데 내 앞에 있던 키 큰 남자 분 단 한분만 “Diggin on James Brown”이라고 외쳤다. 까스띠요가 우리한테 유튜브 좀 보라고 했다. ㅋㅋㅋ 까스띠요가 다시 질문을 던졌고, 그 다음엔 두 명 정도가 대답. 난 그 때까지 뭔 소린지 몰랐음 ㅋㅋ. One thing that’s alywas true for me is diggin’ on james brown1라는 문장을 완성시키면서 <Diggin’ on james brown>을 부르기 시작한 것.
슬로우템포 곡 하난가 빼놓고는 모두 훵키하고 소울풀해서 스탠딩 뛰는 보람이 있었음. <What is hip>을 안불러주기에 앵콜곡이구나 싶었는데 역시나였다. 퇴장 후 앵콜을 위해 무대로 돌아온 조단이 한곡인가 부르고 “The eternal question is” 하자 우린 모두 다함께 웟이스힙!!!2이라고 응답. 그 다음은 다들 미쳐 날뛰는 분위기. 노래 가사를 몰라서 What is Hip!만 따라 외치면서.

미친 경험이었다. 내년 서재페도 꼭 갈 예정. 대극장 뮤지컬 한 편 보는 것과 가격이 비슷한데 만족도는 훨씬 높다.
서재페, 그 외 이야기
- 썬크림 온몸에 치덕치덕 발라둬야 함. 얼굴에만 바르고 갔더니 손목과 다리 다 탔다.
- 산토리 가쿠빈 하이볼 팝업이 있었는데 완전 별로. 미리 제조해둔 하이볼을 주더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얼음이 녹아 맛이 밍밍해진다. 페스티벌엔 역시 카스가 최고
- 재즈피플 정기구독권+서재페 티켓 패키지로 구입했더니 초대권용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줄을 서지 않고 팔목 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일반 예매자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엄청 긴 줄을 선 후에 받는 거라서 소소한 행복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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