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팻 메시니 Pat Metheny의 내한공연을 다녀왔다. 사실 평소 그의 열렬한 팬은 아니었지만, 올해 70세인 이 전설적인 뮤지션의 연주를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예매했다. 때마침 누군가의 취소표로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팻 메시니가 불과 내 앞 5미터에 있는 정중앙 좌석.
공연이 시작되고 스툴에 앉아 연주하는 팻 메시니의 차분하면서도 그윽한 기타톤을 들으며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번 투어는 드림박스/문다이얼 투어 Dream Box/MoonDial Tour라는, 그의 최신 앨범 두장의 이름이 붙은 투어이지만 이 앨범들의 곡들만 연주하는 공연은 아니었다. 팻 메시니는 무대에서 자신의 음악 인생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53장에 달하는 앨범들 중에서 엄선한 곡들을 메들리 형식으로 들려주었다. 마치 그의 음악적 여정을 듣는 듯한 경험이었다.
팻 메시니에게는 다양한 종류의 기타를 가지고 놀며 즐거워하는 순수한 소년 같은 모습과 동시에 음악적 실험을 멈추지 않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머리 스타일도 딱 그렇다) 같은 모습이 공존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바리톤 기타에 대한 그의 열정적인 설명과 연주였다. 공연 상당 부분을 바리톤 기타로 진행하며, 일반 기타와는 다른 깊고 풍부한 음색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공연 중반부부터는 일렉 기타를 매고 루프스테이션으로 베이스와 리듬을 녹음한 후 재지하며 블루지한 기타 연주를 했는데 이 때가 나에게는 가장 좋았던 무대였다. 1인 무대였지만 사운드는 풍성했다.
마지막 무대에 등장한 오케스트리온 Orchestrion은 깜짝쇼였다. 팻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자 단원처럼 기이한 기계를 작동시키고 여러가지 기타를 연주하여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전기 신호에 딜레이가 안 생겨 합주가 가능한게 신기하다는 생각.
2시간 동안 즐거웠다. 팻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황홀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연주 중간중간 왼손이 저리다고 해서 조금 걱정스럽기도 했다. 얼마전까지 입원했었고 한동안 기타를 못 잡았다고. 그래서인지 아쉽게도 오케스트리온 이후 무대를 퇴장한 후에 앵콜 연주도 없었다. 건강하게 오래도록 좋은 음악을 들려주시길.
2025년 05월 23일 (금) 오후 7시 30분
GS 아트센터 1층 OP구역 3열 12번
R석 130,000원
PS: 어제 팻 메시니의 백발 사자머리가 넘 멋져서 나도 백발이 되면 저런 스타일을 해봐야지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난 머리숱이 없어서 안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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