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사이공 25주년 공연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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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국내 프로덕션으로 관람한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25주년 기념 공연을 실황 영상으로 보았다. 이 영상은 2014년에 시작한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웨스트엔드 리바이벌 공연 중 25주년 기념 갈라 공연1을 녹화한 것. 공연이 끝난 후 등장하는 오리지널 웨스트엔드 캐스트들의 특별 무대도 포함돼 있다.

모티브가 된 나비부인 원작소설이 1800년대 말, 뮤지컬 초연은 1980년대여서 스토리가 좀 올드한 면이 있지만 클로드 미셸 숀버그와 알랭 부블릴 콤비의 아름답고도 처절한 음악 덕분에 현장에서 공연을 보듯 이 비참한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완전 몰입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야한 장면도 있었는데, 진한 키스신이 그랬다. 클로즈업 영상이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 25주년 기념 공연이어서 배우들이 오버한건지 모르겠지만 킴과 크리스는 로맨틱 넘버인 Sun and Moon, Last Night of the World를 부르며 틈만 나면 물고 빠는 키스를 하였다. 이 작품의 약점 중 하나인 하룻밤 사이의 금사빠를 “이래도 납득못해?”라고 항변하듯.

이 작품으로 데뷔한 에바 노블자다 Eva Noblezada의 킴은 노래와 연기, 외모까지 완벽했다. 빛이 난다. 이 때 겨우 18살이었는데 이 어린 나이에 웨스트엔드에서, 그것도 클래식의 주연으로 데뷔했다니 천재 배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오리지널 킴인 레아 살롱가가 초연할 때 저랬겠지란 생각이 든다. 노블자다는 이후 이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브로드웨이로 옮겨갈 때도 계속 주연으로 연기했고, 뒤이어 뮤지컬 하데스타운에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캐스트로 합류한다.

엔지니어 역의 존존 브리오네스 Jon Jon Briones도 인상적이였는데 왜 엔지니어가 이 작품에서 킴 다음 가는 중요한 역이라고 하는지 이해할만 했다. 본인의 생존만 추구하는 비열한 면과 더불어 능글맞고 유머러스한 면도 완벽히 소화하여 미워할 수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영상에서도 엔지니어의 솔로 이후에 우렁찬 박수와 환호가 터진다.

이번 영상을 보며 눈에 띈 배우가 있었는데, 지지 역의 레이첼 안 고 Rachel Ann Go. 특히 공연 뒤 갈라쇼에서 레아 살롱가와 함께 The Movie in My Mind를 부를 때 감탄. 이 실황을 보기 전엔 이런 넘버가 이 작품에 포함돼 있는지도 몰랐는데 베트남 클럽 댄서들의 고통과 꿈을 영화에 빗대 표현한 훌륭한 여성 듀엣곡이었다. 이 배우는 뮤지컬 해밀턴 런던 프로덕션의 일라이자였는데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 영상만 보고는 못 알아봤고 후에 검색을 하다가 알게 됐다. 나에게는 이 배우의 일라이자가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일라이자인 필리파 수보다 더 나았다.

이 배우들 외에 웨스트엔드에 진출하여 투이 역을 꿰찬 홍광호의 영어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고 살짝 살짝 보이는 앙상블 김수하를 찾는 재미도 있다.

공연 뒤 초연 배우들의 갈라 무대도 재미있다. 레아 살롱가는 진짜 멋있었고, 오리지널과 리바이벌의 킴-크리스 커플이 파트너 바꿔 연기하는 모습은 이승에서 다시 만나지 못한 한 쌍이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오리지널 엔지니어였던 조너던 프라이스가 The American Dream을 부르며 원곡과는 다르게 자기 머리를 만지며 아메리카에서도 대머리는 못 고친다고 노래 부르는 부분에서는 빵터졌다.

영상은 클로즈업이어서 도움이 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너무 남발되어 아쉽기도 했다. 오버랩이 과하기도 했다. 특히 무대 전체를 한 번에 조망하고 싶은 군무장면에서 더 그랬다. 다만 이런 단점들이 가슴에 와닿는 음악과 에바 노블자다의 열연을 가릴 순 없었다.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대여해 보았다2.


  1. 2014년 9월 22일 공연. 이후 공연에서 일부 영상을 추가 촬영을 했다고 한다. ↩︎
  2. 단돈 1,2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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