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온 기회
최근에는 출장을 가도 뮤지컬 볼 기회가 없었는데 (시기와 장소가 모두 맞아야 한다), 마침 이번 호주 멜버른 출장에는 현지 도착일 저녁에 시내에서 뮤지컬 스쿨오브락이 공연되고 있었다. 호텔에 체크인한 후 침대에 누워 공항버스 카운터에서 챙겨온 멜버른 가이드북을 뒤적거리다가 찾았다. 일요일이라 저녁 공연이 5:30이다.
뮤지컬 스쿨오브락 (School of Rock, the Musical)은 잭 블랙이 주연을 맡은 2003년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것으로 그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곡을 썼다. 작사는 글렌 스테이터. 원작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였던 걸로 기억한다. 뮤지컬은 과연 어떨까?
현장에서 저렴한 티켓 구입
인터넷으로도 예약이 가능했지만 회원 가입이 번거롭고 수수료가 아까워 공연 장소인 멜버른 허 마제스티 극장(Her Majesty’s Theatre)으로 향했다. 1886년에 세워진 1700석의 유서깊은 극장으로 숙소에서 걸어서 삼십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멜버른 허 마제스티 극장 박스오피스는 로비 안에 있었다. 공연 시작 1시간 반 쯤 전에 가서 할인 티켓 있냐고 물어보니 69.90 AUD짜리 시야방해석 티켓을 권한다. 1층 중간쯤 측면 좌석으로 아주 살짝 사각이 있을 걸로 예상되는 좌석이다. 원화로 6만원을 안 하는 가격이니 국내 공연과 비교할 때 월등히 싸다.

출연진
원작인 영화 스쿨오브락은 잭블랙 원맨쇼에 가까운 명작이라 극중 잭블랙 역을 누가 하는지 궁금했다. 극장 내 로비에는 오늘의 캐스트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주인공인 듀이 핀(원작 영화의 잭블랙 역)는 죠 코스키(Joe Kosky)가 맡는다고 돼 있다.





티켓 예매 후 남는 시간에는 한 블록 쯤 위에 있는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극장으로 돌아갔다. 외국의 뮤지컬 극장에선 술과 음료를 사마실 수 있지만 난 극장에서 마시는 것보단 밖에서 마시고 들어가는 걸 선호한다. 맥주 한 잔 하고 보는 공연이 좀 더 감정에 와 닿더라.

공연 감상
공연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나는 웨버의 클래시컬한 뮤지컬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보다 락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이 곡연이 내 취향에 맞았나보다. 달달한 로맨스나 섬세한 화음은 없지만 유쾌하고 박력있는 뮤지컬.
주인공 역의 죠 코스키는 잭 블랙 스타일을 매우 잘 연기했다. 락을 주제로 한 공연이라 기본적으로 신나고, 잔뜩 출연하여 방방뛰는 아이들은 참 귀엽다. 마지막 씬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나를 울컥하게 만들기도.
가장 좋았던 곡은 클래식만 알던 아이들이 처음으로 락 합주를 하는 You’re in the band. 주인공인 듀이가 아이 한 명 한 명을 밴드에 합류시킬 때마다 관객석에선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다들 학부모의 마음인 것이지 (하긴 학부모는 애들이 락하는 거 싫어했을텐데;;).
알고보니 멜버른에서 하는 마지막 공연이더라. 공연 후 주인공인 배우가 세 그룹의 어린이 캐스트를 모두 소개하기도. 마지막 공연이어서인지 커튼홀 때는 관객석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무대를 촬영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꺼놨던 폰을 주섬주섬 꺼내 촬영에 조인. 내가 촬영한 영상들은 이 글 제일 끝에 붙여놓겠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또다른 뮤지컬인 ‘에비타’도 멜버른 시내에서 공연 중이었지만 내 취향이 아닌 공연이라 생략. 에비타 국내 캐스트 공연이 매우 클래식 했던 걸로 기억한다.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 중인 걸로 안다. 다양한 뮤지컬이 상시 공연되는 거기는 다른 대안들도 많겠지만 스쿨오브락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2019년 2월 10일 일요일 5:30PM
Her Majesty’s Theatre in Melbourne, Stalls K 36
69.90 AUD
PS: 공연 끝에 내가 찍은 영상을 첨부한다. 아, 이 공연에서 아이들의 공연 장면은 핸드 싱크가 아니라 아이들이 모두 직접 연주한다. 뮤지컬 시작 전에 안내 방송으로 공지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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