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제품디자인 VP를 했던 줄리 주어 (Julie Zhuo)가 쓴 책. 본인의 블로그에 올렸던 내용을 정리해서 낸 책 같다. 페이스북이란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정직원이 된 후 빠르게 커지는 조직에서 빠르게 승진을 하며 겪은 일들, 들었던 조언들을 잘 정리했다. 원제는 ‘The Making of a Manager’. 책의 내용을 정리하며 중간 중간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Manager / 관리자 / 팀장
원제의 ‘Manager’는 보통 ‘관리자’라고 번역하지만 한국에서 실제로는 ‘팀장’이란 표현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책 제목을 번역하면서 Manager를 ‘팀장’으로 번역한 것 같다. Manager는 팀장 뿐 아니라 그룹장, 사업부장, 사장 같이 여러 사람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리더’라고 부른다.
팀원(Individual Contributor. 다른 사람을 관리하지 않는 직원)이었던 사람이 팀장이 되면 보통 승진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승진이라기보단 업무가 바뀌는 거다. 이 책에선 전직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개인으로서 일하는 것과 다른 개인들을 관리하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 IC (Individual Contributor)트랙과 관리자 트랙을 따로 둔다. 안타깝게 내가 일한 한국 회사에서는 이 트랙을 구분한 경우를 보지 못 했다. 승진을 하면 무조건 관리를 해야 한다. 예전에 네이버에서 IC트랙 같은 걸 만든다고 했던 것 같은데 흐지부지 됐던 것 같다.
이 책에선 관리자의 할일, 갖추어야 할 소양을 설명하고 있다. 하나씩 보자.
관리자의 역할
저자가 말하는 관리자의 중요한 역할은 다음과 같다.
- 목적의 공유: 관리자를 포함한 팀 전체가 조직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모두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직원들이 목적을 한시라도 잊지 않도록 목적을 조직원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설파해야한다.
- 사람 코칭: 팀원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코칭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팀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의 강점, 약점, 능력, 의욕 등을 정확히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 프로세스 조성: 팀이 협력하는 방식,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식, 실수의 재발 방지, 건전한 문화 등의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관리자의 역할 때문에 관리자는 당연히 IC를 평가하는 것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CPO였던 Chris Cox는 저자에게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한다고 말했다.
- 조직의 성과
- 조직의 강점과 만족도 (예를 들어 관리자가 팀원을 잘 뽑아서 성장시키고 있는가, 팀원들이 즐겁게 잘 협력하고 있는가)
앞의 것은 조직의 현재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고 뒤의 것은 조직이 미래에 뛰어난 성과를 낼 준비를 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관리자가 가져야 할 역량
경영 컨설턴트 마커스 버킹엄은 “탁월한 관리자들에게만 있는 능력이 하나 있다. 각 사람의 특장점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관리자의 임무는 각 사람의 재능을 성과로 직결시키는 것이다.”라고 했다.
관리자는 직급이 높아지면 출신 분야(개발, 마케팅, 세일지 등등)와 상관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비슷해진다. 우수한 리더를 영입하고, 자립적인 팀을 만들고, 명확한 비전을 수립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것이 필수적인 능력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뛰어난 관리자의 재목은 다음과 같다.
- 실무를 할 때보다 성과 달성에 더 매력을 느끼는가? 관리자는 팀의 성과로 평가를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 대화를 즐기는가? 관리자의 하루 중 70%가 면담과 회의에 쓰이기 때문이다. 대화로 팀원의 성공을 지원해야할 일이 많다.
-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안정감 있게 처신할 수 있는가? 사람을 관리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감정적인 문제에 잘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좋은 IC의 역량과 좋은 관리자의 역량은 다르다.
관리자로 일하기
관리하는 팀이 커지면 서로 다른 안건들을 계속봐야하기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고 피곤하고 집중이 안되지만 관리자는 어쩔 수 없다. context switching 능력이 발전시켜야 한다. 저자인 줄리가 제안하는 기법:
- 매일 아침 일정표를 보고 각각의 회의와 면담에 대비
- 탄탄한 메모 및 작업 관리 체계 확립
- 한 주를 마감하며 일주일을 돌아보는 시간 확보
관리자지만 팀원 관리 뿐 아니라 본인 관리도 필요하다. 책에서 제안하는 내용은 관리자 뿐 아니라 IC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 본인 스스로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이 잘 됐을 때를 기억하여 같은 상황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본인이 열받는 포인트(‘도화선’이라고 표현)를 기억해뒀다가 같은 상황이 일어나면 한 발 물러서라고 한다.
- 슬럼프에 빠졌을 때 벗어나기 위해 작은 승리를 자축하라는 말도 있다. 아주 사소한 사항도 좋다고. 나는 to do list로 가득찬 수첩이 있는데 to do list가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는 게 스트레스였다. 저자의 작은 승리를 자축하라는 말을 따라 아주 사소한 것도 to do list에 적은 후 지워나면서 성취감을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하고 있다.
관리자가 해야하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1 면담
외국 회사에서 일하다가 온 팀원 Y는 수시로 나에게 1:1 면담을 요청했다. 내가 1:1을 정기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다른 팀원들은 나랑 정기적으로 1:1을 하는 걸 불편해한다. 그래서 주간 팀 미팅을 개별적인 주간 1:1 면담으로 변경하는 걸 계획했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조직 관리를 위해서 1:1 면담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조직원(direct report)과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은 면담할 것을 권장한다. 면담은 아래처럼 하라고 한다.
- 면담을 잘 하는 방법은 ‘준비’이다. 관리자만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팀원에게도 ‘우리가 유익한 시간을 보내려면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미리 알려줘야 한다.
- 어떨 때 일에 대한 의욕을 느끼는지, 장기적인 커리어 목표는 무엇인지, 회사 생활이 전반적으로 어떤 느낌인지. 이런 얘기들은 여럿이 있을 때 하기엔 껄끄럽고 메일로 하기에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이렇게 해서 팀원과의 어색함도 줄이면서 새롭고 유익한 관점을 제시하고 자신감도 키워줄 수 있다.
- 관리자 얘기보다 팀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자가 어떻게 해야 팀원의 성공을 도울 수 있을지가 초점이다.
- 마치고 나서 팀원이 유익하다고 느끼는 면담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당연하겠지.
이 내용을 읽어만 봐도 면담이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북의 AR/VR 부분 VP인 Mark Rabkin은 1:1은 무조건 조금은 어색한 기분이 들어야 한다고 한다. 원래 실수 거론, 갈등 직시, 심각한 고민과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어색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자. 막상 멍석을 깔아놓으면 본인 얘기를 안 하는 팀원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준비를 잘 하고 면담을 해야한다.
피드백 주기
팀원이 탁월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두 가지 이유는 1) 기대치의 모호함 2) 능력의 불충분이라고 한다. 피드백을 잘 주면 이 문제를 해결 가능하다고 한다. 팀원에게 기대치와 목표를 알게 만들고, 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도 알려주라는 것이다. 이것도 어려울 것 같은데. 중요한 건 팀장이라면 일이 잘 되든 안 되든 조직원에게 피드백을 줄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피드백이란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개선점을 알려주는 것이지만 꼭 이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다른 방법으로도 상대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피드백은 개선 효과가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 피드백을 주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피드백을 줬다고 숙제 다 했다!란 마음을 가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긍적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음처럼 해야 한다.
-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하기 (내 말을 잘못 이해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음)
- 무엇이 성공인지 명확하게 전하기
- 다음 단계를 제안하기
피드백엔 업무 피드백과 행동 피드백이 있다.
- 업무 피드백: 보고 내용이나 실험처럼 팀원이 한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말한다. 뭘 잘했고, 앞으로 뭘 더 잘하면 좋은지, 최대한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가볍고 습관적으로 주는 것이 좋다. 업무 피드백은 메일, 메신저로를 통해 줘도 좋다.
- 행동 피드백: 팀원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으로 사람에 대한 피드백이라고 보면 될 듯. 예를 들어 ‘열심히 안 한다’같은 류의 피드백. 여러건의 업무 피드백에서의 패턴을 찾아야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내 의견만 말하면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왜 그런 인상을 받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행동 피드백은 되도록 대면으로 주는 게 좋다. 360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주면 내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남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객관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피드백이 잘 전달되려면 팀원이 심리적 안전함을 느끼고 그 사람을 아껴서 하는 말이란 걸 인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긍적적인 피드백을 주는 건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편하겠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게 어렵다. 잘못하면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위협으로 느끼고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 피드백 후 상대방의 생각이 궁금한 경우 요점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이 피드백에 공감이 가요? 공감이 가거나 안 가는 이유가 뭐예요?’라고 물어 팀원의 생각을 듣는다
비판적인 피드백이 먹히게 하려면 (즉 피드백을 받은 수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1) 면담 끝날 때 요약하며 한번 더 구두로 확인 2) 메일로 요약 3) 여러 경로를 통해서 같은 메시지를 듣게 만든다.
참고로 HR교육에서 종종 나오는, 부정적인 피드백 전후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넣는 칭찬 샌드위치는 실전에서 잘 안통한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면담에서 피드백을 받을 때도 칭찬 뒤에는 부정적 피드백이 이어질 걸 예상하고 있으므로 칭찬에는 귀를 잘 안 귀울이게 되고 칭찬이 몇 개든 부정적 피드백에만 신경이 쓰인다.
피드백 받기
관리자가 됐다는 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 된것이다. 제안이 명령으로 받아들여지고 질문이 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제대로 조언을 구하기 위한 저자의 팁
- 반대 의견을 환영한다는 태도 강조하고, 실제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사람에게 보상주기. 본인 실수도 인정하자.
-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반대하면 반대한다고 말하세요. 그래서 내 의견이 뭐냐면…” 식으로 논의 유도 표현을 쓰자.
- “만약에 지금 내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아요?”하는 식으로 조언을 구하자
저성과자 관리
참 어려운 일이다. 다들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해서 좋은 성과를 내면 관리자가 힘든 직업이 아니겠지.
팀에서 단 1명이 저성과자이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게 더 낫다. 저성과자 문제는 붙잡고 있기보다는 최대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의 자리에서 성과가 안날 것 같으면 솔질히 말하고 다른 데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다. 코칭을 통해 팀원이 추구해야할 것, 나쁜 습관을 고치는 법, 영향령을 키울 수 있는 법을 깨우쳐줄 수 있다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채용
- 저자인 쥴리는 “지원자가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파악하고 우리 회사와 내가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분명히 알려주기 위해 많은 시간을 쓴다”고 한다. Fit이 맞는지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 같다. 현재 뽑으려는 포지션에 필요한 스펙에 맞더라도 가치관에 대한 Fit이 안 맞으면 굳이 뽑지 안는다는 의미 같은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잘은 모르겠다. 어쨌든 면접에서 가치관에 대한 좀 더 체크가 필요하다. 나와 가치관이 맞는지 체크하려면 지원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 또 저자는 연초에 미래의 조직도를 그려서 1년 동안 채용할 사람 수와 역량을 미리 설계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래야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있게 채용 가능하단다. 우리 회사는 워낙 조직 개편이 많고 채용 계획 변경도 잦아 못할 것 같다.
- 면접 후 면접관들이 모여서 하는 회의 때는 미리 각자가 합격/불합격을 적어놓고 회의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이래야지 다른 사람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 구글에서 면접 점수와 입사 후 내는 성과의 상관관계를 구해봤더니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도 직접 느꼈고, 나도 느껴본 것.
성과 내기
관리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다.
- 조직원에게 어떤 일을 왜 하는지 설명할 비전이 필요한데 흐리멍텅한 비전(“국민에게 경제적 변영을”)보단 선명한 비전(“밥상마다 닭고기를”)이 훨씬 낫다.
- 비전을 이해했으면 목표 달성을 위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작전을 개시한다. 큰 업무의 책임자를 정하고 큰 목표는 잘게 쪼개자.
- 좋은 전략은 해결 하고자 하는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 관리자는 복잡한 상황에서 현재 변수를 고려했을 때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 지 명확하게 알려 주는 지침서를 개발할 책임이 있다. 마치 비행기의 체크리스트처럼. 나는 이런 게 없네.
회의 잘하기
관리자는 하는 일의 대부분이 회의다. 그래서 회의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
- 회의의 목적도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원하는 결과(의사 결정, 정보 공유, 피드백, 아이디어 도출, 팀웍 강화)를 확실히 정해놓고 진행해야한다.
- 꼭 필요한 참석자만. 보고 듣는 사람이 적어야 발표자와 참가자가 받는 부담이 줄어들어 솔직한 대화가 가능해짐. 대신 정보 공유를 원하는 사람에겐 참석 대신 회의록 공유. 우리 회사는 회의체가 점점 커지는 단점이 있다.
- 준비된 상태에서 회의할 수 있게 문서 전날 공유. 내가 일해본 환경에선 다들 바쁜 가운데 회의를 참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공유해도 읽고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마존처럼 회의 시작하면 문서를 먼저 읽고 회의를 시작해야 할까?
- 회의에서 결정이 내려졌으면 관련자들에게 공유. 이후 follow up할 내용도 정해서 공유.
- 회의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회의를 개선하는 작업도 해볼만 하다. 의외로 이걸 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나는 회의를 극혐하는 편이라 내가 주재하는 회의는 거의 하지 않는데, 너무 회의를 안 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위임
탁월한 팀을 만들려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 해야 한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하던 일을 계속 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그 일이 좋아서 일 수도 그 일을 할 때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 하고 상황을 지배하고 있다는 데 성취감을 느껴서일 수도 있다.
직종이 바뀐만큼 관리에 더 신경 써야하고 IC로 하던 일은 맡기는 게 좋다고 나도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다 보니 IC로 가지고 있던 전문성이 없어져서 조금 우려는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