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인물과 기업에 대한 여러 책에서 이름과 별명을 들었던 빌 캠벨에 대한 책. 구글의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조나단 로젠버그, 순다 피차이, 애플의 스티브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야후의 마리사 마이어, 트위터의 잭 도시, 페이스북의 쉐릴 샌드버그 등이 그의 조언을 받은 걸로 알려져있다. 원제는 “Trillion Dollor Coach”.
미식축구 코치 출신이기 때문에 ‘코치’란 별명으로 불린다. 2016년 빌이 세상을 떠난 후,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을 이끄는 여러 리더들에게 빌이 코칭했던 내용을 저자들이 정리한 내용이다.
이 책은 인간 관계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빌 캠벨의 철학을 설명한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좋은 팀이 있어야 하는데, 빌이 생각하는 좋은 팀이란 팀원 사이에 신뢰와 사랑이 있는 팀이다. 동료 및 부하 직원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져야지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적으로 끈끈한 팀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빌은 동료애적 사랑을 기업 문화로 승화시킨, 어떻게 보면 진정한 ‘가족같은 회사’를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리더가 사람들을 더 잘 알고 아끼게 되면, 리딩은 더 즐거워지고 팀은 더 효과적이게 변한다” (p 187)
“그는 “아이들은 잘 지내?”와 같은 표준적인 인사치레에서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예를 들어 , 조너선에게 가족들은 잘 지내냐고 물어보는 것보다는 해나가 최근 축구경기에서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봤다.” (p 195)
비즈니스 관계로 채워진 전통적인 (아니면 환상 속의?) 미국 회사 분위기가 아니라 좀 더 동양적인 회사의 느낌일까? 나처럼 회사 사람들을 업무적으로만 대하는 게 쿨한 게 아니란다. 직원들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신경쓰란다. 나는 동료나 직원의 가족까지 신경은 못 쓸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제일기획 다닐 때의 팀 동료들과는 워낙 친해서 가족들이 뭐 하는지 대충 알기도 했었다. 거의 매일 같이 술 마시고 밥 먹고 차 마시던 사람들이라서 가능했는데…
관리자의 역할
구글 내 팀들을 조사해보니 높은 성과를 내는 팀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고 한다.
심리적 안정감
구성원이 업무와 관련해 그 어떤 의견을 제기해도 벌을 받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조직 환경
두려움없는 조직 – 에이미 에드먼드슨
쉽게 말하면 팀 사람들이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할 말 다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의 특징이라는 것. 이러기 위해서는 직급에 따른 권위도 없어야 하지만 팀 사람들이 다들 절친해지는 게 좋겠지? 프로페셔널 직장인답게 친분과 상관없이 할 말 다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격의 없이 얘기하기는 친한 사람들끼리가 더 편하지 않을까? 빌 켐벨의 철학대로 팀원들이 서로 신뢰와 사랑을 가지고 친해진다면 그들은 잘못된 것을 서슴치 않고 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부담없이 얘기할 것이다. 그래서 관리자는 끈끈한 팀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 관리자는 팀원에게 명확한 목표를 주고, 의미있는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구글에서 잘나가는 팀들은 심리적으로 안전감이 있다. 팀원들은 만약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리더가 뒤를 받쳐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런 팀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각각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며, 팀원들은 팀의 목표와 업무가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자신감과 신뢰에 차 있었다. 빌은 자신이 코칭한 팀에 심리적 안전감, 목표의 명확성, 업무의 의미, 멤버들 간의 의존성 그리고 영향력을 구축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p 18)
목표나 역할을 줄 땐 What 대신 Why를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관리자라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하지 말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줘야 한다. (… 중략 …) 댄 로젠스웨이크는 말했다. “저는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줬어요.” 그런데 빌은 사람들에게 맥락을 알려주라고 했어요. 일의 맥락을 이해하면 자신의 업무를 맥락에 대입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고요. (p127..128)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란 책에서도 나왔듯이 완전한 솔직함으로 팀원들을 대하라는 얘기도 계속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의 원제가 ‘Radical Candor’, 즉, ‘과격할 정도의 솔직함’이다). 연말 인사 평가 때만 피드백을 주는 게 아니라 그 때 그 때 솔직하고 정확하게 평가를 해주라는 것이다. 완전히 솔직하게 팀원들에게 조언하기는 실제로는 참 실천하기가 어려운 내용인데, 어쩌면 억지로라도 길러야 할 관리자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량일 수도.
진실된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이다 (…중략…) “순간순간 피드백을 해줘야 듣는 입장에서도 피드백이 현실적이고 믿을 만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리더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 (p 123. 인튜이트 창업자 스콧 쿠의 조언.)
기계적이고 냉정하게 팀원들에게 조언하라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사람을 중시하는 빌이니 말이다. 애정을 가진 조언을 하라는 얘기겠지.
또 관리자는 용기의 전도사 (Evangelist for Courage) 역할도 해야한다. 그런데 내 자신도 뭘 해낼 수 있는지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전도까지 할 수 있을까… 완전한 솔직함과는 모순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관리자의 역할이란 자신의 팀이 좀 더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게끔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기를 갖는 건 어렵다. 사람들은 실패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을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너무 몸을 사리지 않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관리자의 역할이다. (… 중략 …) “빌과의 미팅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점은 용기였어요. 미팅이 끝나고 나올 때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일들까지 할 수 있다고 저를 믿어줬어요.” (p 131)
“리더는 리드를 해야지요.” 빌이 댄에게 말했다 .”무조건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고 몰입해야 해요.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갈팡질팡해서는 안 됩니다. 완전하게 몰입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도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할 거예요.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해봐요.” (p176. Chegg 상장 직후 주가가 폭락하자 CEO였던 댄 로젠스웨이그가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했을 때 빌의 조언)
리더와 보스(관리자)의 차이는 여기 저기서 많이 본 얘기들이다. 빌은 좋은 리더를 많이 만들었던 코치였다.

리더는 남이 인정해야만 될 수 있는 자리다.
“사장이라는 직책으로 당신은 관리자가 되었지만, 당신을 리더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입니다” (p61. 빌이 클라리스의 CEO가 된 직후 마이크로매니징을 하자 애플 시절의 동료 도나 두빈스키가 빌에게 해준 말.)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다음 부분이다. 얼마나 좋은 리더였으면 직원들이 이런 신문 광고를 냈을까?
빌이 회사를 떠났을 때 몇몇 클라리스 직원들은 〈산호세 머큐리 뉴스〉의 한 지면을 통째로 빌려 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광고를 실었다. 헤드라인에는 “코치님, 잘 가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p 33)

미팅
미팅에서 관리자가 해야하는 역할에 대한 부분 발췌.
긴장감과 의견 충돌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래서 큰 의사결정이 만들어질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 결정에 동의를 하든 안 하든 모든 이들의 생각이 반영되었다. (p 39)
나는 회의를 극혐해서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는 건 상상도 하기 싫지만 빌은 회의 전에 1:1 회의를 여럿해서 미팅 아젠다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고.
아이디어를 모두 이끌어내기 위해 빌은 종종 회의 전에 개개인들과 면담을 해 그들의 생각을 물어보곤 했다. 빌은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며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면담을 함으로써 회의 참석자들이 회의 안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정리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p 80)
p 80.
(관리자는) 팀 회의 때 항상 마지막에 말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었다. 그녀가 정답도 알고 있고 그녀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지만, 그걸 말하게 되면 팀이 하나로 뭉칠 기회를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빌은 조언했다. 정답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하나 되어 함께 정답을 찾아가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p 81. 빌이 마리사 메이어에게 한 조언)
하지만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관리자가 나서 직접 의사결정을 하거나 팀원들을 푸시해야 한다고. 이래야지 사람들의 능력이 계발된다.
다른 사람이 수행한 업무를 발표할 때는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행동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건 기대만 못했을 때도 격려를 위해 이래야 하는 건지, 아니면 기대에 부응해야했을 때 이렇게 힘을 줘야 한다는 건진 잘 모르겠다.
“제가 빌에게 배운 또 다른 큰 교훈이기도 해요. 엉덩이가 의자에 너무 달라부도록 앉지 말라는 것, 일어서서 응원하고 그들이 하는 일을 지지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p 201. 필 쉴러가 애플 이사회에서 빌이 보여준 반응을 떠올리며.)
그리고…
외국의 PM (Product Manager)와 한국의 기획자의 역할 차이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책의 아래 부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을 엿볼 수 있다. PM이 기획은 안 하고 개발자가 한다. PM은 요구사항 분석과 전달, 일정 관리,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부서와의 협업이 주 업무인가보다.
인투이트는 은행 경력이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들을 고용했다. 하루는 회의에서 한 프로덕트 매니저가 엔지니어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쓴 목록을 건네주면서 그대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봤다. 빌은 그 불량한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만약 엔지니어에게 네가 원하는 기능을 한 번만 더 들이민다면 여기서 쫓겨날 각오를 해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만 말하라. 그리고 소비자들이 어떤 사람인지만 알려줘라. 그리고 어떤 기능을 만들 것인지는 엔지니어들에게 맡기면 된다. 그러면 당신이 그들에게 무엇을 만들라고 알려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것이다. (p 97)
운동을 하다가 테크 업계로 와서 마케팅, 경영을 하다가 코치로 널리 이름을 알린 빌. 대단한 사람이다. 기업 내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저자들은 빌의 조언이 도움이 됐던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빌의 역량에 충분히 공감을 하거나 감탄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책.
저자는 에릭 슈미트, 조나단 로젠버그, 앨런 이글인데 에릭 슈미트와 조나단 로젠버그는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란 책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정말 이 사람들이 직접 쓴 책일까 궁금하다.
리디북스에서 산 이북을 아이패드로 읽었다. 일전에 구입한 리디북스 리더는 뒷면 우레탄 코팅이 녹으면서(?) 끈적끈적해져 더 이상 손이 안 간다.
2 thoughts on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