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공연 실황 영상을 봤다. 먼저 큰 불만부터 적어보자. 메르세데스 솔로 때 멀미가 날 정도로 카메라가 빙빙 돈다. 어지러워서 이 좋은 넘버들을 눈감고 듣게 만들다니 진짜 너무 하다. 그 외에도 카메라가 흔들리고 초점이 안맞는 경우도 종종 있어 공연 퀄리티와 무관하게 촬영과 편집의 퀄리티가 아쉬웠다.
국내 초연과의 비교
이 실황 공연은 2020년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10주년 공연을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난 2010년에 국내 초연을 두 번 보고 이후 안 봤는데 당시 이상했던 부분이 꽤 바뀌었다. 당시 적었던 후기에서 이상하다고 적었던 점을 발췌해본다. (이하 스포 존재)
몬테크리스토와의 총싸움에서는 허술하게 진 알버트가 마지막 장면에서 딴 사람 총을 번개 같이 꺼내 몬테크리스토의 뒤에 있는 몬데고를 한 번에 명중시키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절창 류정한! (Hoojung)
되짚어 보면 몬데고는 알버트가 자신의 아이가 아닌 걸 알고도 키워준 건데 알버트는 안지 얼마 안되는 친부를 위해 단방에 키워준 아버지를 쏴없애 버린다. 기른 정은 다 어디로 가고.. 흑
이번에 본 실황 영상에서는 알버트가 아니라 몬테크리스토의 심복 자코포가 몬데고를 쏜다. 따라서 알버트의 허술한 총 솜씨나 기른 정에 대한 이상함은 제거된 셈.
몬테크리스토가 보물을 발견한 이후에 갑자기 복수의 화신이 되는 것도 어색하다.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신하는 것과는 달라야 하지 않겠나? 감옥에 있을 때부터 복수에 이를 갈며 탈출 준비를 했어야 사람들이 더 수긍할텐데.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절창 류정한! (Hoojung)
이번에 본 실황 영상에서는 감옥에서부터 복수를 노래했다. 실제로 내용이 변걍된건지 내 감상이 바뀐건진 모르겠다.
어렸을 때 읽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나에게 통쾌한 복수극으로 남아 있기에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도 복수극이 될 줄 알았지만 복수는 노래 하나 부르며 끝내 버린다. 투자 사기를 쳤다는 큰 그림 외의 디테일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단 명료하게 복수를 다뤘기에 복수의 통쾌함을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절창 류정한! (Hoojung)
이건 내가 직접 느끼진 못 한 것이지만 나무위키를 보면 초연 때보다는 복수 넘버(Trap, Too much is not enough)의 길이가 좀 더 길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짧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이상한 부분이 있었지만 몬테크리스토 한국 초연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아름다운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내 기억 속에 좋은 작품으로 남아 있다.
실황 영상 감상
이 영상에서 주연 몬테크리스토를 맡은 카이의 연기와 가창은 부족함이 없었다. 메르세데스 역의 린아는 고음보다는 중저음이 좋았다. 그래서 초반의 젊은 메르세데스보다는 후반의 몬데스 부인으로서의 넘버들이 훨씬 잘 어울리더라.
2막 중간의 파티장면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앙상블이 부르는 That’s what they say 넘버가 재미있었고 파티에서 재회하는 몬테크리스토와 메르세데스의 모습은 찡하기까지 했다. 둘 다 붉은색 의상을 입었는데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속칭 지옥송이라고 불리는 넘버 Hell to your doorstep은 매체의 한계인지 직관에서 느꼈던 에너지를 받을 수 없었다.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는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1,4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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