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벳, 더 뮤지컬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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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뮤지컬 실황 영상을 찾아보고 있는데 마침 메가박스에서 뮤지컬 엘리자벳 실황을 상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상당히 비쌌다. 아무리 특별관인 돌비시네마 Dolby Cinema관이라지만 두 명이 58,000원. 가지고 있던 쿠폰 적용도 불가능했다.

작품의 내용은 요즘이라면 비혼을 선언하고 자유롭게 살아갔을 엘리자벳이 우연한 기회에 합스부르크 가문의 황후가 되어 본인도 불행해지고 주변 사람들도 힘든 이야기이다. 이런 내용이니 의인화 된 죽음이 등장하는 게 자연스럽고 죽음을 통한 해방이란 해석도 납득할만하다.

이미 무대 공연을 통해 대략의 내용을 파악한 상태에서 봐서인지 영상으로 보는 뮤지컬 엘리자벳은 실제 공연보다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고 더 좋았다. 극장에서처럼 배우들의 에너지가 온몸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영상이 주는 시각적 구성이 무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였다. 감정 연기를 감상하기 좋은 적절한 클로즈 업도 유용했고, 특히 ‘내가 춤추고 싶을 때’ Wenn ich tanzen will 와 마지막 장면인 ‘베일은 떨어지고’ Der Schleier fällt 에서 엘리자벳의 시점으로 보는 죽음(토드)을 담은 연출은 영상만의 장점이 돋보였다.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메인 넘버 ‘나는 나만의 것’ Ich gehör nur mir 은 무대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임팩트는 없지만 마지막 고음 부분은 짜릿했다.

주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길병민은 깊이 있는 저음으로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해서 가장 인상적. 이지훈은 원래 저렇게 능글맞은 역을 잘 했던가? 에비타의 체를 연상시켰다. 옥주현은 말해 뭐해… 히로인 그 자체. 벨팅은 옥주현이 최고. 토드 역의 이해준은 멋졌다. 이 친구가 곧 시작하는 틱틱붐의 존을 맡는다던데 궁금해졌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영상 중간 중간 초점이 안 맞거나 소리와 화면의 싱크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듀엣 장면에서 한 사람만 클로즈업 되는 경우도 아쉬웠다.

무대 인사가 포함된 회차여서 길병민 (황제 역), 주아 (대공비 역), 장윤석 배우 (황태자 역) 그리고 박재석 감독이 관객과 만났다. 상영 전 박재석 감독은 관객들이 극장에서처럼 박수를 쳐주었으면 해서 영상에 박수 소리를 삽입했다고 말하며 박수를 쳐달라고 했지만 상영 내내 박수 소리는 별로 나지 않았다. 나는 넘버마다 작게나마 박수를 쳤다.

한 줄 요약하자면 29,0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았다. 굿! 동행한 아내도 대만족.

무대 인사
이날(?)의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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