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폭이 큰 경우가 아니면 동일 공연 재관람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하데스타운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보러 갔다. 3주 안에 세 차례나 샤롯데씨어터를 찾은 것. 25년 넘게 뮤지컬을 봤는데 회전문은 처음 도는 셈. 앞쪽에서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당일 오전에 체크해보니 낮공에 좌블 3열 좌석이 하나 비어있어서 당장 예매하고 회사 휴가냈다.
공연 후기
앞서 봤던 두 공연보단 감동이 덜했다. 이제 어느 정도 이 작품에 익숙해져서였을 수도 있고 무대에 근접하여 시야가 제한되는 좌석 때문일 수도. 이 공연은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매력인데 시야가 제한되다보니 그게 잘 안되는 듯. 2회차 때 감탄했던 When the chips are down에서 허리 꺽이는 순간도 이 좌석에서는 느낌이 잘 안 왔다. Chant의 일꾼 군무도 팔의 근육은 더 자세히 보였지만 원을 이뤄 시계처럼 무의미하게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전체적인 모습을 느끼긴 어려웠다. 시야 뿐 아니라 음향도 앞열보단 1층 중블이나 2층 앞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Wait for me의 엔딩장면인 오르페우스가 꽃을 들고 무대 정중앙에서 조명 받는 장면 같은 건 측면에서 훨씬 인상적으로 보였고.
달라진 배우들에 대한 느낌을 짧게 써보자. 오르페우스의 김민석, 헤르메스의 최정원, 하데스의 김우형 배우를 보게됐다.
- 최정원 배우의 헤르메스는 듣던대로 오르페우스에게 인자한 어머니나 이모의 느낌. 수십년 동안 최정원 배우를 보면서 언제나 최정원 배우는 그냥 최정원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이번 역시 헤르메스라기보단 ‘최정원이 연기하는 헤르메스’란 느낌을 받았다.
- 김우형 하데스는 양준모 하데스보다 좀 더 거칠고 무대뽀인 느낌. 저음이 강한 하데스 넘버에서 내가 기대한 저음이 잘 안나오는 것 같아서 노래는 양준모 하데스가 좀 더 나은 것 같았다. 못본 지현준 배우의 저음이 궁금하다. 연기는 김우형의 하데스가 좀 더 내 스타일. 무대 아래에서 봐서인지 키가 큰 김우형 하데스의 위압감이 커보였다.
- 김민석(멜로망스) 배우는 오르페우스 넘버에 딱 맞는 캐스트. 하데스타운을 처음 볼 때 김민석 배우가 캐스팅된지 모른 채 멜로망스 같이 고음이 맑은 가수가 오르페우스 넘버를 부르면 어울리겠단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잘했다. 외모도 역에 어울렸음. 다만 같은 역의 다른 두 배우도 잘해서 김민석 배우가 더 잘한다는 느낌까지는 못 받았다. 기타를 칠 때 이상한 음이 같이 들렸는데, 기타를 잘못 건드려서였는지 아니면 원래 밴드가 다른 소리를 넣어주는 건지 잘 모르겠음.
이로써 대부분의 캐스트를 보게됐다.
| 배역 | 9/5 | 9/19 | 9/25 |
|---|---|---|---|
| 오르페우스 | 조형균 | 박강현 | 김민석 |
| 헤르메스 | 최재림 | 강홍석 | 최정원 |
| 페르세포네 | 김선영 | 린아 | 린아 |
| 에우리디케 | 김수하 | 김환희 | 김환희 |
| 하데스 | 양준모 | 양준모 | 김우형 |
| 운명의여신 | 이지숙 이다정 박가람 | 한보라 도율희 김연진 | 한보라 도율희 박가람 |
세 번 보니 첫 관람때는 예상도 못했던 장면이 가장 좋아졌음. Wait for me reprise의 에우리디케 솔로 부분. 턴테이블에 점프해서 올라가 노래를 시작하여 오르페우스를 따라 걸으며 부르는 넘버1. 이 공연의 다른 부분들처럼 절절하면서도 박력이 있는데 공연의 절정 부분이라서 더 크게 와 닿는듯. 김환희, 김수하 두 배우 모두 잘 하는데 이 장면은 김환희 배우의 연기나 목소리가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내가 갈께 기다려
내 발걸음 소리가 저 벽을 타고 울려 북소리처럼우린 혼자가 아냐
이 노래를 모두가 따라 부르네
I am coming
아마 이 작품의 작사/작곡/각본을 쓴 아나이스Anaïs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읽고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머무는 시간이 기상 이변과 관련이 있다고 떠올리지 않았을까? 지하세계의 왕인 하데스는 지하의 온갖 광물의 주인이니 물질을 중요시 하는 사업가로 매칭했을 것이고. 최근에 읽은 <인간의 흑역사>2에서 휘발류 엔진의 노킹을 없애기 위해 단지 돈을 몇 푼 더 벌기 위해 휘발유에 알콜 대신 인체에 유해한 에틸납을 넣은 이야기3가 떠오른다. 듀폰이 개입하면서라는데 이 외에도 테플론은 환경 오염,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일을 여럿 했다. 아마 듀폰 같은 회사가 하데스의 모델이 됐겠지. 작품의 메시지는 배려와 사랑, 그리고 노래(?)로 계속 시도하면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거인들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지만 연대하지 못 하고 서로를 의심하면 어려울 수도 있다… 정도로 생각된다. 그리고 성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되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것도.
샤롯데 좌석 별 감상
총 3회 봤고 예매는 그때 그때 남는 자리를 해서 다양한 좌석에 앉았다.
- 1층 13열 중블 (VIP석): 바로 앞에 머리가 매우 큰 사람이 앉아 무대 중앙을 거의 가린 것 외에는 무척 좋은 자리였다. 오르페우스가 하데스타운으로 뛰어갈 때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 2층 1열 좌블 (R석): 예상 외로 좋았던 자리. 무대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2층 1열의 안전바가 시야에 방해가 된다는 리뷰도 종종있는데 나는 키가 커서인지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앞 좌석에 방해받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 편함.
- 1층 3열 좌블 (VIP석): 무대보다 낮은 좌석. 좌측이나 중앙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표정 보기에 좋다. 음향은 예상 외로 아쉬웠음.

2024년 9월 25일(수) 14:30
샤롯데씨어터 1층 A구역 3열 13번
VIP석 마티네할인 153,000원

- 시츠프로브의 이 부분 영상 (김환희 배우가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노래를 시작한다): https://youtu.be/5U2ZxJWMtVQ?si=fUu8BgUarvqITbLi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의 이부분 (김수하 배우가 회전무대로 점프하며 시작): https://www.youtube.com/watch?v=U_9S1yUNn34&t=236s ↩︎ - 톰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 김정규, “역사로 보는 환경“, 네이버 지식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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