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케이스는 싼 것 위주로 쓰다가 생일 기념으로 애플 공식 가죽케이스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포피 색상으로. 사실 선물로 받았다기보다는 선물로 내놓으라고 했다. 무려 72,000원. 가죽케이스는 변색이 쉽게 된다지만 변색 또한 가죽의 멋 아닌가? 그래서 변색에 대한 우려는 크게 없었다.
배송되어온 케이스를 받아 폰에 끼워보니 비싼만큼 촉감도 좋고 정품답게 아이폰12에 빈틈 없이 맞았다. 버튼이 눌리는 촉감도 기가 막히다. 그런데 케이스를 사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모서리부터 붉게 변한다. 내가 아는 변색과는 달라서 처음에는 뭐가 묻었는 줄 알고 닦아봤으나 닦이지 않는다.
구입 후 네달이 지난 지금, 가죽의 촉감은 여전히 좋지만 모든 모서리는 붉은색, 혹은 갈색이다. 이건 변색이 아닌 것 같아 아이폰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렸더니 염료가 벗겨졌거나 마모된 것 같다고 한다. 아이폰 가케 공식 소개 페이지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관록이 더해집니다”라고 돼있는데, 관록은 개뿔, 너무 보기가 싫다. 내가 애지중지 아껴서 다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험하게 쓰지도 않았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가끔 넣고 다녀서 (코로나 때문에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이염 정도 생길 거라고 예상했는데 마모라니.
차라리 케이스 전체가 저 시뻘건 색이 돼면 보기에 더 나을 것 같다.



이 현상을 영어로 구글링 하다보니 영어로 ‘patina’라고 부르는 것도 알았다. 금속 표면에 생기는 ‘녹청’이란다. 그러다가 찾은 비디오. 나랑 같은 색상의 케이스를 쓰다가 아래처럼 됐단다. ㅠㅠ
그리고 정품 가죽케이스는 아이폰에 결합할 때 애니메이션이 노출된단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않았다. 변색도 이상하게 돼서 혹시 가품인지 의심스러워 판매처인 네이버 애플 브랜드스토어에 케이스가 정품인 걸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아이폰12를 리셋하면 애니메이션이 나올 거라며 리셋하는 방법만 알려주더라. 아무리 리셋해도 안 된다고 하니 서비스 센터에 가서 아이폰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애니메이션 때문에 서비스 센터 가기도 귀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